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도파민 안전가옥 앤솔로지 11
최영원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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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로맨스 단편집이다.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5편의 이야기 속 본인의 방식대로 사랑을 하는 주인공들에서 자신의 조각을 찾을 것이다. 

<맛있는 녀석들>
성추행, 성폭행, 약간 잔인함 주의
사회부 기자였던 '해수'는 부장의 성추행으로 거식증에 걸리고 미식 칼럼럼을 다루는 부서로 좌천되어 힘든 나날을 보낸다. 친한 언니의 강요로 소개팅에 나갔다가 음식 편식이 심한 '영노'를 만난다. 칼럼을 쓰기 위해 간 일식집에서 거식증의 원인인 부장을 만나게 된다. 자리를 비운 사이 사라진 영노를 찾기 위해 이동하던 중 해수는 부장을 먹고 있는 영노를 마주하게 된다.
5편의 작품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작품. 약간 웹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먹지 못하는 해수의 결함과 상처를 먹어 해치우는 방식으로 해결해 주는 영노의 관계에서 서로의 독특함이 아닌 진심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설레고 즐거웠다. 유일한 단점은 분량이 너무 짧고 끝이 너무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것. 

<러브러브 좀비템플>
주인공 '세라'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치던 피아노도 잘 해내는 언니 앞에서는 작아지고, 피아노를 그만두고 시작한 글쓰기도 무서운 화평 시간만 되면 주눅이 들어 그만둔다. 아무것도 해 내지 못하는 이 손을 부수기 위해 시작한 복싱도 대회를 앞두고 포기하고 싶어 템플스테이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좀처럼 호감을 느낄 수 없는 '길동'을 만나고 절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데 절에서의 생활도 좀비 떼의 등장으로 부서진다. 무섭게 세라에게 달려드는 좀비 떼처럼 이 소설은 예측할 수 없는 통통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속도감 있고 독특한 전개는 웃음을 만들기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행운을 빌워줘>
방송 작가 '난주'는 연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그곳에서 난주의 전 애인 '영현'을 출연진으로 만나게 된다. 전 애인의 만남을 눈으로 계속 지켜보는 고통을 겪으며 난주는 과거 영현의 연애를 되새기며 본인이 아직 영현을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환승연애, 솔로 지옥, 하트시그널 등 인기를 끌고 있는 연애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사람들이 왜 도파민, 도파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각적 매체가 아닌 활자로 읽고 있지만 난주와 영현의 서사와 영현의 만남을 지켜보는 난주의 장면에서 가슴을 부여잡게 된다. 오래된 연애가 깨지는 순간은 사소한 것이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시 이어지는 것도 사소한 것 때문이라는 것을 난주와 영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불같이 헤어지고 미지근하게 다시 이어지는 오랜 연인의 관계를 볼 수 있다.

<팝콘을 들으세요>
목소리 매칭으로 연인을 찾아주는 팝콘이 상용화되면서 길거리에는 팝콘을 끼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트라우마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서우'는 팝콘을 통해 '시훈'을 만나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다. 시훈은 만나자고 이야기하지만 서우는 대답하려는 순간 다른 사람의 팝콘과 바뀌게 된다. 이 둘은 만날 수 있을까?
본인이 한 이야기가 트라우마가 되어 목소리를 잃은 서우의 소리를 찾아준 것이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팝콘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시훈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우의 변화하는 모습이 악기 연주가 깔린 영화의 장면처럼 보였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라 진심 어린 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

<나의 지구>

재혁은 한강에 갔다가 누군가 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들어간 재혁은 물에 들어간 것이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을 깨닫고 다시 물에서 나오려 하지만 도리어 빠지고 만다. 외계인의 도움(?)으로, 밖으로 나온 재혁은 외계인에게 본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외로움이 익숙한 재혁에게 외계인 울리오의 등장은 낯설다. 무채색이던 재혁의 일상이 푸른색 울리오의 빛깔로 물들어 가는 모습이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이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울리오 생김새 묘사가 자세해서 약간 징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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