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의 자리 트리플 18
이주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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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향 퀴어 단편소설집







"누의 자리"는 세편의 소설과 에세이를 담았다.




누의 자리 에서는



산 자의 몸으로 죽은 자들의 세계로 넘어가기엔


그믐만 한 시간이 없다.



경비원의 순찰 시간과 경로를 사전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월담해 무덤으로 향한다.



왕은 왕비 사이에 자식이 없다.


왕은 제 손으로 아들을 죽였고, 손자를 후계자로 선택한다.



손자는 왕비 곁에 묻어달라는 왕의 유언을 지키지 않는다.



학원 강사로 들어온 연상의 이혼녀와 동거한다.



몸을 섞은 다음 날, 그녀는 백화점에 데려가


비싼 독일제 한정판 만년필을 고르고,


누라는 한 글자를 각인해 달라고 하는데....





소금의 맛 에서는



동대사 경내 사슴들은 사슴전병을 산 사람들이


전병을 주지 않으면, 주둥이로 치면서 달라고 한다.



전병이 없으면 사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어린 꽃사슴이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사슴은 주황색 카페로 인도하고 사라져 버린다.



하얀 등유 난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의자와


스툴이 둥글게 모여서 소곤거린다.



커피가 맛있다고 말하자, 카운터 뒤의 너는 웃는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입 맞추기 좋은 매직 아워다.



네가 돌아가신 엄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칠보처럼 푸른빛 날개를 가진 작고 아름다운


유리새가 떠오르는데....







골목의 근태 에서는



추운 동지날 을지로3가 골목의 호프집.



마감 시간 10분 전에 소주 한 병을 더 시킨다.



일행이 모두 떠났으니 10분과 소주 한 병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술을 버려야 할지, 시간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면서,


소주가 담긴 술잔을 비운다.



2분 59초에 생맥주 한 잔을 더 시킨다.



호프집 사장이 앞 자리에 앉아,


삼성맨이었던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밤새도록 마시자고 말하자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선다.



너를 찾아 동지의 구절양장 같은 골목길을 헤쳐가는데.....





누군가 향을 피웠다, 아니 불부터 붙였던가? 에서는



촘촘한 골목마다 절이 있고, 절에는 묘지가 있다.



골목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죽으면 다시


골목 안 묘지로 돌아간다.



절 옆에 있는 호텔은 입구에 향을 피운다.


호텔은 죽은 자를 위해 향을 피우는 것인가?



우연은 목격한 것이다. 이야기는 지어낸 거짓말이다.


인칭의 선택, 작가와 화자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누의 자리"는 누의 자리, 소금의 맛, 골목의 근태 등 단편소설과


누군가 향을 피웠다, 아니 불부터 붙였던가? 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연상 이혼녀와 동거하는 여자 강사,


일본 바리스타와 사랑에 빠진 여교사 등


여성 동성애라는 소재를 세련된 문장으로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이혼 후 가정이 깨어진 후 방황하면서


동지날 밤거리를 헤메다


뜨개방에서 만난 여성들에게서 위안을


찾는 이야기는 몽환스럽다.



누군가 향을 피웠다, 아니 불부터 붙였던가? 는


죽은 자와 살아있는 사람의 관계를 소재로 한 에세이다.



경험과 문학 작품을 소재로, 소설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창작해 나가는 생각의 과정을 보여준다.



"누의 자리"는 퀴어라는 소재를 통해


사랑과 애정, 증오와 갈등 등 다양한


심리 상황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자음과 모음 에서 "누의 자리"를 증정해주셨다.


감사드린다.



#누의자리 #트리플18 #자음과모음


#퀴어소설 #이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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