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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케이트 맨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4년 4월
평점 :
당신의 몸에 만족하시나요? 당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거울을 보고, TV에 나오는 아이돌/배우를 보고, 다른 사람들의 몸을 보고 내 몸을 검열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한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이상 자기 몸에 만족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성인이 된 후, 몸에 대한 품평을 들은 이후 사회에서 말하는 "아름다운 몸"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를 계속 해 왔다. 다이어트를 시작해 본 사람을 알 것이다. 먹는 것을 제한 할 수록 점점 집착이 늘어나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럴수록 비만한 것은 게으르고, 본인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 아픈 사람이라는 프레임이 아프게 다가온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손가락질을 계속 하며 고통을 받으면서 한 번도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극심한 체중감량 이후 요요가 오고 이로 인해 병을 얻어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음에도.
이 책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해 준다. 비만을 둘러싼 물질적, 사회적, 제도적인 문제를 다루고 여기에 깔려 있는 성차별까지 다양한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야기 한다. 뚱뚱하면 건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 어떻게 마른 몸이 칭송 받아져 왔는지, 비만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 등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국사회에서 어떻게 비만을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 하고 있지만 중간 중간 저자의 경험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읽혔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뚱뚱한 몸을 찬양한다거나 비만한 몸의 아름다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새로운 대상화라고 생각한다.) 비만의 편견을 부수고 (뚱뚱하면 건강하지 않을 것이다, 비만은 게을러서 그런 것이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혐오의 감정을 마주보게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놀랐던 점이 있는데 이 책의 대부분은 아는 이야기라는 점과 내가 갖고 있는 비만혐오와 계속 충돌하게 된다는 점 이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바는 머리로는 알겠는데 받아들이는 데는 힘들었다. 살아오면서 켜켜이 경험으로 내제화 시켰던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힘들었다. 내가 비만 혐오 사회의 중간에 있고 나 또한 스스로의 가해자라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이제 스스로와 그만 싸울 때가 되었다. 책을 읽으며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아이돌, 배우를 볼 때마다 내 몸을 대상화 할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이 책을 떠올릴 것이다. 이제 배고픔은 지겹다.
노력이 적게 드는 것은 경멸해야 한다고 여겨지는데, 건강한 식사를 공들여 준비하고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매일 운동하는 등의 노력에 몰두해 그 중요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특히 더 그렇게 생각한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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