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 현대판 단테의 『신곡』 오에 컬렉션 5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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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골짜기 마을의 은둔자 기이






책을 선택한 이유



K는 고향 숲 골짜기 동네에 살던 누이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우리의 오랜 친구이자 기이 형의 아내 오셋짱 이

기이 형이 대규모의 사업을 벌여 불안하다는 것이다.


기이 형이 항상 해 온 엉뚱한 짓의 연장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자신을 억제하는 태도가 불안해진다.


기이 형은 편지에서 은둔자 기이 라는 말을 쓴다.


은둔자 기이 는 기이 형이 투옥 중일 때 지은 소설에서,

정신이상으로 숲속에 살다가 불의의 죽음을 당한

실재 인물을 마을사람들이 부르던 말이다.


기이 형은 자기에게 딱 들어맞는 이름이라고 편지에 적는다.

K는 기이 형에게 공부를 배우면서 제자 격이 된다.





기이 형은 단테 신곡 지옥 제13곡을 암송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 요소를 좁은 모래톱에 표시한다.


수목은 EARTH를 통해 만들어지고,

수목이 열을 받아 타면 FIRE가 되고,

수액 WATE와 증기 AIR를 흘려낸다.


오유 는 기이 형의 이아기에 감동하며,

기이 형은 단테가 노래하는 숲의 정경을 들려준다.


단테가 노래하는 나무 하나하나는

자살한 사람들의 영혼이 묶여 있는 감옥이며,


자살한 사람들은 참혹하게도 자신의 육체에서

혼을 뽑아낸 자들이며,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육체를 발견해도 영혼에 걸칠 수 없다.






버스 차창 너머로 어두운 지형 나무들의 모습도

얼마간 순해지는 듯 하고, 내리막길을 침착하게 달린다.


마중을 나온 기이 형은 가족들이 내리는 짐을

왜건의 짐칸에 솜씨 좋게 싣는다.


기이 형의 상흔이 있는 머리 옆 쪽에서 귀밑으로,

흰 머리가 많이 눈에 뜨지만 쇠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기이 형은 본동네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

오셋짱 에게 K의 집으로 가는 운전대를 맡긴다.


오셋짱 은 K 내외에게, 요즈음 기이 형이

본동네 사람, 골짜기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으며,

결국 살인범으로 취급당한다고 말하는 데......


K는 기이 형의 댐공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죽어가는 덴쿠보 큰 노송을 보는 위화감은

인공호수에 대한 불안한 감정으로 느낀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는

제2차 세계 대전 말기와 전후의 혼란한 시대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삶의 모습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을 이야기한다.


기이 형은 시게루 를 엽기적으로 살인하며 나락에 빠지고,

출옥 후 덴쿠보 제방 만들기에 집착하면서

지역 사람들과 첨예한 갈등을 겪게 되는 모습이,


기이 형이 즐겨 읽던 단테의 신곡의 구절들과

오버랩 되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지나간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며,

현세를 살아가는 동안 떠나간 사람을 위해,


편지를 써 내려가기 결심하는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의 이야기는,


오에 겐자부로 의 저서 "읽는 행위"에서 소개한

오에 가 쓴 시, 오에 의 삶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오에 의 자전적 삶의 이야기가 소설에 투영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흥미롭다.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는 숲속 골짜기 마을

은둔자 기이 의 삶을 단테의 신곡에 투영하면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21세기문화원 과 컬처블룸 서평단에서

"오에 컬렉션 V_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를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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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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