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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평점 :
박연준 시인은 『소란』이란 시집으로만 접했고, 산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연준 시인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장석주 시인과 부부이다.
그리고 이 부부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에세이를 혼인신고와 함께 펴내면서 화제가 되었다. 아직 그 에세이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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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클럽11기 활동을 시작하며 제일 처음 읽은 책이 바로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이다. 아마 시인부부의 인생을 염두에 두고 이 글들을 써나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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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무척이나 침잠되는 이야기를, 또 어떨 때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러다가도 빵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한데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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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오, 사랑이나 야망, 그 어떤 대의나 명분보다 우선하는게 오줌이다! 오줌이 마려우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빵 터뜨리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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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 남편, 공항에서 나와 같이 눈물을 흘리던 사람은 윤을 온전히 차지하고도 왜 윤을 슬프게 만들까.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아는게 적었고, 결혼생활에 대해서라면 더욱 알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소중한 친구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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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때로 죽은 사람은 태어나지 않은 사람같다』며 담담하게 글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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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를 읽으며, 정말 귀한 책임을 알게 한 것은 『게으름 한 점 없이 한달이 걸렸다』는 제목으로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라는 서평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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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연에서 시작하듯, 죽음도 우연에서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소설 속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결혼을 허락하는 한 대목을 옮겨놓았다. 박연준 시인도 그 대목을 다섯번도 더 반복하여 읽었다는데, 나도 그 대목을 앉은 자리에서 몇번을 읽고 되새김질을 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의 제목과 결이 닿기도 하고, 작가 부부의 삶과도 닿아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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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결혼을 향하여』는 읽지 못했기에 부랴부랴 서점을 뒤졌지만 절판된지 오래. 내일이라도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찾아봐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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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을 읽고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면 얼마나 훌륭한 책인가!! 이 장 하나만으로도 이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훌륭한 미덕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