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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밥상 - 수라와 궁궐 요리사 그리고 조선의 정치
김진섭 지음 / 지성사 / 2025년 3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리로 보는 조선의 정치

책을 선택한 이유
조선은 왕권과 신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붕당의 패거리 정치가 성행하며,
당파 싸움에 혈안이 되면서 국력을 소진하고 패망한다.
정치질의 수단으로 밥상을 이용한 조선의 정치를 알아보기 위해
"왕의 밥상"을 선택한다.

1부 나라에서 왜 요리사를 찾았나? 에서는
조선 개국 후 사병 연합체가 관군의 임무를 대신한다.
왕이 베푸는 연회는 사신들을 우로하고 격려하며,
외교적 문제를 차단하고, 조율하는 중요한 외교활동이다.
조정에에서는 연회 요리사 선정에 각별한 신경을 썼고,
충청도 병마절도사를 요리사로 불러들이기도 한다.
사옹방은 궁궐 음식을 맡는 조직으로 태조 때 설치되고,
사옹원으로 개칭되 조선 말기까지 존속한다.
종친 제조는 왕실, 인척, 총애를 받는 대신이 임명되어,
왕이 식사할 때 입시하여 음식의 청결 상태, 위해 여부,
식습관 등을 살피며 건강 유지에 신경을 쓴다.
별하정은 왕이 사신들에게 보내는 음식이다.
대신들이 별하정을 가지고 사신을 방문하여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등 먹거리도 외교 활동의 일부다.
사신과 함께 요리사를 파견한 조치는 외교적 관례를 넘어서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한 외교 활동에 해당한다.
사신 접대에 각별하게 신경 썼지만, 민생을 챙기는 왕일수록
백성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농사와 군사력을 위해 엄격하게 단속한 소와 말의 도살도
사신 접대를 위해 허용한다.
별사옹은 사신 접대에 고기 요리를 전담한다.
고기 요리 전문 인력은 사신 접대만이 아니라
국가와 왕실의 행사에서도 중요하다.
왕릉의 경우 제사에 사용할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능 주변에서의 도살이 허용된다.
조선 궁궐에는 요리는 남성이 담당하지만,
명나라에서는 요리를 잘할 줄 아는 궁녀를 요구하자,
사옹방에서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2부 왕의 밥상과 대신들 길들이기 에서는
나라에 큰 재앙이 발생했을 때, 왕은 하늘의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두려워하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반성한다.
철선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고, 감선은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철선은 왕이나 대신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왕을 보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대신들은
왕을 굶게 만들었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왕은 대신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의도에서
철선을 선언하기도 한다.
왕실에서 철선을 결정하고 끝내는 결정은 왕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진다.
철선은 왕과 대신들 모두에게 가볍게 거론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다.
감선은 왕에게 유교적 모범을 요구하는 신료 집단의 입장과,
감선을 통해 통치력을 유지, 강화하려는 왕의 입장이 맞물린다.
왕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에서
감선을 단행하거나, 일종의 시위 차원에서 감선을 선언하기도 한다.
왕의 밥상은 정국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열쇠다.
영조는 감선을 정치적으로 가장 적극 활용한다.
감선을 통해 왕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대신들에게,
정국을 바로잡기 위한 의지를 엄명한다.
근대화의 물결이 밀려 들면서 감선도 의미를 잃어간다.
전통적인 잔칫상보다 양식이 인기를 끌면서,
왕의 밥상을 대하는 정서가 달라진다.
고종은 감선을 선언하며 혼란한 정세를 극복해 보려고 시도하지만 역부족이다.
왕의 음식과 관련한 금기 사항이 생겨났고,
금기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관련자에게 죄를 묻는다.
3부 왕과 밥상 정치 에서는
왕의 행차는 왕의 신변을 보호하고, 왕의 존엄성과
나라의 기강을 세우는 일과도 연관이 있다.
태종은 대신들이 왕을 통제하려는 행동에 대해,
절차와 의식을 강조하여 경고한다.
성종은 자신만이 아니라 왕실 어른까지 감선에 동참시켜,
정치적으로 감선을 실천하면서 왕권을 견고하게 다진다.
명종 때부터 왕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거나 국면 전환용으로
감선을 선언하는 등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한다.
영조는 명나라에 보내는 특산물과 대비전에 올리는 음식 재료 외에는
백설들의 부담을 덜어주며, 고위직부터 절약을 솔선수범할 것을 명한다.
