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무당광대 > 김탁환, 그의 뜨거웠던 천일야화!

 

김탁환, 그를 만나고 오다.   

[노서아가비] 라는 구한말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새롭게 낸 그.  

출간즉시 영화화 판권이 팔렸다는 홍보문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훅킹한 소설이었다. 

꽤 더웠던 여름날 밤에 만난 뜨거웠던 그와의 천일야화.  

  

[한 길 사람 속] 이라는 제목을 두고 고민을 했었다 한다.  

역시, 글쟁이들은 제목이 절반이라 여길터, 꽤 적절한 제목이었다. 

마징가의 '아수라 백작'.  

선과 악. 혹은 남성성과 여성성. 혹은 다중 인격자로서의 작가라는 존재.  

내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만나고, 표현해 내는 것이 바로 작가의 존재론적 본질일터.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화두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작가는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이라는 걸 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보르헤스는 그 선택에서 '가지 않은 길'까지 한번 전부 이야기에 담고 싶어했다. 

바로 이 단편소설에서. 

내가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 그 길에서 끝없이 갈라지는 수많은 길들... 

인생이 바로 선택이고, 선택이 바로 이야기이고, 고로 삶이 이야기가 되는 운명의 수레바퀴. 



사람은 '나랑 닮은 이'와 사랑에 빠지거나 '나랑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진다.  

우리는 양귀자의 이 소설처럼 어떤 선택을 하던 선택하지 않은 이를 늘 그리워 하게 될터. 

헌데, 생각을 달리하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야기를 버린것이 아니고, 

선택할 이야기들의 가능성들이 모여드는 것이라 한다.   

'반쯤 찬 물컵'을 보고 반이 비었다가 아닌 반이나 차있다 라고 생각할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탁환은, '우짜다가' 글쟁이가 되었을까? 

 

여행자로서의 김탁환.  

리심과 혜초, 그리고 따냐는 세상을 부유하며 떠다니는 여행자들이다.  

왜 이렇게 인물들은 헤메일까? 

방콕을 사랑하는 작가들을 길로 나서게 하는건 바로 이야기.  

소설이, 나를 여행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출간된 여행 에세이집에서 혜초의 여행길에 대한 글을 올렸던 그였다.  

앞으로 가고픈 곳은 사하라 사막 아래 있는 진짜 아프리카라 한다.  

만약 시간 이동을 할수 있다면 40년전 과거나 40년전 미래에 가보고 싶다는 소박한 욕망. 

 

그는 칼 세이건의 SF 소설을 소싯적에 읽으며 미래소설을 오랬동안 꿈꿔왔다 한다.  

고전문학 전공자이자 역사소설의 1인자로서 확고한 자리에 오른 그의 또다른 도전이 될듯하다. 

 

알고 봤더니, 그는 이미 동아일보에 정재승과 함께 '눈먼 시계공'이라는 미래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다. 소설의 첫 문구를 살짝 엿보면,

“사건번호 35! 30세, 93퍼센트 인간, 여, 유전형질연구원, 직접사인 뱀독에 의한 급성중독, 간접사인 오른 팔꿈치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 지금부터 서울특별시 종로 8가 홀로그램 거리 <앙상블>에서 살해된 박진숙의 브레인 스캔을 시작하겠습니다. 브레인에서 인출할 피해자의 단기기억은 120초입니다

그는 테크노 스릴러라고 불리는 추리형사물 SF 소설에 벌써 도전하고 있었다.  

역사소설과 과학소설을 오가는 그의 진화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철학자 김용석님이 우주 철학자라며 그에게 '우주 소설가'가 되라 했다는 농은 이루어질까? 

이 땅에도 부디 '1984'와 '멋진 신세계'가 나오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몽상의 자식들의 아비로서의 김탁환.  

다른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이야기 그 자체만이 갖는 재미를 추구하고 싶어했다.  

그의 역사소설 궤도에서 벗어난 작품 여럿이 있다.  

특히 '부여...'는 '나, 황진이'의 필드 리서치를 하며 서경덕과 연관된 '전우치전'에서 나왔다한다. 

 

'홍길동전'과 강호의 무협을 다투는 우리 고전소설 '전우치전'  

이미 국문학도 출신 이야기꾼 최동훈에 의해 선택되어 강동원, 임수정에 의해 올 연말을 휘저을 예정인 바로 그 소설 아닌가.  

'지괴소설'이라는 동양의 모든 귀신들을 하나하나 잡아 가두는 '고스트버스터' 부여현감. 

