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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음을 위로하는 식당 키친 常夜灯
레스토랑 패밀리 그릴 시리우스 는 도쿄, 가나가와 에 매장을 두고 있는 체인점이다.
나구모 미모사 점장이 근무하는 아사쿠사 지점은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아 매일 정신이 없다.
미모사 의 집 2층에서 불이 난다.
소방차 호스 에서 거센 물대포가 떨어지면서
미모사 의 집은 나이아가라 폭포로 변한다.
회사에 부탁해, 현재 창고로 쓰이는 폐쇄된 옛 기숙사에 묵게 된다.
설비부 가네다 는 예전 기숙사의 관리인이였으며,
현재는 창고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옛 기숙사에서 숙식한다.'
아사쿠사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오픈 시간 이후로 계속 만석이다.
매일 밤 일을 마치면 허기가 엄습한다.
식사를 하고 싶지만 어디나 라스트 오더 가 끝난 시각이다.
공복이어도 막차를 신경 쓰며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가네다 는 미모사 에게 3년 전 새벽에 레스토랑 에서
먹었던 코키유 그라탱 을 소개한다.
패밀리 그릴 시리우스 의 인기 메뉴는 햄버그 스테이크 와 그라탱 이다.
토요일 은 쾌청했고, 아침부터 바빴으며, 아르바이트생 둘이 안 나온다.
멀티플레이어 로 움직이면서, 가까스로 하루를 넘기고,
밤 11시 반 전철에 오른다.
12시가 넘은 도시의 밤이 조용할 줄은 몰랐다.
키친 상야등, 심플한 간판에 검은 글씨가 그림자 같다.
외벽은 까칠까칠한 콘크리트 였고, 베란다 는 철책이다.
스테인드글라스 로 된 창문은 형형색색의 희미한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은신처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어서 들어가기 전부터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
바 입구 같은 중후한 나무 문을 열자 경쾌한 벨 소리가 울리고,
순도 높은 진짜 정통 양식의 향에 습격당한다.
기분 좋은 조명은 깊은 밤을 밝히기에 알맞은 포근한 색감이다.
셰프 는 성실해 보이지만 얇은 은테 안경 때문일까,
흰색 조리복보다 컴퓨터가 어울릴 것 같다.
메뉴판 의 비스트로 프렌치 요리는 다 맛있을 것 같다.
키친 이란 이름은 친근함을 고려한 것일까,
프렌치 식당에 언밸런스 하게 느껴진다.
주문을 받은 작은 체구의 여자와 키가 훤칠하게 큰 셰프 가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이 잘 어울려 보인다.
한밤중에 코키유 그라탱 을 주문한 가네다 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레드와인 과 퐁 드 보, 쇠고기의 감칠맛이 녹아든 향긋한 향이
접시에서 피어오른다.
동그란 빵, 불 에 접시에 납은 소스가 잘 스며든다.
빵의 단맛과 진한 소스가 또 다른 맛을 가져다줘
남김없이 깔끔하게 소스를 다 먹을 수 있다.
새벽 1시가 넘었다. 계산을 끝내자 여자가 배웅을 나온다.
어두컴컴한 통로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터널 같다.
여자는 가게 카드 를 미모사 에게 건넨다.
키친 상아등 이라는 가게 이름과 오너 셰프 기노사키 케이,
소믈리에 쓰쓰미 지카 라는 이름만 적혀 있다.
가게의 분위기, 고요함, 공간을 채우는 향, 마음을 풀어주는 서비스,
전부 훌륭하다. 또 가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휴무다.
미모사 는 불면증 탓에 쉬는 날에는 온 몸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 잠이 잘 안 올 뿐이다.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자 불현듯 불안해진다.
갑자기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난다.
키친 상야등 의 희미한 간판에 이끌리듯
스테인드글라스 너머의 불빛이 쏟아지는 밤거리를 걸어
입구에 다다른다.
반갑게 맞아주는 쓰쓰미 의 얼굴을 보자 미모사 는 긴장이 풀린다.
알자스 화이트 와인 에 샤르퀴트리 모둠 을 주문한다.
미모사 는 화재로 집이 불에 탄 얘기를 꺼낸다.
미모사 는 쓰쓰미 나 셰프 가 완전한 타인이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쓰쓰미 의 따뜻한 손길이 어깨를 어루만져 주자 눈물이 흐른다.
회사의 강요로 점장이 되었다는 얘기를 쓰쓰미 에게 털어놓는다.
쓰쓰미 는 셰프 와 같은 레스토랑 에서 일했고,
지배인 으로 일하는 게 싫어서 도망쳤다고 말한다.
쓰쓰미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배를 채우고,
맛있다는 생각으로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라고 말한다.
셰프 는 무엇을 원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며,
삶의 방식도, 일도 제 분수에 맞게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셰프 는 미모사 앞에 접시를 놓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언젠가는 주어진 일에 걸맞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라탱 인데 치즈도, 베샤멜소스 도 없다.
