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초 매년 제출하는 가정실태조사서에 학생의 진로와 부모님이 생각하는 진로의 칸이 항상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 작은 칸에 대부분 직업을 적겠지만 아이는 진로도 정하지 못한 상황에 부모님의 의견에 등떠밀려 적혀지기도 할 것이다. 그 작은 칸을 채워넣을 때마다 직업 대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있는 강점을 찾아내어 그것의 힘을 키우고 가치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마저도 아이가 가진 장점이나 강점보다는 조금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바쁜 경우가 많다. 동화 속 무대인 새미래정신성형연구소는 그러한 부모들의 바람에 부흥하여 만들어진 곳이다. 멋진 이름대신 들어온 순서로 물건 취급 당하며 아이들에게 붙여진 번호부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재희라는 예쁜 이름이 아닌 B5-33호. 부모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아이들 틈에서 성형되기를 거부한 주인공은 새로운 실험대상이 되면서 자신의 지금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성형을 할 것인지 내적 갈등을 하다 결국엔 친구들과 함께 연구소를 탈출하며 자신의 원래 모습대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글을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 역시 모두가 원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아이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았는지 깊이 반성해 보았다. 모두가 원하는 아이가 아닌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내적 힘을 키울 수 있는 부모의 모습 또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원하는 아이>는 몰개성시대로 일컬어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격과 외모로 재단되는 상황을 잘 풍자했고 앞으로 급변할 시대에 자라날 다음 세대들에게 구태의연한 인간상을 심어주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자신이 원하는 인격체로 자라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