수라상을 대신들에게 양보하거나 대신과 수라상을 함께 하는 등
나누는 밥상 정치도 적절하게 병행한다.
탕평 정치를 지원하여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데
밥상 정치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4부 왕의 밥상에 아부와 사치가 담기기도… 에서는
왕의 밥상은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남원의 유자광은 작은 원망도 반드시 보복하고, 기세가 대단하여
사람들이 호랑이처럼 두려워한다.
유자광의 권력은 연산군의 밥상에서 나온 것이다.
주변의 신랄한 비판 속에서도 연산군의 두터운 신임을 얻는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일수록 백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정치를 위해,
왕의 밥상과 잔칫상보다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심을 기울인다.
연산군은 국력을 위축시키고 백생들에게 폐해를 끼칠지라도,
왕 개인의 기쁨과 만족을 주는 일을 우선시 한다.
왕의 밥상과 관련한 업무는 부패한 관리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대상이다.
연산군 대에는 잔치가 일상화되고, 사치와 향락으로 국고가 바닥날 정도다.
잔치에 동원되는 기생의 수를 대폭 늘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행사를 벌이며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다.
조선은 최고의 안정기를 누렸기에, 사치와 낭비를 10여년 간 버틸 수 있었지만,
연산군은 조선 건국으로 다져 놓은 국가 기반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왕과 왕실 음식을 담당하는 요리사, 궁궐 요리사 들은 격무에 시달리지만,
관리들의 개인적 부턱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수라간 요리사들이 역모를 모의한 집에 가서 요리를 하면서,
역모 사건 연루자로 조사를 받기도 한다.
5부 왕의 밥상에서 권력이 나온다? 에서는
왕과 왕실 요리를 담당한 공식 기구는 이조 산하에 있는 사옹원이다.
내시부는 궐내의 모든 잡무를 담당하고, 식생활 관련 임무도 수행한다.
다인청, 다인방은 조선시대 환관들의 처소를 말하며,
다인청 소속 노비들은 수라상 준비에 참여한다.
반감은 사옹원 소속으로 수라간 음식 조리 책임자다.
별사옹, 적색, 반공, 주색, 병공 등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조리사들이 참여한다.
내시부 소속 환관, 설리는 사옹원과 함께 계절에 맞는 음식과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설리의 우두머리 도설리가 사옹원의 진상 출납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게 되면서, 막강한 권세를 누리기도 한다.
물선을 공납, 보관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고,
사고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물론 사후 책임자를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다.
공납으로 확보하는 식재료는 대부분 건물이며,
생물은 일정 기간 생존 가능한 조류 또는 수류가 해당된다.
신선한 상태로 궁궐까지 진상품을 운반하기 위해,
석빙고를 축조하여 운영하는 지역들도 생겨난다.
내시부는 식재료 진상 시기와 보관기간 등을 고려한
수납시기, 재료 사용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내시부 소속 환관들은 물품의 수납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혹독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진상품 구입, 수납, 관리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횡포나 환관들이 주도하거나 연루된 부정 비리로 이어진다.
환관들은 왕과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이용해
권력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세도가 흉내를 내는 환관들도 생겨나고, 출세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환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일도 발생한다.
환관 등 왕의 밥상 관련자들이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도 무사한 것은
기본적으로 왕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이들의 처벌은 왕의 권위와도 무관하지 않다.
6부 왕의 밥상이 무기가 되기도… 에서는
왕을 살해하기 위해 왕의 밥상에 독약을 사용하는 경우,
비상, 고독이 이용된다.
기미는 냄새와 맛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기미상궁은 먼저 음식을 먹어보고, 음식이 상했거나
독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임무지만,
왕의 식사를 시중드는 역할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상궁들 사이에서 기미상궁은 대단히 인기가 있다.
감선은 수라상에 올리는 식기와 음식을 미리 검사하는 임무를 맡은 제조다.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례적인 절차의 성격이 더 강해진다.
왕의 밥상에 독을 타기 위해서는 궁궐 밖에서 독을 구하고,
궁궐 안으로 독약을 들여와 보관하며, 수라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승정원에서 수라간을 관리하며 엄격하게 통제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 사고들이 종종 발생한다.
궁궐 밖에서 만든 음식을 수라간에 들여오는 것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수라간에서 만든 음식이 아니면 왕의 밥상에 올리지 않는다.
