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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토 청춘 스포츠 판타지

천년고도 교토 는 일본의 전통을 상징하는 지방 도시다.
고리타분한 옛 도시와 청년은 생경한 느낌이지만,
그렇기에 청춘은 더욱 빛나 보일 것이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현대 교토 를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와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으로 구성된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에서는
27년만에 전국 고교 역전 여자부 참가권을 획득한다.
후보 선수 사카토 는 교토 미야코오지 를 달릴 수 있다는
긴장은 없지만 안심이 되기도 한다.
육상부 고문 철의 여인 히시 유코 선생님은
2학년 고코미 선배가 빈혈 증상이 낫질 알아 출전을 포기했고,
사카토 를 대체 선수로 출전시키겠다고 말한다.
5구간 계주의 마지막 주자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허공에 대고 하얀 입김을 내뱉고, 도로 한가운데에 서서
5구간을 달리는 지역 대표 중 마지막 주자들은 휘몰아치는 찬바람을 견디고 있다.
사카토 는 역전 명문고 유니폼 을 입은 4번 선수의 다리 근육을 보고 깜짝 놀란다.
육상 잡지에서 본 유학생 주자가 튕기듯 땅을 차는 보폭의 크기며,
근육의 탄력은 사카토 의 넋을 놓게 만든다.
사오리 는 사카토 의 달리는 모습이 큼직큼직하고 즐거운 느낌이라 말한다.
유학생과 수준 차이는 엄청나지만, 온 몸을 지배하던 긴장감이 사라진다.
내년에 다시 미야코오지 를 경험할 수 있을지, 달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미야코오지 를 느끼지 않으면 아깝다.
걷잡을 수 없는 투쟁 정신이 샘솟는다.
거무스름한 기모노 를 입은 일고여덟명의 남자들이
옆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더 이상한 것은 연도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괴성까지 지르며 달리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벌어지기 시작한 간격을 다급히 좁혀가며 오른쪽 커브 로 들어선다.
오후 3시 반에 출발하는 신칸센 을 타기 전까지 자유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사찰과 신사를 구경하고 식사를 한다.
히치코 선생님은 사오리 에게 방향치 사카토 옆에 꼭 붙어 다니라고 엄명을 내린다.
특별한 목적 없이 느긋하게 한 바퀴 돌아볼 요량에 들어간
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신센구미 상품을 보면서 어제 본 남자들을 떠올린다.
사오리 는 대만 카스텔라 를 사러 사카토 와 잠시 헤어진다.
사카토 는 가라아게 가게에 줄을 서서 가라아게 한 봉지를 산 후
가라아게 가게가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 사오리 에게 라인 을 보낸다.
옆자리에 않은 파란색 벤치 코트 를 입은 사람을 사오리 로 착각하고
사카토 는 어제 용기 있게 달릴 수 있었던 각오를 말한다.
옆에 앉은 사람은 사오리 가 아니라, 어제 대회에서
나란히 달린 아라가키 니나 다.
아라가키 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따라붙었기에
선행 그룹 을 따라잡고, 네 명을 추월하지만, 결국 완패한다.
아라가키 는 사카토 에게 어제 코스프레 녀석들의 모습을 보았는지 묻는다.
아라가키 는 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한다.
진짜 신센구미 가 미부에서 나와 우리와 함께 달렸는지도 모른다.
사오리 가 손을 흔들며 사카토 에게 달려온다.
사카토 가 해야 할 일은 내년에 사오리 를 데리고
미야코오지 를 함께 달리는 거라는
아라가키 의 말이 사카토 의 마음에 확 박힌다.
아라가키 는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 먼저 일어서는
사카토 를 불러 세우는 데....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에서는
8월의 교토 분지는 불지옥 가마가 되어 대지를 삶아댄다.
교토 는 독이 든 늪과 같다.
구치키 가 축축하고도 독한 기운이 자욱한 정신적 사우나로
마음을 단련한 지 어언 3년 하고도 4개월 하고도 일주일이다.
8월의 더위에 산조키야마치 를 향해 자전거 페달 을 밟는 것은
다몬 이 야키니쿠 를 사주겠다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구치키 는 다몬 의 고민거리를 들어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여자 친구한테 차인 전말을 털어놓는다.
다몬 은 5학년 유급생이다.
연구실에 소속 되어 있지만 아르바이트 에만 전념하는 유령 학생이다.
미후쿠 교수님은 다몬 에게 졸업 논문의 교환 조건으로
다마히데 배 우승을 제안한다.
다몬 은 구치키 에게 미후쿠 팀 에 합류해 야구 시합에 나가달라 부탁한다.
공짜보다 비싼 건 없는 법이다.
다몬 의 비상식적인 말에 구치키 는 거부 반응을 보이지만,
다몬에게 3만 엔의 빚을 지고 호사스러운 야키니쿠 은혜까지
받았으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흘 전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던 때가 생각난다.
평소와 다르게 데마치야나기 로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가모 대교 아래에서 우산은 쓴 여자 친구는 이별을 통보한다.
아침 6시부터 다몬 과 야구를 하고 있는 상상을 한다.
