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 개정판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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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의 연기에 대한 열정





아타미만의 불꽃놀이 대회장으로 가는 길,

베니어판 몇 장만 얹은 간이 무대에서,

스파크스 의 도쿠나가 는 야마시타 와 콤비 개그를 펼친다.


축제의 흥을 돋우는 격렬한 전통음악 소리 때문인지

주어진 십오 분이 종료될 때까지 축제에 가는 사람들은

무대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복수해 줄게 라는 분노에 찬 중얼거림을 하면서

스쳐가는 두 사람의 개그 콤비가 있다.


도쿠나가 는 사람들에게 지옥을 부르짓는

무바비한 천진함의 개그에 경외감을 품는다.


천치들 의 가미야 사이조 는 도쿠나가 에게

남들과는 다른 걸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도쿠나가 는 가미야 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가미야 는 도쿠나가 에게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가미야 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코미디언은 일상의 다양한 행동까지 모조리 개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온 힘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적은 드물고 파도 소리만 고요히 들린다.


오늘 목격한 것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동안에

너의 언어로 글을 쓰라 는 가미야 의 말을 떠올리면서,


도쿠나가 는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궁리한다.






아타미 불꽃놀이 대회 때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작은 극장 무대에서 오디션을 준비한다.


스파크스는 극장 무대에 서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다.


가미야 가 오사카에서 도쿄로 거점을 옮긴다는 연락을 한다.


천치들 은 일반인에게는 무명이지만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불손한 태도와

가미야 의 파트너 오바야시 의 불량 학생

과거 때문에 악명이 높다.



가미야 와 함께 기치조지 거리를 걷는 것은 신기한 감각이다.


연못가에서 평범한 모습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젊은 남자가 악기를 두드린다.


가미야 가 젊은 남자에게 제대로 치라고 꾸짖자,

남자는 빨간 모자의 차양을 잡고 고개를 숙인다.


가미야 는 엄청 폼 나는 악기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듣고 싶으니 제대로 들려달라고 말한다.


남자는 떨떠름하게 악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가미야 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오른발로 리듬을 타자,

남자는 빠르게 템포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가미야 가 오른손을 내밀어 두어 본 손바닥을 움직이자,

남자는 조금씩 템포를 늦추고,


가미야 가 적당한 시점에서 오른 손을 거둬들이자,

남자는 템포를 유지하고 연주에 몰두한다.


가미야 의 지휘에 따라 남자는 긴 머리칼을 내두르며

치열하게 연주하고, 소리와 소리의 여운이 연쇄하면서

선율이 된다.


가미야 는 유치한 가사를 붙여 큰 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고

한참이나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빗방울이 어깨를 적시자 사람들은 하나둘 흩어졌지만

남자는 계속 악기를 두드린다.




빗방울이 세차게 길바닥을 때리자

무사시노 커피점 계단을 오른다.


가미야 는 코미디언은 철저히 바보가 되어서

감각에 솔직하게 재미있느냐 아니냐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좌우될 것 없다고 말한다.


가미야 는 언제나 코미디언이고 싶다며

자신이 남이 만든 것에 대한 험담만 늘어놓는다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도쿠나가 에게 말한다.


콤비 개그는 두 사람이 최상의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라는

근본으로 되돌아게 해준 귀중한 존재다.


연일 작품을 짜고 대사 맞추기에 골몰하지만

수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세타가야 공원은 가을 빛에 물들었지만

단풍나무 한 그루만 초록 잎을 매단 채 서 있는데....



코미디언은 사람들을 웃기는 희극 배우다.


남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언의 삶은 즐거울 것인가.


코미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천부적 재능을 가진 동료 코미디언을 보며 좌절하고,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코미디언의 삶의 애환이다.



"불꽃"은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된


코미디언이 되지 못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고민했던 바닥 모를 공포감,


만신창이 흙투성이 같은 코미디언의 삶과

인생의 애매한 관계를 끝내야 하는 아픔,


신념을 갖고 주위에 아부하지 못하며,

자신만의 개그를 하는 외로움


모든 것이 때늦은 일이 되어지고,

세상 모두가 타인처럼 느껴지는 두려운 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도전하는 두려움


등 코미디언의 삶의 애환을 이야기 한다.




찰리 채플린은 진정으로 웃으려면 고통을 참아야 해,

고통을 즐길 수 있어야 해 라고 말한다.


코미디언은 남들을 즐겁게 하지만

코미디언의 삶은 고통 속에서 자유롭지 않다.


삶의 고통과 애환을 이겨내면서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코미디언들의 삶의 이야기는


웃음 속에 는 삶의 진한 페이소스가

깃들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소미미디어 와 컬처블룸 서평단에서

"불꽃"을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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