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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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주택 표지를 보고 매만지고 있노라면
그 옛날 읍내에 있는 학교로 가던 그 길에 있던 적벽돌 빌라가 떠오른다. 한옥에 살았던 나는 신문물 빌라를 부러워하면서 손끝으로 그으며 걸어갔더랬다. 적벽돌에 흰 페인트로 순례주택이라고 쓴 책표지마저 정감이 간다.

순례주택은 수림이네 네 식구가 망한 후 돌아가신 외할버지의 옛 여자친구 순례씨가 사는 빌라 ‘순례 주택’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수림이네 가족1군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화가 났다가도 중학생인 수림이가 철없는 가족들을 건사해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순례씨와 그녀의 최측근 수림이의 대화 속에 녹아있는 뼈있는 유쾌함에 미소짓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빌라촌 어른들의 모습과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어른아이 1군들 모습을 비교하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젊은 시절 고생해서 모은 재산에 대해 타인에게 군림하지 않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적은 돈으로 집을 내어주고, 그들과 공생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순례씨의 모습과 사람냄새 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순려주택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정한 어른의 자화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요즘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배우의 기사도 쏟아진다. 쿨한 수상소감과 함께 자신을 낮추고 광고나 헐리우드진출 등의 부의 축적에 대한 욕심없이 그것을 동경하지 않는다며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하는 모습 등 그녀의 진정성에 반했다. 그녀와 순례씨의 모습이 겹치며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재정비해본다.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으로 비춰지는지,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남을지..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는 나름의 포부도 갖게 되었다.

유은실 작가님 동화책들을 먼저 접하며 유머러스한 이야기 전개 속에 스며든 감동코드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이번 순례주택에서는 어른인 내가 중학생 수림이의 눈으로 본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지금까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의 삶을 채워주는 가슴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순례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함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태어난게 기쁜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어른으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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