인정사정없이 최악이다.
이틀 후 다몬 의 모닝콜 에 강제로 눈을 뜬다.
일기 예보를 찾아보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계속 폭염이다.
목적지는 고쇼G.
녹슨 야구용 백네트 바로 앞에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다몬 은 네 명이 연구실 멤버, 세 명은 같은 클럽 멤버 라 소개한다.
투수는 다몬 의 직장 선배인 귀고리 네 개를 한 노랑머리 사내다.
티셔츠 를 입고 있지만 양복바지와 구두는 참신하다.
상대 팀 남자들은 양복 상의를 벗고 눈을 가늘게 뜨며 타석에 선다.
5회 콜드 게임으로 나이스 하게 마친다.
다몬 은 앞으로 시합이 네 번 남았으니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구치키 는 과하게 건강한 아침이 네 번이나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하다.
다마히데 의 우승자는 다마히데 마마의 뽀뽀를 받을 수 있다.
다마히데 는 모두의 우상이었고, 비너스 였고, 태양이었다.
다마히데배는 30년 이상 전통 있는 대회다.
다마히데 마마가 현역으로 있는 동안은 대회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게
각 팀 대표들의 뜻이다.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 샤오 는 작은 체구의 여자 독설가다.
사마천의 사기에서 나오는 열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세미나 에서 가차 없이 말의 언월도를 휘두른다.
미후쿠 팀 멤버 두 명이 못 오게 되어 시합을 할 수 없다.
주장 다몬 은 샤오 는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된다고 강력하게 선언한다.
샤오 는 벤치 에 앉아있는 세미나 선배를 설득해 미후쿠 팀 에 합류하기로 한다.
샤오 는 일본 프로 스포츠 역사를 연구한다.
실제 시합을 보기 위해 고쇼 에 간다.
고시엔 출신 투수한테도 전혀 뒤지지 않는 투구를 선보인
투수 하야토 의 손톱이 부러져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샤오 는 당돌하게 에이짱 을 지명해 던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다몬 은 조심스럽게 에이짱 에게 투수르 부탁한다.
하야토 가 에이짱 에게 씌워준 모자의 양키스 마크가 꽤 잘 어울린다.
에이짱 의 제구는 불안하지만 역전의 대위기에도
상황을 즐기는 듯 눈가에 미소마저 띄고 있다.
4번 타자는 미후쿠 팀의 결정적 수비 구멍 샤오 를 노린다.
에이짱은 팔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올리고 다리를 크게 들어 올린다.
회오리바람이 부는 듯한 기세로 몸을 회전시키자
땅을 차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다.
심판의 시합 종료 선언이 울려 퍼지자 내야와 외야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샤오 의 태블릿 에는 전설적인 투수 사와무라 에이지 의
고색창연한 흑백 사진으로 가득하다.
조악한 흑백 사진을 인위적으로 컬러 채색한 사진 속 인물을 보며,
구치키 는 에이짱 이라 말하지만, 샤오 는 사와무라 에이지 라 말하는데....
8월의 고쇼 그라운드 와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 은
천년 고도 교토 에서 열리는 운동 대회를 배경으로,
현재와 과거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스토리 가 진행된다.
스포츠 의 기원은 전쟁이다.
올림픽의 꽃 마라톤 은 마라톤 전쟁에서 기원했으며,
고대 올림픽 경기 종목과 군사 훈련이 무관하지 않았다.
스포츠 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만
전쟁으로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교토 에서 벌어지는 사회인 야구 대회 다마히데 배 와
전국 고교 역전 미야코오지 여자부 대회에서 경기에 참가한
청년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미후쿠 팀에 합류한 에이짱, 엔도 미요지, 야마시타 세이치 의 미스터리,
니시오지 거리에서 고조 거리를 내달린 수수께끼 남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청춘은 열정의 시절이다.
평화의 시대에서 스포츠 는 흔한 일상이지만,
전란의 시대에서 스포츠 는 사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무더운 여름날 운동을 힘들어 하고 짜증낸다.
전쟁으로 자기가 원하는 야구를 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교토 의 무더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역전 경기 마지막 주자로 뛰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지만,
미부 의 신센구미 들은 목숨을 걸고 같은 길을 달려나간다.
다른 시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모습이 교토 의 운동 경기에서
겹쳐지면서, 비극적 전란의 시대에 희생된 청춘들의 모습은
평화 시대의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청춘은 운동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하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8월의 고쇼 그라운드"는 교토 의 역사적 장소와 사건을 스토리 에 버무려 낸다.
오봉, 오쿠리비 등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고,
일본의 역사적 사건, 인물 등을 통해 일본을 이해하면서,
시대에 따른 일본 청춘들의 삶에 공감하게 된다.
청춘은 희망이다.
사카토 와 아라가키 는 미야코오지 를 함께 달리고,
다몬 과 쿠치키 는 야구를 계속할 것이다.
뜨거운 한여름, 추운 겨울의 날씨도 청춘들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천년 고도 교토 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기묘한 경험은
청춘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문예출판사 와 컬처블룸 서평단에서 "8월의 고쇼 그라운드"를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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