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한정판 워머 warmer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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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등을 읽으면서 참 따뜻한데, 뭔가 나와는 결이 사뭇 다르구나하고 생각했던 이기주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럴까 궁금하여 선택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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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생각을 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마음에 위로도 주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역시, 왠지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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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찾은 미덕,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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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언가 거창한 걸 이뤄내는 순간보다 그저 한번 해보기로 마음 먹는 순간이 훨씬 더 의미있게 다가올 때가 있다. 어쩌면 우린 그런 과정과 순간들 덕분에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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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린 의기소침한 누군가에게 '기운 좀 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삶을 이끄는 것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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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용한 문장은 「언어의 온도」에서 한 에피소드와 함께 작가님이 '기운내'의 기운의 무의미함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주위 분들에게 '기분 내'라고 이야기해볼까? 그렇다고 '기분 내'라고 이야기 하려니 뭔가...일탈을 권장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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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에세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기주 작가님의 글은 좋다. 말했듯이 나와 결은 좀 맞지않다 여기지만 그의 글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나이든 내게 위로도 준다. 책에서 얻을 미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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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궁금한 것은, 글에서 기자시절의 이력은 간간히 보이는데 MB정권의 연설기록비서관이나 그 이후 정치인 시절의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작가님에게도 30대 청년의 시기였던지라 「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었을텐데 그 이야기도 풀어나갈 기회가 있으시길. 정치적인 스탠스가 지금의 사회에서 관계면에서 꺼림직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 스탠스를 인정하며 역동적으로 극복하면서 삶을 이야기하고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게 진정한 힐링이 될 수도 있을터라는 생각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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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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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은 『소란』이란 시집으로만 접했고, 산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연준 시인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장석주 시인과 부부이다. 

그리고 이 부부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에세이를 혼인신고와 함께 펴내면서 화제가 되었다. 아직 그 에세이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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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클럽11기 활동을 시작하며 제일 처음 읽은 책이 바로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이다. 아마 시인부부의 인생을 염두에 두고 이 글들을 써나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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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무척이나 침잠되는 이야기를, 또 어떨 때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러다가도 빵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이야기가 한데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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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오, 사랑이나 야망, 그 어떤 대의나 명분보다 우선하는게 오줌이다! 오줌이 마려우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빵 터뜨리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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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 남편, 공항에서 나와 같이 눈물을 흘리던 사람은 윤을 온전히 차지하고도 왜 윤을 슬프게 만들까. 알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아는게 적었고, 결혼생활에 대해서라면 더욱 알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소중한 친구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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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때로 죽은 사람은 태어나지 않은 사람같다』며 담담하게 글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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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를 읽으며, 정말 귀한 책임을 알게 한 것은 『게으름 한 점 없이 한달이 걸렸다』는 제목으로 ‘존 버거’의 『결혼을 향하여』라는 서평이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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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우연에서 시작하듯, 죽음도 우연에서 시작한다』는 말과 함께 소설 속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결혼을 허락하는 한 대목을 옮겨놓았다. 박연준 시인도 그 대목을 다섯번도 더 반복하여 읽었다는데, 나도 그 대목을 앉은 자리에서 몇번을 읽고 되새김질을 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의 제목과 결이 닿기도 하고, 작가 부부의 삶과도 닿아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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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결혼을 향하여』는 읽지 못했기에 부랴부랴 서점을 뒤졌지만 절판된지 오래. 내일이라도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찾아봐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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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을 읽고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면 얼마나 훌륭한 책인가!! 이 장 하나만으로도 이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훌륭한 미덕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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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을유사상고전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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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표상으로서의세계
#쇼펜하우어
#아르투어쇼펜하우어
#홍성광옮김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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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거의 한달에 걸쳐 다 읽었다. 부록인 『칸트철학비판』, 그리고 『해제』까지. 사실 책 한권을 한달 가까이 읽어본 적이 없어서 내 독서스타일에서 한참 벗어나 정말 긴 호흡으로 읽어나갔고, 그 보람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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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1판의 서문에서 이야기 하듯이 “서술된 사상을 깊이 있게 파고들려면 이 책을 두번 읽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데 고객를 끄덕인다. 어렵다. 칸트, 라이프니츠를 아우름과 동시에 동양사상까지 아울러야 이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자의 관점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고로 나처럼 우매한 독자에게는 말 그대로 “장서의 빈 곳을 메워 줄 것이고….박식한 여자 친구가 있는 자라면 그녀의 화장대 위나 차 마시는 탁자 위에 놓아두어도 좋을” 책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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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의 제일 마지막에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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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히려 의지가 완전히 없어진 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 아직 의지로 충만한 모든 사람에게는 무(無)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고백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의지가 방향을 돌려 스스로를 부정한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그토록 실재적인 이 세계는 모든 태양이나 은하수와 더불어 무(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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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인용한 문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어쩌면 이 책은 처음부터 철학으로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고매하고 깐깐한 한 고승(高僧)이 득도를 한 과정을 우매한 대중들에게 하나씩 화두처럼 던져나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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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여, 유년기에서 벗어나, 깨어나라! – 장 자크 루소, 『신 엘로이즈』 “그는 우리 속에 깃들어 있다, 지하세계나 하늘의 별들 속이 아니라, 이 모든 일이 생기게 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는 영혼이다. – 아그리파 폰 네테스하임, 『서간집』” “영원히 존재하지만 생성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또 생성하고 소멸하면서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 플라톤, 『티마이오스』” “인식이 생기자 마자 욕망은 사라져 버렸다. – 『우프네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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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각권을 시작하며 쇼펜하우어가 선별하여 적어놓은 문구들이다. 미성숙한 인식의 단계에서 깨어나, 표상의 세계에서 의지로 시선을 돌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서의 표상의 세계와 함께 탐구하되, 결국은 우리들의 욕망이 사라졌을 때, 진정한 깨달음, 즉 인식을 한다는 것이 이 엄청난 책에서 쇼펜하우어가 하고 싶은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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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1-2권이 ‘의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3-4권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그 의지를 부정해야 우리가 해방될 수 있다며 1-2권을 극복한다.

