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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자란다! - 읽는 힘도, 깊은 생각도, 단단한 마음도
신동흔 지음, 젤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평점 :
신동흔 선생님의 <옛이야기의 힘>을 그림책 공부하는 이들과 함께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 한 챕터씩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옛이야기에 폭 빠져 지냈던 시간이었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옛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아갈수록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아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모든 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뿐만 아니라 익히 알고 있던 서양의 옛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옛이야기에는 사람과 자연, 그리고 온 우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희로애락과 인생의 온갖 곡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그로부터 뻗어 나가는 또 다른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일까. 옛이야기의 가치는 한두 마디 말로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깊고 넓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작은 핸드폰 화면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어느새 책 속에 갇힌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옛날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정겨운 옛이야기를 떠올리면 그 시절의 따뜻함이 그립다. 이야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전해지던 풍경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그러던 중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고전으로 자란다!>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신동흔 선생님의 목소리가 책장을 뚫고 나오는 듯, 마치 어린 시절 잠자리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처럼 정겹고 생생한 옛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었다. 이 책을 모르는 아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얼른 소리치고 싶었다.
목차를 훑어보니 익숙한 이야기도 많았지만, ‘보리밥 장군’, ‘나그네 제사 차리기’, ‘통인의 아내’처럼 처음 보는 제목도 눈에 띄었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와 아직 만나지 못한 이야기들이 함께 있어 더욱 기대되었다.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고 나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 책은 가정과 학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고, 문득 생각날 때마다 한 편씩 꺼내 읽어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입말로 풀어낸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저절로 실감 나게 읽히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 같다.
여기에 ‘이야기에서 길 찾기’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어 이야기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거리를 건넨다. 책 아래쪽에 자리한 사자성어도 반갑다. 옛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 어휘를 익히는 기쁨까지 더해지니 옛이야기 한 편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참 풍성하다.
무엇보다 이 책을 보며 사회정서교육도 옛이야기와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선택과 행동을 살펴보고, 그 마음을 헤아리며, 이야기 속 갈등과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옛이야기는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 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을 나눌 기회를 건네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온 삶의 이야기다. 할머니의 입에서 아이들의 귀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이제는 책장을 넘어 교실과 가정에서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읽으며 웃고, 놀라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나누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헤아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편의 옛이야기가 한 아이의 마음에 씨앗처럼 심겨, 살아가는 동안 문득 삶의 길을 밝혀 주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전으로 자란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선물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