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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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아들들은 다 데려가고 계집애만 남았다니....
경이가 평생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너무 상처되는말😭

죽고싶다. 죽고싶다.
그렇지만 은행나무는 너무도 곱게 물들었고
하늘은 어쩌면 저렇게 푸르고
이 마당의 공기는 샘출처럼 청량하기만 한 것일까.
살고 싶다. 죽고 싶다. 살고 싶다. 죽고 싶다.
문득 전쟁이나 다시 휩쓸었으면 싶었다.

김장철 소슬바람에 떠는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근심스러운 마음에는 봄에의 향기가 애달프도록 절실하다.

그러나 보채지 않고 늠름하게 여러 가지들이 빈틈없이 완전한 조화를 이룬 채 서 있는 나목.
그 옆을 지나는 춥디추운 김장철 여인들.
여인들의 눈 앞에는 겨울이 있고, 나목에게는 아직 멀지만 봄에의 믿음이 있다.

봄에의 믿음.
나목을 저리도 꼿꼿하게 함이 바로 봄에의 믿음이리라.

나는 옥희도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당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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