결국, 쇼펜하우어의 “비관주의적”, 혹은 “염세주의적” 세계관은 단순한 슬픔과 즐거움, 애탄과 행복으로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비존재가 존재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제대로 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보는 관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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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하면서 드는 생각. 내가 과연 이 책을 다 이해했을까? 아니. 한 10%나 이해했을까? 그럼 두번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전혀 그렇지 않을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동안 쇼펜하우어를 읽어나간 것은 무척이나 즐겁고도 괴로운, ‘염세’를 하는 시간이었고, 다 읽고난 다음에는 의지가 사라져 이 책에서 온전히 ‘해방’되었음을 느낀다. 그래서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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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책읽기 #완독 #차마추천은못하겠다이책
#그럼에도넘어야할산이다
#고전읽기 #고전읽기의즐거움 #한달동안책읽은건인생의첫경험
#독서의즐거움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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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칼 융의 힐링 마인드 스토리
최금락 지음, 정재훈.이시혁 그림, 유광남 기획 / 스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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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두는정신병자다
#유광남기획
#최금락글
#정재훈그림
#이시혁그림
#본격심리만화융프로젝트 #스타북스 @starbooks_smartbook_starl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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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개인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 즉 '페르소나'를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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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격적 측면이 무의식에 눌린다면, 그 눌린 만큼의 Gap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나타내는 지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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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구성된 이 책, 에피소드가 갈수록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뒤편의 '칼 융' 어록을 읽다보면 앞 페이지를 다시 들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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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도발적인 책의 제목만큼은 아니지만, 낮에 일하면서도 어제 읽었던 부분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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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로 덮여진 나의 무의식속에 讀後의 잔상이 새겨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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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증세들은
#피해망상 #공황장애 #신체변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망상장애 #해리성장애 #우울증 #세월호트라우마
등이다. 이 책이 각 증세들의 원인과 치유를 담보해주지는 못하지만, 그것들이 어떤 것들인가에 대한 탐색의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더 알아보게 만들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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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게 가지고 있는 칼 융의 저작들을 찾아 쌓아놓게 하기도 했거니와, 건강하다고 생각해온 나의 정신상태를 '진짜 건강해?'라는 자문을 던지게 한 매트릭스 알약 같은 「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에 대해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밉다고 해야할지.

나의 정신상태는 과연 건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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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스토리콜렉터 73
헤더 모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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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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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디아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에요?"
"희망. 희망이라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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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한 남성, 그리고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 일구어낸 한 여성과의 사랑.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소설(실화에 기반을 둔)을 읽어가다보면 떠오르는 한 영화가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 갑작스레 끌려간 수용소, 그 속에서 일궈내는 한 수용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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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간 '홀로코스트'를 전체적인 윤곽만 떠올리고 있는데, 그 안에서도 '한'  사람의 인생이 있었다. 책속 글귀 「하나를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와 통하는 한 사람의 사람의 인생. 처음 인용한 대화에서 나온 것처럼 '희망'을 단 한순간도 잃지 않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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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다면 아무나 듣기를 바라며 랄레는 속으로 조용히 욕을 퍼붓는다.」
「자비로운 신이 있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그날 밤 이후로 마음을 바꾸게 할만 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오히려 정반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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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정말 神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이 없더라도 돌아가는 세상. 특히 죽음을 뒤집어 쓴 당사자들은 그런 생각을 실존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기타 푸르만'은 자신은 여전히 믿음이 있다고 이야기 하며 '랄레'에게도 믿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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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신의 경륜'이 나타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하찮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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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하지만, 당사자들은 수용소에서 만난 억압자들은 '악마' 그 자체였을테고,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쉰들러'같은 사람을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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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토비러'(문신기술자)로서 랄레는 자신의 사익을 취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동료들을 위한 마음도 나누어준다. 그렇기에 '부역자, 공모자'로 분류되지 않았겠지. 반면 수용소장의 노리개가 되어버린 '실카'는 戰後 나치의 공모자로 낙인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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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로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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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초강추. 이제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리스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시 꺼내놓는다. 더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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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들에게도 반드시 읽어보라고 했다. 미미한 개개인이지만, 이 개개인들의 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이 모여, 어쩌면 세계의 공공선, 공리를 도모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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