꽃이 부서지는 봄 안전가옥 오리지널 35
한켠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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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 욕망, 욕심, 생존 등 치열한 감정을 다룬 조선 시대여성들의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은 어떠한 설명 없이 읽는 것이 가장 좋다. 책을 읽고 있으면 눈 앞에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 재생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도가 높고 감정선이 섬세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런 감정이 사랑이구나싶을 정도로 사랑을 나타내는 표현을 많이 알게 된다. 

줄거리
역관의 딸로 태어난 애란은 바느질, 예의 범절을 배우는 대신 역관의 지식을 배운다. 필요에 따라 남장을 하기도 여장(?)을 하기도 하는 애란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임무를 해낸다. 그러던 중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은주를 만난다. 은주 역시 사내처럼 자랐고 남장 차림으로 집안에 들어온 혼례를 피하기 위해 애란의 아버지에게 접근했으나 본인이 사라졌을 경우 가족들이 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세자빈이 된다. 은주가 세자빈이 되어 원래 세자빈 예정이었던 혜원은 역적의 딸이 되어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이 된다. 애란은 은주의 부탁으로 혜원의 족보를 사고 궁녀로 보냈으나 혜원은 후궁의 자리까지 올라간다. 애란은 은주를 만나 은주의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궁으로 들어간다. 과연 그들은 만날 수 있을까?  


절절한 사랑 소설이 주인공 이름들도 애란, 은주, 혜원이다. 덕후들은 의미부여가 심하다고 하던데 이름에 계속 감탄하게 된다. 꽃을 이름에 품고 있어서 그런가, 초반에 목란사를 읊어서 그런가 이름만 읽어도 절절하다.  세 명의 관계성은 어떻고!
가장 좋았던 것은 누군가의 아내, 딸, 어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능동적으로 본인의 모든 수를 써서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이루려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역사 소설에는 여성들이 소모품처럼 쓰이다 버려지는 것을 많이 봤었는데, 이 책은 다양한 여성 캐릭터와 그들만의 서사를 볼 수 있어 내가 바라던 이야기를 만난 듯 했다.

로맨스, 여성 서사, 여자들이 다 해먹는 이야기, 절절한 스토리 좋아하면 무조건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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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도파민 안전가옥 앤솔로지 11
최영원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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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 인물에 이만큼 과몰입하고 그들의 행복을 바란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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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도파민 안전가옥 앤솔로지 11
최영원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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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로맨스 단편집이다.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5편의 이야기 속 본인의 방식대로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을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
성추행, 성폭행, 약간 잔인함 주의
사회부 기자였던 '해수'는 부장의 성추행으로 거식증에 걸리고 미식 칼럼럼을 다루는 부서로 좌천되어 힘든 나날을 보낸다. 친한 언니의 강요로 소개팅에 나갔다가 음식 편식이 심한 '영노'를 만난다. 칼럼을 쓰기 위해 간 일식집에서 거식증의 원인인 부장을 만나게 된다. 자리를 비운 사이 사라진 영노를 찾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해수는 부장을 먹고 있는 영노를 마주하게 된다.
5편의 작품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작품. 약간 웹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먹지 못하는 해수의 결함과 상처를 먹어 해치우는 방식으로 해결해 주는 영노의 관계에서 서로의 독특함이 아닌 진심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설레고 즐거웠다. 유일한 단점은 분량이 너무 짧고 끝이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것. 

<러브러브 좀비템플>
주인공 '세라'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치던 피아노도 잘 해내는 언니 앞에서는 작아지고, 피아노를 그만두고 시작한 글쓰기도 무서운 화평 시간만 되면 주눅이 들어 그만둔다. 아무것도 해 내지 못하는 이 손을 부수기 위해 시작한 복싱도 대회를 앞두고 포기하고 싶어 템플스테이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좀처럼 호감을 느낄 수 없는 '길동'을 만나고 절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데 절에서의 생활도 좀비 떼의 등장으로 부서진다. 무섭게 세라에게 달려드는 좀비 떼처럼 이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통통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속도감 있고 독특한 전개는 웃음을 만들기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행운을 빌워줘>
방송 작가 '난주'는 연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난주의 전 애인 '영현'을 출연진으로 만나게 된다. 전 애인의 만남을 눈으로 계속 지켜보는 고통을 겪으며 난주는 과거 영현의 연애를 되새기며 본인이 아직 영현을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환승연애, 솔로 지옥, 하트시그널 등 인기를 끌고 있는 연애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사람들이 왜 도파민, 도파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각적 매체가 아닌 활자로 읽고 있지만 난주와 영현의 서사와 영현의 만남을 지켜보는 난주의 장면에서 가슴을 부여잡게 된다. 오래된 연애가 깨지는 순간은 사소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이어지는 것도 사소한 것 때문이라는 것을 난주와 영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불같이 헤어지고 미지근하게 다시 이어지는 오랜 연인의 관계를 볼 수 있다.

