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Blu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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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 약속과 새로운 도전




두오모 거리에는 늘 햇살이 비치고 있다.


피렌체 거리 한복판에 우뚝 솟은 두오모는

어느 방향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하양, 초록, 분홍 대리석으로 장식된 대성당,

꽃의 성모 성당은 위엄과 우아함으로 압도한다.


일을 끝내고 아틀리에를 나와 퐁테 베키오 앞에서

저녁 노을에 물들어가는 두오모 의 쿠폴라 를 바라보면,


두오모까지 걸어가고 싶지만 꺼림칙한 기분도 느낀다.

아가타 쥰세이 는 아직도 아오이가 잊히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고 받아준 단 한 사람, 아오이.


잊을 수 없는 여자가 있다고 해서, 지금이 불행하거나,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쥰세이 는 미술품 복원 공부를 하러 이탈리아에 온다.


조반니 는 스승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같은 존재다.


대학 시절에 아오이 를 모델로 데생을 하곤 했다.

아오이의 나체는 섹시하다기보다 투명하고 아름답다.


메미 는 모든 점에서 아오이 와 정반대다.


육감적이면서 열정적이며, 외모는 대리석 조각 같지만,

성격은 천진무구한 어린애다.



이 거리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관대하게 펼쳐진

기본 좋은 하늘 때문이다.


두오모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피렌체의 텅 빈 하늘은

스물일곱의 쥰세이 를 기억의 속박에서 해방시킬 것 같다.


아오이 와 마지막 데이트 장소는 처음 만났던 미술관이다.


복원된 중세 명화 곁에 복원 전 사진이 걸려있다.


생명력이 넘쳐 흐르면서, 생생하고 아름답게 되살린

복원사의 기술에 감동한다.


그날 미술관에서 서로의 감정을 일거에 폭발시킨다.


얼굴을 튀틀고 큰 소리로 외치던 아오이의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복원 작업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미세한 부분에서,

아오이 의 얼굴은 마음을 마구 뒤흔든다.


복원 일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명화를 되살려 내기 위해서는

화가가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하는 데서 시작된다.


화가가 살았던 먼 과거를 현대에 되살리고,

더 먼 미래로 어어져가는 것이 쥰세이 의 삶의 의미다.


피렌체 거리에서 나 자신을 재생시킬 수 있을지,

내 안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을지 생각한다.




뉴욕에서 태어나 자라 일본을 거의 알지 못했고,

할아버지의 충고로 대학에서 일본 문화를 전공한다.


메미 는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라 외국인 취급을 받으며,

외국어에 알레르기를 갖는다.



아오이 의 무표정한 얼굴은 메미와 대조적이다.


염세적이며,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

눈동자는 섬세하고 부서질 것 같다.


5월 25일.


아오이의 스물일곱 번째 생일이다.

어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내일은 영원히 손을 뻗칠 수 없는 저편에 있다.


메미 와 메미 의 한국인 룸메이트 인수 와 파티를 한다.

이탈리아어로 옛 애인의 생일이라 말하자

룸메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조반나 에게 메미 를 소개하면서, 애인이라 밝히지 않자,

메미 는 기분이 상한다.


쥰세이 는 아오이 가 남학생에게 대화하다가,

어색하게 준세이 를 소개했을 때,

질투의 화신이 되어 아오이 를 공격한 기억을 떠올린다.


후회한다. 그러나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점점 앞으로만 나아갈 뿐이다.

메미 의 등을 바라보며 탄식을 뱉는다.


한 달이나 복원 작업을 하던 프란체스코 코사의

작품을 누군가가 찢어놓았다는 연략을 받는다.


복원이 임박한 작품은 칼로 사정없이 난도질 당한다.

신문은 내부 범행설을 보도하고, 동료들과 갈등이 벌어진다.



가을이 깊어갈 즈음, 쥰세이 는 긴 휴가를 받는다.


메미 와 함께 메미 의 아버지를 찾으러 밀라노 로 떠난다.

메미 는 처음 떠나는 여행에 웃음이 가실 줄 모른다.


메미 의 천진난만한 성격에 쥰세이 는 구원받지만,

입속으로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을 중얼거린다.



밀라노 의 두오모 는 피렌체 보다 화려하다.

메미 는 두오모 에 올라가고 싶어한다.



밀라노 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오모,

피렌체 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두오모 다.


스무 살 아오이는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자고 약속한다.


오늘의 이 마음을 언제까지 간직하기 위해서,

아오이 의 서른 살 생일날, 쿠폴라 에서 기다려야 한다.


아오이 와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쥰세이 는 두오모 오르는 것을 포기한다.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광장에 모여 있던 비둘기들이 날아들면서,

그립고 낯익은 한 여자가 스쳐 지나간다.



안젤로 에게 전해들은 프란체스코 코사 사건의 진실,


고통의 기억을 잊기 위해 귀국하며 알게된

아오이 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근황,


할아버지가 그리는 피렌체 그림의 마리아 상에서

보여지는 익숙한 얼굴의 정체,


일본에서 프란체스코 코사 가 만년에 그린

유채화 복원 작업의 과정,


메미,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 옛 연인 아오이,

조반나, 인수 등과의 만남을 통해서,


쥰세이 의 아오이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커져가는데....



피렌체의 거리는 중세를 간직한다.


어리석음과 위대함이 동거하며,

복원을 거듭하고 과거를 응시한다.


방황의 터널을 빠져 나온 쿠폴라 위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360도로 펼쳐진

피렌체의 거래를 내려다본다.


하나의 연애 스토리도 주인공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일 수 있다.


츠지 히토나리 는 쥰세이 의 이야기를

"냉정과 열정사이 Blu"에서,


에쿠니 가오리 는 아오이 의 이야기를

"냉정과 열정사이 Rosso"에서 풀어낸다.


2년간에 걸쳐 주고받은 독특한 연애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은

쥰세이 와 아오이 의 운명을 이끌 것이다.



현재는 순간이 아니라 계속되어가는 것이다.


복원사는 과거를 복원하고, 미래로 이어주면서,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님을 안다.



쥰세이는 십 년 전 약속을 소중하게 기다리면서,

두려움과 불안, 망설임의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후회 없는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야 함을 깨닫는다.



미래를 손에 넣기 위해 밀라노 행 국제 특급에 올라탄 쥰세이,

아오이 와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냉정과 열정사이 Blu"의 페이지를 흥미롭게 넘긴다.



소담출판사 와 소담 북카페에서

"냉정과 열정사이 Blu"를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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