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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여름을 데려왔어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4
이세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그리고 이 눈부신 풍경이 말 그대로 책 속으로 쏙 들어왔다.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후 푸르디푸른 하늘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쨍하게 빛나고, 멀리 보이는 낮은 산과 짙푸른 들판에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한들거린다. 이 다정한 여름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책,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전편 <나의 빛나는 친구>에서 단짝이 된 볏짚 도깨비 도롱이와 별똥이는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버려진 빨간 자전거를 발견하고 깨끗하게 씻어준다. 그러다 소나기에 휩쓸려 온 조랭이를 만나게 되고,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는 조랭이를 위해 '만년설 과수원'까지 기꺼이 동행하기로 한다. 조랭이가 녹지 않도록 정성껏 짚옷을 지어주는 도롱이와 향긋한 풀꽃을 한아름 안겨주는 별똥이의 다정한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무릉도원을 연상케하는 만년설 과수원에서는 귤, 포도, 복숭아, 딸기, 수박 등 정겨운 과일들이 새하얀 얼음 속에 먹음직스럽게 얼어 있다. 덕분에 가만히 그림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더운 여름날의 시원함과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다. 조랭이 덕분에 마주한 하얀 여름 속에서, 도롱이와 별똥이는 잊지 못할 달콤하고 시원한 추억을 쌓아간다.
만년설 과수원에서 펼쳐지는 알록달록한 얼음 과일 파티는 푹푹 찌는 무더위마저 단숨에 잊게 할 만큼 커다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꽁꽁 언 얼음 속에서 갓 꺼낸 과일들의 달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그림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져, 읽는 내내 입안 가득 기분 좋은 청량함이 감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곤경에 처한 친구를 외면하지 않고 돕는 도롱이와 별똥이의 '다정한 마음'에 있다. 녹아내리는 조랭이를 위해 선뜻 짚옷을 내어주고 먼 길을 함께해 준 도롱이와 별똥이의 따뜻한 우정은 이 뜨거운 여름을 가장 시원하고 아름답게 물들인다.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쉬운 요즘, 가만히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피서가 된다. 페이지마다 스며있는 다정한 위로를 느끼며, 눈부시게 시원하고 맑은 '하얀 여름' 속으로 기분 좋게 빠져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