국가 기강이 해이해질수록 수라간에서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커피를 이용해 고종 독살을 시도한 김홍륙 독차 사건을 말한다.
7부 왕의 밥상과 남성 요리사 에서는
모든 정치의 시작은 밥이다.
궁궐에서 제공되는 밥상은 백성을 위해서 나랏일을 제대로 하라는
공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궁궐에서는 왕과 왕실 외에도 원로대신에서 노비에 이르기까지,
차등을 두어 식사 등 먹거리가 제공된다.
제사상이나 잔칫상 등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을 궁궐에 초청한다.
양로연, 기영연 등 크고 작은 잔치를 베풀고,
연회가 끝나면 차렸던 음식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행사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궁궐 음식이 사가에 알려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왕실 밥상을 준비하는 주방인 수라간은 소주방이라고도 하지만,
소주방은 음식을 조리하는 기능, 수라간은 왕을 위한 주방의 성격이 강하다.
큰 잔치의 경우, 잔치가 열리는 전각과 가까운 곳에
숙설소, 행주방이라는 임시 가건물을 설치하여 음식을 준비한다.
영조의 기로소 가입이 결정되자 큰 잔치를 베푼다.
내선상과 참석한 내외빈에게 차려주는 상이며,
외선상은 2품 이상 고위 관리 및 종친과 외빈 등에게 차려주는 상이다.
내자시는 내선상과 외선상을 마련하고, 내섬시는 관원, 사축서는 군병,
예빈시는 귀한 손님들을 담당하여 잔칫상을 차린다.
왕권이 강할 경우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을 썼지만,
왕권이 약할 경우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
성종이 내린 도승지에게 내린 잔칫상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지만,
효심을 격려함으로써 부모 공경을 백성들에게 장려하는 모범을 스스로 보여준다.
수라간에서 여성들은 요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상을 차리거나 수라를 나르는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숙수는 조리사에 해당하며, 궁궐 밖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남성이다.
천민 신분에 잡직이지만 전문직에 해당하며, 품계와 직위도 주어진다.
조선 말기 궁내부가 폐지되자, 숙수들이 요릿집으로 진출하면서
궁중 연회 음식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된다.
궁궐에서 요리에 종사하는 관원들이 남성이었던 이유는
유교 봉건사회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지만,
하루에 장만해야 할 음식의 양이 엄청났고,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육체적으로 대단히 힘든 노동 강도, 각종 절차와 의식을 알아야 하고,
샤냥이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 파견되거나, 표범 가죽을 벗기는 등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궁궐 요리사들은 관련 부서들의 동정을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일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왕과 왕실의 식사를 시중드는 관직명에는 상자가 붙는데,
왕의 물건을 주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위에 따라 하는 일이 엄격하게 구별되었고, 상하 차이도 분명하다.
나인은 정해진 인원이 배치되어, 수라간에서 대전 또는 침전으로
음식을 나르는 임무를 수행하며, 식재료 운반, 설거지 등도 담당한다.
내명부는 궁궐에서 요리를 담당한 사옹원과 내시부와도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진다.
기미상궁은 수라를 먼저 맛보고, 식사 시중을 든다.
지밀상궁은 왕 또는 대비와 왕비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상궁이다.
퇴선간은 요리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수라상을 최종적으로 올리고,
식사가 끝난 상을 받는 곳이다.
주방상궁은 조선 중기 이후 숙수들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면서,
평상시 수라상에 올리는 음식을 담당한다.
주방상궁은 13세 정도의 소녀를 훈련시켜 요리를 전수하고,
조리 경험이 20-30년 이상 되는 전문 조리사로 자리 잡는다.
숙수는 궁궐로 출퇴근하고 아들을 조수로 데리고 다니면서,
세습에 의해 대대로 기술을 전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궁궐 잔치 준비에는 대령숙수 남성 조리사들이 동원되지만,
수라간에서 여성들이 요리에 직접 참여하게 된 이유는
임란 이후 궁궐 남성 요리사들의 감소와도 관련 있다.
장고마마 상궁은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한다.
"왕의 밥상"은 왕실에서 요리가 중요한 이유,
정국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왕의 밥상,
밥상을 이용한 왕권 강화 전략, 사치와 낭비를 일삼은 연산군,
왕의 밥상을 만드는 조직과 요리사들을 다룬다.