<팝콘을 들으세요>
목소리 매칭으로 연인을 찾아주는 팝콘이 상용화되면서 길거리에는 팝콘을 끼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트라우마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서우'는 팝콘을 통해 '시훈'을 만나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다. 시훈은 만나자고 이야기하지만 서우는 대답하려는 순간 다른 사람의 팝콘과 바뀌게 된다. 이 둘은 만날 수 있을까?
본인이 한 이야기가 트라우마가 되어 목소리를 잃은 서우의 소리를 찾아준 것이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팝콘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시훈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우의 변화하는 모습이 악기 연주가 깔린 영화의 장면처럼 보였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진심 어린 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나의 지구>

재혁은 한강에 갔다가 누군가 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재혁은 물에 들어간 것이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을 깨닫고 다시 물에서 나오려 하지만 도리어 빠지고 만다. 외계인의 도움(?)으로, 밖으로 나온 재혁은 외계인에게 본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외로움이 익숙한 재혁에게 외계인 울리오의 등장은 낯설다. 무채색이던 재혁의 일상이 푸른색 울리오의 빛깔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이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울리오 생김새 묘사가 자세해서 약간 징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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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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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하는 두 저자가 만나 일터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모아 그들의 환경에 맞게 정의했다.

"프리랜서"라는 형태의 노동을 하는 저자들이라 프리랜서를 제외한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그들의 단어 정의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이런 의문은 곧장 사라졌다. 


프롤로그에 정의한 작업자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모두 다양한 작업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직에서 매달 똑같은 수입이 들어오기 위해 하는 일만을 작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경험이 반영된 단어는 모호한 노동의 세계를 명확하게 했고 더 많은 작업을 포괄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 제목처럼 단어를 정의하고 있는 사전이라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전을 찾듯이 목차를 보고 마음에 와닿는 단어를 보고 그 단어에 대한 정의를 속속히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내린 정의와 저자들이 내린 정의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고 좀처럼 나의 노동에 대한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 탓인지 "출퇴근"(과정), "번아웃", "성장", "실패"(결과)에 계속 머물게 되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이 과정을 지나쳐 온 저자들이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제는 이 또한 과정임을 안다.

매 장이 끝날 때 수록된 에세이도 저자들의 일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노동하기 위한 예열과 과정은 닮아 있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나) 일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점도 저자들 나름대로 본인의 언어로 일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들이 정의한 단어를 나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해보기도 하고 내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나의 고민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달라질 것이고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위로를, 응원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며,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조직 바깥에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종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그 무엇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작업 과정 전반을 아우르기에 적정한 단어이기도 하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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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침공 안전가옥 쇼-트 29
권혁일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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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f 로맨스 단편 소설집으로 외계인이 나오기도, 신이 등장하기도, 화자가 간첩이기도 한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를 이야기 하고 있다. 

- 세상 모든 노랑
노란색을 못 보는 영과 노랑의 신이 만난 이야기. 색깔을 몰라도 그들의 사랑은 따뜻한 노랑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해피엔딩만이 좋은 엔딩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서현은 중고로 산 노트북으로 이상한 문자를 받게 된다. 본인은 외계인이고 지구에 대해 알려달라고 한다. 이 메세지를 믿어도 될까? 서현과 메로의 우정, 사랑은 서로의 결핍이 닮아 있어서 더욱 애틋해 보였다. 그들이 만날 수 있도록 작은 확률에 힘을 보내게 된다.

- 하와이안 오징어볶음
때가 되었다. 7년 동안의 결혼생활은 위장 결혼이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래도 이제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남편을 죽이고 청산해야 한다. 근데 왜 죽이는 것이 쉽지 않을까. 오징어 볶음 냄새가 떠나지 않는다. 

<첫사랑의 침공>에 수록된 4편의 소설은 사랑을 이야기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의 개성처럼 사랑 또한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있음을, 그렇지만 타인과 이어지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무엇이든 상관 안 한다는 어쩌면 틀에 박힌 표현이 각 이야기에서 피어났다.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누나와 단 둘 뿐이었던 우주는 고작 10분 만에 멸망하였다. - P22

겨우가 아니야. 서현은 이 우주를 통틀어서 내게 유일한 존재인걸.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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