이렇게 그의 소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져 나온다.  

시대와 맞부딛혀 살다가 죽어가는 여성의 비극적인 이야기인 '리심'에서 출발한 '노서아가비' 

같은 시대에서 점핑하는 가벼운 이야기를 통해 무거운 소설로 휘청한 균형을 잡고 싶었다 한다.   




재미 있으면 살려주고, 재미 없으면 죽인다! 

바로 이야기꾼의 운명은 바로 이 천일야화속에 있다.  

고전소설 전공자로서, 그가 추천하는 필독서 셋.  

'아라비안 나이트'와 '서유기' 그리고 '태평광기'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고전속 원형을 '발견하는 것 !' 그게 바로 이야기꾼의 운명. 



'센' 여자들을 사랑하는 김탁환. 

시대의 비극속에서 운명의 굴레와 한판 맞짱을 뜬 그의 여인들은 '센' 여인들이다.  

남성작가가 여인이 주인공인 작품을 쓸때는 분명 좋아하는 여성형이 나올수 밖에 없을터. 

섬세한 작가들이, 강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마 당연한게 아닐까?  

아마 앞으로 나올 여성 캐릭터들도 아주 일관성 있게 이렇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김탁환. 

'쓴다'의 주어로 살아남기 위한 작가의 길.  

픽션 뿐 아니라, 산문, 번역, 평론 등 이른바 잡문에도 능한 그.  

이미 소설 못지 않게 수 많은 비소설 서적을 출간해왔다.  

정신분석학, 심리학, 뇌과학, 그림, 춤, 노래.... 그리고 글쓰기. 

한길 사람속을 알기 위한 인간의 여러 활동중에 글쟁이는 글쓰기로 그 일을 파헤친다.  

경험론자로 살아가기 위해 글을 쓰고, 그분을 잘 영접해 뮤즈의 여신으로 사람속을 파헤치기.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글쓰기를 통해 할려는 아수라다. 너도 아수라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를 글쓰기를 통해 알려는 아수라다' 

'내 안의 추악함을 오래오래 보고보고 또 들여다보는 것의 고달픔이여!'

보통사람들은 자신의 추악함을 들여다보면 미치거나 범죄하게 된다.  

헌데, 작가들은 자신의 추악함을 들여다 보며 그걸 글로 풀어내 먹고 사는 천형을 지녔다. 

사람을 괴롭히는, 고문하는, 죽이는 100만가지 방법 이런걸 늘 공상하고 있으니 말이다.  

 

허균이 능지처참 당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어떻게 하면 죽일까 몇날을 고민했었다. 

대로에서 두 팔과 다리를 네 방향으로 소가 끌어서 찢기워 죽이고 피가 동료의 얼굴에 튀는... 

'내가 어디까지 갈수 있는가? 나는 환자가 아닐까? 

공상속에서 작가는 참 잔혹하다. 고통과 아픔을 주는 오만가지 방법을 늘 꿈꾸지 않는가.  

이런 파괴적인 타나토스의 충동이 바로 예술가의 창작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완월회맹연'  

180권짜리 가문소설이다. 네 가문이 결혼하는 이야기인데 해군학교 근무시절 군인정신으로 읽었다. 매일 아침에 칼출근해서 멍하니 바다만 봐야 하기에 읽었다는 바로 이 소설로 인해 소설가가 되었다는 그였다.  

그렇게 육개월간 180권을 읽었는데, 이게 다 작가가 계획하고 쓴건가, 그냥 쓰다보니 이렇게 된건가 궁금한 맘에 다시 또 육개월을 읽었는데, 복선이 좌악 깔렸던 것. 마지막 멘트가 압권인데, 이 책은 원래 1800권인데, 180권으로 압축한것이니 나머지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다른 소설을 읽으라고 했다.  

'노서아가비'에서 이 이야기가 생각나 따냐의 또 다른 책 이야기가 들어간 것이라 한다.  

아... 180권짜리 고전소설에 도전해 보아야 하는가. 이 책은 20권으로 출간되어 있다.  

사료의 고증과 작가의 상상력에 관한 김탁환의 변.  

역사책을 뒤적이다보면, 역사의 검은 구멍이란게 있다. 자료가 더 이상 안나오는 지점.  

바로 이 역사학자들이 멈추는 자리에서 몽상이 시작된다. 구멍을 메우는 상상력의 과정이다.  

