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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주말 같은 남편과의 관계
봄이면 온 동네에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고,
가을이면 단풍 든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널찍한 공원 옆 좁다란 아파트로 이사한다.
생활은 조금은 슬프고, 대체로 평화롭지만 불행하다.
공원은 계절, 시간, 요일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세수를 하고 립스틱만 바르고 집을 나선다.
빵 가게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빵을 먹는다.
혼자 있고 싶을 때는 밤에 공원에 간다.
트럼펫이나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폭력적이며,
감상적인 음색이 귀를 적신다.
밤의 공원은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서글픈 마음의 물 속 같다.
낮의 공원은 어린 아이들과 젊은 엄마, 노인과 개, 산책하는 사람의 장소다.
결혼 전에는 남편과 종종 공원에 갔다.
같이 살게 되면 공원 옆에서 살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자주 산책을 하지 않는다.
주말의 공원은 평일과 달리 색상이 화려하다.
주말에 남편과 공원을 산책하다가 평일에 만나던 어린이들과 마주치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거북하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회사를 다니지 않으므로 주말의 개념이 없었다.
주말에만 놀 수 있는 남편과 연애 하면서 주말이 좋아졌다.
일하는 시간과 개인적인 시간을 나눠 하루를 생활하지만
남편은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개인적 생활을 한다.
주말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지만 매주 남쪽 섬에서 바캉스 떠나는 기분이다.
둘만의 남쪽 섬에서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지내면서 티격태격한다.
남편은 치울 줄 모르고 무심하며, 감정을 경시하는 경향은
나의 참을성 없고, 감정적이고 양보를 모르는 성격과 부딪히며 싸움이 난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평일이 찾아오면 안도감이 몰려든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에쿠니 가오리의 남편 이야기다.
남편과 같이 살면서 생활에 색깔이 입혀진다.
혼자가 둘이 되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남편과 함께 하면서 어른 만이 할 수 있는 의존을 깨닫는다.
남편과 함께 있고 싶고, 모든 것을 함께하고 싶지만
남편과 나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부부 싸움을 하면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지르고 나가면
남편은 일시적 변덕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한다.
결혼은 항구적인 변덕이 아니냐는 질문을 부인하는
절망에 찬 남편의 눈을 보며, 진실을 말했다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사람은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린다.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내가 보아 온 풍경과 남편이 보아 온 풍경을 모두 사랑한다.
남편과의 추억, 일상을 함께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부부의 관계를 이어주는 관용과 정열, 삶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혼 시절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이 차이나며,
라이프사이클도 서로 다른 부부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조화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남편이 상냥하게 대해 줄 외간 여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외간 여자에게는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초콜릿 선물을 기꺼이 받는다는 등 일상의 소재를
감각적이고 세련된 필체의 인상 깊은 글로 풀어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이야기로 남기는 에쿠니 가오리의 글솜씨는
에세이에서도 빛을 발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혼의 단상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조화해 나가면서,
새로운 인생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도 멋진 에세이로 거듭날 수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와 함께 제공되는
양장 노트 いくつもの週末을 통해 자신의 일상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적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소담출판사 에서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을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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