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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꿈꾸는 도토리나무 ㅣ 도토리숲 어린이책
오카도 다카코 지음, 마쓰나가 요시로 그림, 고향옥 옮김 / 도토리숲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른 나무 아래 손잡은 두 아이가 있는 책 표지를 보면 제목처럼 평화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속안에는 참 가슴아픈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어쩌면 이 일을 겪지 못한 나에게도 , 아예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100% , 아니 50%도 이해할수 없을지 모를 이야기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이야기 ...

바로 원폭 피해자의 이야기랍니다.가야산 기슭의 합천이라는 마을에 원폭 피해자들이 모여사는 <합천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이 있고 그 마당에는 히로시마에서 건너온 도토리 나무가 자라고 있대요.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이구요. 실제 인물인 이순기님과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해요. 그래서 더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나는 가네다 마사오라는 일본이름으로 자랍니다. 그 무렵 한국은 일본에게 나라도 빼앗기고 나라말과 나라이름도 빼앗겼지요. 김순기님의 부모님도 일본으로 일하러 떠났대요.
어느날 어머니가 가르쳐준 한글로 칠판에 어머니 라고 썼다가 선생님께 맞았어요.왜 맞았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때 짝꿍 다케오가 소매를 잡아당겨 손바닥에 도토리 하나를 놓아주었대요.
다케오에겐 왜 도토리가 있었을지 문득 궁금하네요.

두 아이는 숲으로 도토리를 주우러 갔고 주머니 가득 도토리를 주웠어요. 주운 도토리로 장난감 인형도 만들고 팽이처럼 굴리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했어요. 도토리로 인해 친구가 생긴것 같아요.도토리가 나에게 남다른 의미가 된 이유겠지요.

몇년이 지나고 일본은 여러 나라와 전쟁을 했어요. 그리고 1945년 8월 6일 아침,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고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답니다.
그림만 보아도 그 날의 고통과 슬픔이 전해지네요.
사람이 불에 타는 모습이 아이에겐 조금 충격이었던것 같아요. 하지만 이 그림으로 인해 원자력의 엄청난 파괴력을 아이가 알게 되었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한국은 일본에서 독립했지요. 다행이 살아남은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도착한 곳이 합천이었답니다. 한국에서의 삶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는 기쁨도 있었대요.아내의 고운 느낌이 그림에서 고스란히 느껴져요. 어여쁘게 그려진 무궁화가 주는 느낌과 아내의 느낌이 왠지 닮아있는듯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나는 원폭 후유증이 생겨 아팠대요. 한국에선 치료법도 없었기에 일본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대요.일본에서 만난 마루야마 선생님의 따뜻한 치료에 나의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원자폭탄이 떨어진 돔옆에 평화공원이 만들어지고 그곳을 지나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비석옆의 도토리를 보게 되었대요.

일본에서 가져온 도토리를 합천에 심고 정성을 쏟았고 드디어 싹이 났어요. 왠지 희망의 느낌이 가득 들어있는 새싹처럼 느껴집니다. 도토리의 새싹과 함께 나는 글을 쓰게 되었고 나의 역사를 글로 정리했대요.

잘 자란 도토리 나무를 복지회관앞마당으로 옮겨 심었어요. 한국과 일본의 두 나라의 원폭 피해자들이 모여 나무에 흙을 덮었어요.
생명 있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목숨이 다하는 날이 와요.
하지만 죽임을 당하기 위해 이땅에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이 글귀가 마음에 와서 슬픔을 만드네요. 나라의 전쟁때문에 죄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고 원폭의 피해를 고스란히 2대 3대까지 물려줘야 하는 아픔을 누가 알수 있을까요?
지금 합천에서 히로시마에서 온 도토리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이 그래도 살아가는 생명의 힘을 말해주는듯하네요.
도토리 나무는 아픔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의 상처가 생각나게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고 있는 것같아요.
며칠전 박람회에 갔는데 그곳에서 키티가 녹아내리는 모습이 담긴 상징물을 보았어요.
그 의미가 바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인한 참사를 나타낸다고 해요.
원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 아이들도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고요. 좀더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한다며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평화를 꿈꾸는 도토리 나무>를 읽으면서 아픈 역사와 마주 하고 보니 더 가슴이 아프고 , 아이가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원자력의 파괴력이나 전쟁의 무서움은 잘 전달된것 같아요.
평화를 꿈꾸는 도토리가 합천에서 잘 자라서 우리 나라에 희망의 씨앗으로 , 일본과의 화해의 연결고리로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