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유유히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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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하는 두 저자가 만나 일터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모아 그들의 환경에 맞게 정의했다.

"프리랜서"라는 형태의 노동을 하는 저자들이라 프리랜서를 제외한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그들의 단어 정의가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이런 의문은 곧장 사라졌다. 


프롤로그에 정의한 작업자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모두 다양한 작업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직에서 매달 똑같은 수입이 들어오기 위해 하는 일만을 작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경험이 반영된 단어는 모호한 노동의 세계를 명확하게 했고 더 많은 작업을 포괄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책 제목처럼 단어를 정의하고 있는 사전이라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전을 찾듯이 목차를 보고 마음에 와닿는 단어를 보고 그 단어에 대한 정의를 속속히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내린 정의와 저자들이 내린 정의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에 의욕이 생기지 않고 좀처럼 나의 노동에 대한 정의가 세워지지 않는 탓인지 "출퇴근"(과정), "번아웃", "성장", "실패"(결과)에 계속 머물게 되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이 과정을 지나쳐 온 저자들이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제는 이 또한 과정임을 안다.

매 장이 끝날 때 수록된 에세이도 저자들의 일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마냥 부럽기만 했는데 노동하기 위한 예열과 과정은 닮아 있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나) 일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점도 저자들 나름대로 본인의 언어로 일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들이 정의한 단어를 나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해보기도 하고 내 노동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었다. 나의 고민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달라질 것이고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위로를, 응원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작업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며,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조직 바깥에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 역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종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그 무엇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작업 과정 전반을 아우르기에 적정한 단어이기도 하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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