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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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있을때,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는 진짜 눈물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행복한 왕자 중)

 

왕자는 죽고 나서야 인간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생을 끝내고 나서야 인간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리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초월적인 이러한 희생에 얼마나 조롱을 던지며 살아가는가.

 

"내 정원 어디에도 붉은 장미꽃은 없다고"(나이팅게일과 장미 꽃 중)

 

누구나 저 마다의 정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김태평군의 몇백평짜리 휘황찬란한 시크릿 가든은 아닐지라도 내 마음 속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

나이팅게일은 붉은 장미 꽃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찢으며 사랑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는가.

 

" 내가 얼마나 못되었던가! 봄이 오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할겠다.저 불썽한 작은 아이를 나무 꼭대기에 올려 줘야지. 그리고 저 벽을 모두 부숴버려야겠다. 내 정원이 영원히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자기만 아는 거인 중)

 

우리는 저마다의 그 정원에 울타리를 치고 '아무도 들어오지 마시오' 라며 벽을 쌓는다.

눈물과 노래로 장미 꽃을 피워 냈지만  그 꽃은 그 안에서 시들어만 가고 아무도 이제는 볼수가 없게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고, 봄 조차도 찾아오지 않는 처절한 외로움과 고독속에서 발버둥 쳐본 자 만이 자신의 벽을 깨 부술수 있는 용기를 갖는다.

그 속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묵묵히 자라난 우리의 나무가 되어야만 비로소 그것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수 있다.

 

"내 다정한 친구여, 내 정원에 있는 꽃을 모두 가져가도 되네."(헌신적인 친구 중)

 

단 한명의 소중한 친구를 위하여, 우리는 그렇게 다시 피워낸 꽃을 진정으로 내 줄수가 있다.

정원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꽃일지라도, 이미 그 꽃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지 않고 만발해 있기에 아낌없이 줄수 있는 것이다.

 

"내가 정말 큰 일을 할 줄 알았지." (비범한 로켓 불꽃 중)

 

죽어가는 순간까지 이러한 우리의 삶은 쓸모 없는 것이라 손가락질 당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왕의 결혼식에서 번쩍이며 터트려 지는 멋진 클라이막스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던 거위 한마리라도 그 고난을 뚫고 살아난 한가닥의 불꽃을 볼수만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모두가 다 삶을 그렇게 거대하게 살아내는 것만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슬픔이 만든 옷을 어찌 기쁨이 입을 수 있겠습니까?" (어린 왕 중)

 

우리는 우리의 삶이란건 슬픔이라는 옷을 한땀한땀 지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이태리 장인의 손을 거친 기쁨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며 허풍을 떨겠지만 누구도 그것이 슬픔의 옷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앞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줄 사람들은 모두 마음을 가지지 못하게 해." (공주의 생일 중)

 

헌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그러한 삶의 진실을 직면하지 못한다.

공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에 가득차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난쟁이 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언젠가 그 어두운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을 만나게 될 것을.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그 현실에서 잔혹하게 깨어질 환상이라는 마약에 빠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면서 말이다.

 

"내가 새벽마다 그대를 불렀건만 그대는 내게 돌아 오지 않았다. 이제 그대가 죽었으니 나 또한 그대와 함께 죽으리라." (어부와 그의 영혼 중)

 

그럼에도 우리는 늘 사랑을 하기 위해 우리의 영혼을 버리기도 한다.

관습, 윤리, 제도, 도덕 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육체성의 사랑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스러운 인어는 언젠가 바다로 사라지고야 만다.

선택을 해야만 한다. 사랑하는 인어와 함께 다리를 자르고 파도속으로 뛰어들거나

영혼의 만족을 위해  우리 안의 그 인어를 죽여버리거나 말이다.

 

"제 고통은 이제 제가 견디기에 너무 큽니다. 절 용서해 주세요.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별에서 온 아이 중)

 

우리는 처음엔 누구나 별에서 온 아이로 태어났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 말이다.

지구에서 온 아이들과 난 다르다며 늘 그들을 짓밟고 누르고 죽이면서 우리는 우리의 숲을 잊어 버리고 만다.

실은 우리 모두는 숲에서 나온 것임을 망각하기 위해 별에서 왔다는 환상속에서 삶을 지탱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환상속에서  자라난 고통은 견딜수가 없게 되고, 그때서야 우리는 그 숲을 찾아가야만 함을 깨닫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 숲으로 돌아갔을까?

우리는 언젠가 그를 그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를 만나면서 나를 비춰보게 된 환상의 거울을 피할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도속으로 휩쓸려 들어갈때까지 우리는 그 거울을 닦고 닦아 처절하게 들여다 봐야만 한다.

아마도 그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왕자는 장미꽃을 가슴에 찌르며 타인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 왕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예민해 지세요.

그리고 거울을 통해 삶을 직시하세요.

단단한 울타리와 벽은 허무세요.

그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이들이 뛰놀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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