감자 밑에는 흐물흐물해진 양파기 완전히 걸쭉하고,
잘게 썬 베이컨 이 숨어 있다.
그라탱 겉면의 감자는 노릇노릇하며, 바삭한 고소함과
포슬포슬한 식감이 즐겁다. 순한 맛이 몸속에 서서히 스며든다.
막차를 놓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밤새도록 불을 켜놓는 곳, 키친 상야등의 이름이 이해가 간다.
라스트 오더 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까지 하고 있다는 쓰쓰미 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미모사 는 키친 상야등 의 의미를 정말로 이해한다.
차가운 겨울 밤 9시가 넘은 패밀리 그릴 하우스 매장은 붐비지 않는다.
문과 창문 틈으로 스미는 냉기가 느껴진다.
추운 밤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서 뜨거운 욕조에라도
몸을 담그고 싶다.
주방도 더 이상 주문이 없어 마감 준비를 착착 진행하면서,
마감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시 2분 전 라스트 오더 직전의 불청객이 들어온다.
중년 부부가 메뉴판을 들여다 보며 4인분을 주문하고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온다.
주방의 나가쿠라 는 늦은 시간에 주문을 한다고
투덜대며 주문서를 난폭하게 잡아 뜯는다.
니스식 샐러드, 감자튀김, 굴튀김, 스파게티 볼로네제,
해산물 도리아, 데미글라스 햄버그스테이크,
토마토와 치즈 햄버그스테이크, 따뜻한 커피 둘과
아이스 로열 밀크티 하나.
마감 시간 10시 반을 지나서 모든 메뉴를 다 내간다.
한 테이블 손님 때문에 직원을 더 남겨둘 수는 없다.
매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출과 인건비는 숫자로 보고되기 때문에
종종 무자비한 질책을 받는다.
오사카 로 전근을 가는 아들의 짐 정리를 하다보니,
늦게 식사를 하게 되어 고맙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쿵 울린다.
감상에 빠져 있을 틈은 없다.
후딱 치우고 돌아가지 않으면 막차를 놓친다.
매장을 둘러보며 점검을 끝낸 뒤 뒷문으로 나간다.
빨리 돌아가기만 바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채
이별을 앞둔 가족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는
손님이 마음 속에 남아 개운치 않다.
자신의 상식만이 전부라고 믿는 나가쿠라 에 분노한 탓에
이상하게 신경이 곤두선다.
명랑한 쓰쓰미 와 언제나 변함없는 셰프 를 만나고 싶다.
잔잔하게 흐르는 상야등의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안도하고 싶다.
골목 끝에 희미한 간판의 불빛이 보인다.
미모사 는 기분을 되돌리기 위해 키친 상야등 문으로 들어가는데....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는
레스토랑 패밀리 그릴 시리우스 아사쿠사 지점 나구모 미모사 점장이
키친 상야등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점장으로서의 책임감, 베테랑 문제 직원 나가쿠라 와의 갈등 등으로
미모사 의 불면증을 심해져 간다.
오너 셰프 기노사키 케이, 소믈리에 쓰쓰미 지카의 정성이 담긴
걱정이 짓눌린 밤 감자 그라탱,
불안한 감정을 잡아줄 콩소메 소프,
충분한 보상이 필요할 때 어린 양고기 요리,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 바스크식 파테,
전하지 못한 진심을 담은 크렘케러멜 등
셰프 의 요리를 먹으면 지친 몸에 맛이 삭 스며들어, 힘이 난다.
안심하고 늦은 밤까지 일할 수 있는 것도 키친 상야등 때문이다.
지쳤을 때야말로 나를 격려해 주는 가게다.
상야등 에서 미모사 는 점장으로 일할 힘을 얻고,
나나코 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고독을 치유한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어울려지는 서비스 이야기는 흥미롭다.
키친 샹야등은 손님 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셰프 가 어른이 되어 자기 손으로 만들어 낸 소중한 안식처다.
기노사키 셰프 는 어머니를 위한 요리를 준비한다.
키친 상야등의 영업 종료는 셰프 와 쓰쓰미 의 영업 종료지만,
손님들에게는 시작의 시간이기도 하다.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에서
키친 상야등에서 하루의 시름을 달래는
미모사 와 키친 상야등 단골 손님들의 이야기는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손님들을 기쁘게 하도록 노력하고,.
매사에 성실하고 정성스럽게 임하는 셰프의 모습은
음식이 주는 삶의 기쁨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오모태나시 御持て成し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서비스 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야 한다.
고객을 위로하고, 감정을 달래주어야 한다.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은
식당을 배경으로 맛있는 음식과 삶의 이야기가 버무려지면서,
삶의 어려움을 잊고 살아갈 힘을 주는 따스한 이야기를 통해,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서비스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모모 와 컬처블룸 서평단에서
"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을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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