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샀어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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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수 없이 많은 문이 있는데, 닫힌 문 하나를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느라 새로 열린 문을 보지 못하는 거다"

- 쓰지 못한 글, 읽지 않는 책, 보지 않을 영화, 떠나버린 사랑, 되돌릴수 없는 인생 같이 우리는 현재보다 과거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이루지 못한 꿈, 소유하지 못한 물건, 만날수 없는 사랑처럼 실패와 좌절에 대한 미련 때문일 것이다. 유령에 쌓여 살아가는 인생에서 벗어나랴 할지 않을까?

 

"글을 쓰면 고통의 원인이 줄어들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하나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거다"

- 지금 고통스러운 건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고통보다는 쓰지 않는 고통이 더 큰걸 알면서도 빙빙 피해 다니기만 한다.

  아마도 글을 쓰게 되면 나를 마주하게 될거고, 만나고 싶지 않은 아픔을 들쑤시게 되니 그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것과 직면하는 것 뿐이다.

  배트맨 조차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던 박쥐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가.

 

"내가 만약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내 인생을 그냥 빈종이로 남을 것이다"

- 내가 기억하는 가장 공포스런 말이 있다.

  '타석에 서서 매번 헛스윙만 해대는 타자가 된듯하다'라는 말.

  타율 제로인 삼진타자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정말 공포스런 일이다.

  허나 타석에서 스윙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배트에 공을 맞출것이고, 안타도 뽑아낼 것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든 사념을 누가 알겠는가.

  빈종이로 남은 것보다는, 끄적이다 보면 일기장이 되고, 에세이가 되고 언젠가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중요한 일을 겪고 났을 때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인생의 중요한 일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새로운 단계로 한발짝 나가아는 '성장'이란걸 하게 된다.

   '성장'은 곧 '변화'다. 문제가 생겼을때 해결해 나가는 자신을 보며 뭔가 다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아픔'이 생기면 그 치유를 위해 '누군가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 일을 하게 된다는 거다.

   인생상담, 연애상담, 진로 상담 등 우리는 항상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그 답을 찾으려 한다.

   아픈것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끙끙 속으로만 앓고 있기 때문이었던 거다.

   자신의 아픔을 남에게 보일수 있다는 것, 그 아픔을 말하고 싶다는 것. 그런 감정이 예술의 시작이 아닐까?

 

"어쩌면 거짓말의 탄생이라는 것은 나약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갓난 아이가 거짓말을 처음 하는 순간 사회성을 띄게 된다.

  나와 남의 구분을 할줄 알아야, 즉 거울에 비친 게 나고 그 뒤에 서 있는 건 엄마라는 걸 알아야 거짓말을 할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 지갑을 몰래 뒤져서 숨겨 놓고 모른척 하기도 하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그때그때 대답하는 거짓말의 기술을 키우게 된다.

  거짓말이라는 건 '나를 좀 알아달라'는 구호신호라 생각된다.

  주변에 가끔 보면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이들이 있다.

  중요한 건 모두 그가 거짓말 쟁이인걸 아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그는 거짓말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외롭게 자란 이들, 사랑받지 못한 어린시절을 관통한 이들은 어릴적부터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신호로 거짓말을 몸에 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이들을 보면 속였다는 것에 대한 분함보다는 안쓰러움이 먼저 생긴다.

  얼마나 애정결핍이었으면 거짓말을 했을까?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 영화중에 '위험한 여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어떤 여인이 거짓말을 안하고 진실만 말해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사람들이다.

  연인들이 마주보고 '나 너 질렸어. 실은 어제 딴 애랑 잤어. 딴 놈 간 보고 있어' 라던가,

  친구들이 둘러앉아 '나 능력없어서 곧 잘려. 실은 너 부인과 바람피고 있어. 나 내일 죽어' 라던가,

  문득 생각만 해도 만약 그런 세상이 오면 인류가 곧 멸망하지 않을까 싶다.

  '진실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라고 선인들이 누누히 말해오지 않았는가. 

  '진실'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겨있는 '진정' 인 것이다. 

  '왜 집시법 위반하며 야밤에 시민들에게 피해주며 좀비처럼 불법폭력집회를 하는가'의 진실보다,

  '그들이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라는 진정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이다. 

  진정을 말하는 세상을 늘 꿈꾼다...

 

"글쓰기와 연애의 공통점이 있다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된다는 것이다"

- 조경란은 말했다. '글쓰기가 힘들다면, 그건 정말 힘들기 때문이죠'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와 연애의 공톰점은 '늘 두려워서 피해가고 싶다' 라는 것이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에 서 온다. 예술과 사랑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보이지 않는것들이다.

  두려워 하기에 늘 잘 안되는 것이다. 맞서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는 믿음에서 온다.

  결국 모든것은 믿음이 부족해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쉽게 글도 쓰지 못하고, 사랑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믿음이 확고하다면 금새 써내려가고, 바로 사랑에 빠질것이다.

  그 믿음이란 다른 말로 하면 자신감이다. 나를 사랑하며 믿는 마음이 바로 자신감이니까.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결국 격려와 칭찬에서 오는 것이다.

  비판과 충고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통들어 가장 중요한 건은 애정이 깔린 격려와 칭찬이다.

  힘들어 하는 이, 두려워 하는 이, 믿지 못하는 이에겐 격려를 해주자.

 

"시를 쓰지 못하는 대신, 난 책 읽어주는 여자가 되었다"

- 글을 쓰지 못하는 대신, 난 글 읽어주는 남자가 되었다.

  밑줄긋는 남자와 프레임 읽는 남자라는 블로그의 메뉴가 지금 내 인생을 말해준다.

  아직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나는 그 용기를 내기 위해 쓰는 대신 읽고 있는 것이다.

  긋고, 읽고, 긋고, 읽고, 긋고, 읽고 하다보면 쓰고 싶어진다.

  시는 써야 하니까 쓰는게 아니라, 쓰고 싶으니까 쓰는 것이기에...

  그 쓰고 싶게 만드는게 바로 영감 혹은 뮤즈 라는 건데, 나는 주로 긋고, 읽으면서 나온다.

  문제는 그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포착하고 발견해서 기록하는 집중력의 부족이다.

  지금껏 인생을 분산시켜 살아왔다. 하나에 집중하기보단 둘 혹은 열까지 분산해서 살아온거다.

  삶을 최대한 단순하게 집중력 있게 사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의 화두가 되어간다.

 

"마작을 할 때는 집중을 해야 하고 사고해야 한다.

 그것은 책을 읽을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그 틈에서 발견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니까"

-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때면 집중을 한다.

  연애를 좋아하는 이는 연애질에 집중하고, 돈벌기를 좋아하는 이는 돈벌이에 집중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는 밤새 게임에 집중하고, 도박을 좋아하는 이는 도박에 집중한다.

  책을 좋아하는 이는 책읽기에 집중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이는 영화보기에 집중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는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덜 좋아한다는 것, 혹은 이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다는 것이다.

  관심없는 이성은 이름도 잘 모르고, 이미 맘떠난 이성은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소유하지 않을때, 혹은 소유할 수 없을때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소비하는 인간은 창조하지 않듯, 소유하는 인간은 열정을 잃게 된다.

   책을 사 놓으면 잘 읽지 않고 몇년을 장식만 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리면 기필코 읽어내는 것과 같다.

   그것을 내가 가질수 없기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볼지 모르기에 애닯아 열정이 생기는 것이다.

   가질수 없으면 안테나를 세우게 되고, 그러면 집중하게 되고, 사고하게 되고, 결국엔 발견이라는 걸 하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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