조정에에서는 연회 요리사 선정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사옹방은 궁궐 음식을 맡는 조직으로 태조 때 설치되고,
사옹원으로 개칭되 조선 말기까지 존속한다.
별하정은 왕이 사신들에게 보내는 음식이다.
먹거리도 외교 활동의 일부다.
사신 접대에 각별하게 신경 썼지만, 민생을 챙기는 왕일수록
백성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별사옹은 사신 접대에 고기 요리를 전담한다.
고기 요리 전문 인력은 사신 접대만이 아니라
국가와 왕실의 행사에서도 중요하다.
조선 궁궐에는 요리는 남성이 담당하지만,
명나라에서는 요리를 잘할 줄 아는 궁녀를 요구하자,
사옹방에서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철선은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고, 감선은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다.
철선은 왕이나 대신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왕을 보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대신들은
왕을 굶게 만들었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왕실에서 철선을 결정하고 끝내는 결정은 왕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진다.
철선은 왕과 대신들 모두에게 가볍게 거론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다.
감선은 왕에게 유교적 모범을 요구하는 신료 집단의 입장과,
감선을 통해 통치력을 유지, 강화하려는 왕의 입장이 맞물린다.
왕의 밥상은 정국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열쇠다.
영조는 감선을 정치적으로 가장 적극 활용한다.
감선을 통해 왕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대신들에게,
정국을 바로잡기 위한 의지를 엄명한다.
전통적인 잔칫상보다 양식이 인기를 끌면서,
왕의 밥상을 대하는 정서가 달라진다.
근대화의 물결이 밀려 들면서 감선도 의미를 잃어간다.
태종은 대신들이 왕을 통제하려는 행동에 대해,
절차와 의식을 강조하여 경고한다.
성종은 정치적으로 감선을 실천하면서 왕권을 견고하게 다지고,
명종 때부터 감선은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한다.
영조는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데 방상 정치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연산군은 왕 개인의 기쁨과 만족을 주는 일을 우선시 한다.
왕의 밥상과 관련한 업무는 부패한 관리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대상이다.
잔치가 일상화되고, 사치와 향락으로 국가 기반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수라간 요리사들이 역모를 모의한 집에 가서 요리를 하면서,
역모 사건 연루자로 조사를 받기도 한다.
왕과 왕실 요리를 담당한 공식 기구는 이조 산하에 있는 사옹원이다.
내시부는 궐내의 모든 잡무를 담당하고, 식생활 관련 임무도 수행한다.
다인청, 다인방은 조선시대 환관들의 처소를 말하며,
다인청 소속 노비들은 수라상 준비에 참여한다.
반감은 사옹원 소속으로 수라간 음식 조리 책임자다.
별사옹, 적색, 반공, 주색, 병공 등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는
조리사들이 참여한다.
내시부 소속 환관, 설리는 사옹원과 함께 계절에 맞는 음식과
입맛에 맞는 음식을 올려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공납으로 확보하는 식재료는 대부분 건물이며,
생물은 일정 기간 생존 가능한 조류 또는 수류가 해당된다.
신선한 상태로 궁궐까지 진상품을 운반하기 위해,
석빙고를 축조하여 운영하는 지역들도 생겨난다.
내시부는 식재료 진상 시기와 보관기간 등을 고려한
수납시기, 재료 사용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내시부 소속 환관들은 진상품 구입, 수납, 관리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부정 비리로 이어진다.
환관 등 왕의 밥상 관련자들이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도 무사한 것은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이들의 처벌이 왕의 권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미는 냄새와 맛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기미상궁은 먼저 음식을 먹어보고, 음식이 상했거나
독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임무지만,
왕의 식사를 시중드는 역할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인기 있는 직책이다.
감선은 수라상에 올리는 식기와 음식을 미리 검사하는 임무를 맡은 제조다.
왕의 밥상에 독을 타기 위해서는 궁궐 밖에서 독을 구하고,
궁궐 안으로 독약을 들여와 보관하며, 수라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궁궐 밖에서 만든 음식을 수라간에 들여오는 것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수라간에서 만든 음식이 아니면 왕의 밥상에 올리지 않는다.
모든 정치의 시작은 밥이다.
궁궐에서 제공되는 밥상은 백성을 위해서 나랏일을 제대로 하라는
공적인 의미를 강조한다.
