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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 탈출 ㅣ 두뼘어린이 1
백은하 지음, 이덕화 그림 / 꿈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책에 대한
흥미가 가장 많은 시기인, 초등학교 중학년을 대상으로 구성한 창작동화 두뼘어린이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100 점 탈출>이에요.
제목이며
표지가 상당히 재미있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내지요?
10살
딸아이도, 8살 아들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랍니다.
처음에 왜
100점을 탈출하지? 100점에 갇혀있고 싶지 않나? 하면서 제목이 이상하다고 하던 아이들도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더라고요.
중간중간
자기가 엄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인공 아이가 해준다며 속이 시원하다고까지 하는 걸 보면 아이들 속마음을 잘 그려낸
책인듯해요.
제가
읽어봐도 재미있더라고요. 아이들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이 책의
주인공 예진이에요.
예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도 100점 맞기가 힘들어요.
더 힘든
것은 시험 보기를 좋아하는 선생님과 자신이 100점을 맞기를 희망하는
엄마예요.
국어
시험지를 받은 날, 역시 엄마는 예진이의 점수를 보면서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사실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아서 가장 괴로운 것은 예진이일 텐데 말이죠.
다음날은
운동회 날이었는데요. 달리기를 하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연우가 건드려 넘어졌지만 예진이는 다리에 쥐가 나서 더 이상 뛰지 못하고
울어버리고 연우는 끝까지 달려가 엄마 다리에 매달린 풍선을
터뜨렸지요.
엄마는
이런 예진이에게 잘하는 것도 없다며 넘어져서 울었다고 타박을 하셨어요.
연우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였을 텐데 엄마는 그걸 안 해주시네요.
운동회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친 예진이에게 엄마는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하여 문제집을 풀라고 하네요.
엄마는
예진이가 아나운서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예진이의 꿈은 그게 아닌데 말이죠.
말을 잘
못 해서 자신은 아나운서가 될 수 없다고 해도 엄마는 공부만 잘하면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하면서 살 수 있다고
말하십니다.
예진이가
좋아하는 책도 못 읽게 하고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라고 하지요.
그림만
봐도 예진이가 얼마나 지금 힘든지 알 것 같아요.
엄마한테
시험지를 주며 한번 직접 풀어보고 외워 보라고 하고 싶다는 예진이의 말이 이해가 되고 말이죠.
내가 백
점 딸이 아니듯 엄마도 백 점 엄마가 아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아이들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들은 잘 모르시겠지요?
시험 보는
날 아침, 예진이는 배가 살살 아파집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런 예진이 걱정보다 시험 못 볼까 봐 더 걱정인가 봅니다.
시험지를
받아 문제를 풀다 보니 문제집에서 풀었던 문제들과 비슷한 게 많이 나왔어요. 엄마가 왜 문제집을 풀게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지요. 하지만
서술형은 여전히 어려웠어요. 요 말도 늘 딸이 하는 말이에요. 시험 보기 전에 문제집 열심히 풀고 나면 시험 보고 와서 꼭 하는 말이 왜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지 알겠다고 하지요. 그래도 공부하기 싫은 건 여전해요.^^
시험을
보다가 선생님께서 잠깐 자리를 비우셨고, 예진이는 짝꿍인 재동이의 답안지를 슬쩍 보게 되었지요.
늘
100점을 맞는 재동이의 답과 자신의 답을 비교해보니 답이 달라 재동이의 답을
보고 고쳐 적었어요.
왠지
수순인 것 같지요?
100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다른 친구의 답을 보고 베껴 쓰게 되는 게 말이죠.
역시나
예진이는 짝꿍 재동이와 함께 100점을 맞았답니다.
선생님께서
100점 맞은 친구들은 손을 들으라고 했지만 예진이는 당당하게 손을 들 수가 없었어요.
몇몇
친구들은 예진이의 100점에 놀라워하기도 했지요.
예진이는
100점을 받아 처음으로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어요. 하지만 재동이의 눈치가
자꾸 보였고 죄를 지은 듯 백 점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답니다.
예진이는
엄마에게 100점 맞은 것을 핑계로 선경이네 집에 놀러 갔는데요.
선경이는
희선이가 민철이가 시험 답을 베낀 것을 고자질한 것이 너무하다고 말하는데 예진이는 왠지 가슴에 뾰족뾰족 가시가 돋아나고 찔리는 듯 아프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76점을 맞아도 잘했다고 칭찬 듣고 친구처럼 엄마랑 통화하는 선경이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커지네요.
예진이가
100점 맞았다고 좋아하던 엄마는 예진이의 시험지를 보고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아이들은
엄마를 속이는 게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엄마는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르나 봐요.
예진이의
시험지는 답만 있고 풀이 과정이 하나도 없었기에 엄마는 예진이에게 솔직히 말하라고 합니다.
예진이는
끝까지 우기지 않고 솔직하게 엄마에게 털어놓는데요.
재동이처럼
똑똑하면 좋겠다고 하는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어서 백 점을 맞고 싶었다는 예진이의 말이 저의 가슴도 아프게 하네요.
아이들은
누구나 이런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시험을 잘 봐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을 거예요. 그 마음이 너무 커져서 다른
아이의 점수를 훔쳐서라도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은 그 마음을 무조건 잘못했다고 야단칠 수
있을까요?
엄마와
예진이는 결국 다투게 되고 그 다툼은 아빠와 엄마의 다툼이 되는데요. 재동이의
답 다섯 문제를 베껴 쓴 일이 가족을 엉망으로 만든 것 같아서 예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맙니다.
아빠는 왜 엄마가 예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하기를 강요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고 예진이는 엄마를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도
이제 예진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를 하고 더 이상 백 점 맞으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엄마와
예진이의 문제는 해결된 것 같죠?
하지만
다음날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선생님께서 100점 맞은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 앞에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지요. 엄마와 전 날
문제를 함께 풀어보았던 예진이는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아서 선생님께 자신이 전날은 그 문제를 풀 수 없었다고 재동이
답을 베꼈다고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깟 다섯
문제 때문에 백 점 감옥에 갇혀 양심을 속이고 싶지 않았던 예진이는 정말 큰 용기를 낸 거죠.
사실
선생님께 몰래 말씀드려도 되었을 텐데 친구들 앞에서 그렇게 고백하기는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 예진이에게 박수를 쳐주자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재동이의 답을 보고 백 점을 맞은 것은 잘못이지만 오늘 정직하게 말 한 용기는 천 점, 만 점 보다 귀한 행동이기에 박수 받아도
마땅하다는 선생님도 멋지시네요.
이제
예진이는 백 점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해졌어요. 또 이제는 백 점이 아닌 80점만 맞아도 되니까 마음도
가벼워졌지요.
<100 점 탈출>이라는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지요?
아이들이나
엄마들의 로망은 시험 점수 백 점일 테고 그 백 점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
백 점이 어떻게 받은 것인가가 중요한 거겠지요.
정말
노력해서 얻은 댓가라면 절대로 탈출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
노력하는 것조차도 본인의 선택과 노력이기 참 어려운 시대이고 사회이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나 새삼 더 느끼게
되네요.
나는
예진이 엄마처럼 아이에게 무언의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포장 아래 아이를 끔찍한 백 점 감옥에 넣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나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