늘상 엉뚱한 곳으로 가는 상상을 한다.  




<난중일기>를 보면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보여지지 않는다.  

이것에서 난중일기를 쓰는 이순신의 마음을 그려낸 것이 '불멸의 이순신'이다.    

우들목 전쟁의 내용은 거의 소설이다.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를 내며 상상해 봤다. 

있는 텍스트는 모조리 다 읽고, 그 구멍을 몽상하는 게 포인트다.

  

'어우동' 시대에 있었던 '감동'이라는 희대의 팜므파탈. 

이 둘 사이에 있는 검은 구멍을 채우는 이야기도 그려볼수 있다. 

 

한시를 600여편 모았다. 황진이가 읽었을 법한 시를 몽땅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하나의 문단이다. 접속사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는데, 문장이 완벽하지 않아서 접속사를 쓰는 듯 해 강박적으로 하나의 문장으로 쓴 글이다.  

러시아 배경으로 소설을 두편정도 기획중이다.  

배경이 반복되는건,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모여있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러나 추리도 무척이나 흥미가 가는 장르다. 호러 주말 연속극이 꿈이다.  

 

  

글쓰기에 대한 김탁환의 조언

 아이디어에서 초고단계로 바로 넘어가면 안된다. 그 사이에 노력이란게 필요하다.  

매천야록을 보다가 김용옥 이야기가 눈에 띄면, 어 재밌네 하면서 또 다른 공부를 하게 된다.  

아이디어 노트에 100여가지 이야깃거리가 담겨져 있다.  

살아가면서 하는 고민이 아이디어와 에피소드로 만들어 진다.  

관심 가는 아이템은 킵 해놓는다. 항상 관심은 두고 살아간다.  

학회, 책, 논문 모아서 구석에 주욱 놓아둔다. 언젠가는 쓰리라 다짐하며 말이다.  

그렇게 모아놓은 자료를 후룩 보고서, 쓰자 하면 바로 쓰게 된다.  

자료는 10년정도 오랫동안 모아놓는다. 생각은 오래하되, 쓸때는 집중해서 말이다. 

'한문장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  

'불멸의 이순신은' '모든 장수들이 넓은 문으로 들어가서 패할때, 홀로 좁은 문으로 들어가 승리한 장수' 라는 한줄 로그라인이 있었다.  

왜 그길로 갔을까? 그럴수 밖에 없었던 삶을 어릴적부터 써보는 거다.  

아.. 그래서 다른 병법이 나올수 밖엔 없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허균'은 '배고픔과도 같은 희망'이었다. 

배고픔을 채우려는 지식인이 바로 허균이었다.  

잘먹고 잘살았는데 혁명을 한 이유가 뭘까? 고민하는 거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허균의 고민이 그 안에서 나오게 된다. 

쓰는게 뭐냐. 핵심을 틀어쥐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헐리우드 엘리베이팅 피칭 처럼 '한줄로 이야기를 요약'하는 로그라인이 먼저 나와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한게 있나 하며 전부 찾아본다. 그래서 뛰어난게 있으면 질단 질투한다.  

여기서 더 잘쓸 자신이 없으면 접는다.  

 

예전에 한참 나노기술에 빠져서 쓰려고 했었다.  

헌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접었다.  

세계에서 제일 잘 쓴 놈이 누군가? 제일 쎈 작품이 뭔가? 그 장르의 마스터를 마스터 하라! 

독해져야 살아 남는다. 전 세계의 대표선수들과 필드에서 경기하는 게 작가들이다! 

 

 

그의 글처럼, 짧았던 시간속에 강렬함과 재미와 깊이가 있었던 만남이었다. 

이야기꾼은 말에서 그의 내공이 묻어나는 법이다.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 있는 그 이지만, 재미난 놀이에 대해 열광하는 어린아이인듯 했다.  

글 쓰기를 진정으로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해 하는 그는 역시 타고난 작가였다.  

늘 고통속에서 글을 쓰는 나는 언제쯤 즐길수 있게 될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글을 보고 이야기를 접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생각되어 미련없이 서랍에 넣었더랬다.  

헌데, 이 날 강의를 들으며 순간 '끝없이 두갈래로 갈라진 길'의 하나가 번쩍 눈에 들어왔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다른 길을 다시 가면 되는 것이다.  

이내 웃으며 몽상에 빠지기 시작한다.  

선택할 가능성의 이야기들이 내게 모여들기 시작한다.  

나의 천일야화가 이렇게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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