궁궐에서는 왕과 왕실 외에도 원로대신에서 노비에 이르기까지 먹거리가 제공된다.
제사상이나 잔칫상 등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을 궁궐에 초청하고,
차렸던 음식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궁궐 음식이 사가에 알려진다.
소주방은 음식을 조리하는 기능, 수라간은 왕을 위한 주방의 성격이 강하다.
큰 잔치의 경우, 잔치가 열리는 전각과 가까운 곳에
숙설소, 행주방이라는 임시 가건물을 설치하여 음식을 준비한다.
내자시는 내선상과 외선상을 마련하고, 내섬시는 관원, 사축서는 군병,
예빈시는 귀한 손님들을 담당하여 잔칫상을 차린다.
왕권이 강할 경우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을 썼지만,
왕권이 약할 경우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
수라간에서 여성들은 요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상을 차리거나 수라를 나르는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숙수는 조리사에 해당하며, 궁궐 밖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남성이다.
천민 신분에 잡직이지만 전문직에 해당하며, 품계와 직위도 주어진다.
궁궐에서 요리에 종사하는 관원들이 남성이었던 이유는
유교 봉건사회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지만,
하루에 장만해야 할 음식의 양이 엄청났고,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육체적으로 대단히 힘든 노동 강도, 각종 절차와 의식을 알아야 하고,
샤냥이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 파견되거나, 표범 가죽을 벗기는 등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나인은 정해진 인원이 배치되어, 수라간에서 대전 또는 침전으로
음식을 나르는 임무를 수행하며, 식재료 운반, 설거지 등도 담당한다.
내명부는 궁궐에서 요리를 담당한 사옹원과 내시부와도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진다.
기미상궁은 수라를 먼저 맛보고, 식사 시중을 든다.
지밀상궁은 왕 또는 대비와 왕비 등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상궁이다.
퇴선간은 요리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수라상을 최종적으로 올리고,
식사가 끝난 상을 받는 곳이다.
주방상궁은 조선 중기 이후 숙수들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체하면서,
평상시 수라상에 올리는 음식을 담당한다.
수라간에서 여성들이 요리에 직접 참여하게 된 이유는
임란 이후 궁궐 남성 요리사들의 감소와도 관련 있다.
한류의 시작은 드라마 대장금 이다.
하찮은 말단 궁녀가 궁중 최고 요리사가 되고, 조선 최고의 의녀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 는 권력 쟁탈과 암투라는 사극의 천편일률적 서사에서 벗어나,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궁중요리와 의학 제도를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알려지게 되고,
전세계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선풍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은 살아가는 데 필수적 요소다.
음식에는 삶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음식을 활용하기도 하고,
음식을 이용해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기도 한다.
왕권이 강화되면 왕의 밥상의 위세는 등등해지고,
약화되면 준비 단계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음식의 변화는
왕의 밥상의 정치적 의미를 격하시키기도 한다.
왕의 밥상에 담긴 정치 고수들의 수 싸움의 이야기는
사소한 밥상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한다.
"왕의 밥상"을 만드는 데는 수많은 조직과 인력이 동원된다.
요리를 중시하면서도 정작 요리사들은 홀대받는다.
낮은 신분에 과중한 노동 강도에 다양한 잡역에 시달리면서,
남성 궁궐 요리사 숙수들은 몰락해간다.
숙수의 쇠퇴에 따라 여성 요리사인 주방상궁으로 대체되면서,
여성 권력인 내명부가 강화되는 것은 흥미롭다.
왕의 밥상은 권력이기도 한다.
내시부 소속 환관들은 진상품 구입, 수납, 관리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횡포와 부정 비리를 일삼는다.
환관들이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세도가 행세를 하기도 한 것은
왕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기술자를 천대하고 대우 하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숙수의 몰락과 주방상궁의 부상은 단순한 시대 변화가 아니라,
환관들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러 상황을 조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의 뜻은 손아귀에 넣어 마음대로 다룬다는 의미와
음식을 조리한다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요리에는 정치적 의미와 결코 무관하지 않으며,
권력자의 행동, 조직과 제도의 변화 등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왕의 밥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오늘날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 하면서,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왕의 밥상"은 요리의 관점에서 조선의 정치, 관료제를 바라보면서,
조선 사회의 정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궁궐 요리 문화를 파악하여,
정치적 제스처 의 의미를 통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성사 와 컬처블룸 서평단에서 "왕의 밥상"을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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