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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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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방학 한 달 동안 문을 닫아야만 하는 뉴욕의 어느 학교 기숙사.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요?

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 추위에 홀로 남아 기숙사를 지키고 있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마린.

과연 이 소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텅 비고 싸늘하기만 한 이 기숙사에 혼자 남아있는 걸까요?

이 소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만나볼 책은 니나 라쿠르의 《우린 괜찮아》입니다. 표지를 한번 살펴볼까요? 검푸른 바다를 향해 등만 초라하게 보이고 눈물을 훔치는 듯 팔을 올리고 있는 소녀가 바로 주인공 마린으로 보입니다. 헝클어진 침대와 바닥이 뭔가 심란해 보이고 마린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슬퍼보이네요.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워보이는 일러스트와는 달리 책의 제목은 《우린 괜찮아》입니다. 과연 정말 괜찮은 걸까? 뭐가 괜찮다는 걸까? 게다가 '난 괜찮아'도 아니고 '우린 괜찮아'라고 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걸까요?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 많아집니다.


책의 날개부분을 보니 작가 설명이 나와있고, 절취선인듯 한 칼선이 눌려져 있네요. 아마도 저 부분을 떼어내서 책갈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앞면과 뒷면에 각각 한 장씩 떼어낼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이런 형태의 책은 처음 만나봅니다. 세심한 발상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동성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신 분 같네요. 그렇다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퀴어문학일까요?


책의 페이지 안쪽으로 바코드와 비슷한 무늬가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자리하고 있는데요. 보기에는 트렌디해 보이기는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 의미없이 디자인적인 장치로 넣어놓은 것이라면 성공이네요. 읽는 내내 궁금하면서도 본문 읽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에요.

주인공 마린이 텅빈 기숙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메이블이라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서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다지 달가운 친구는 아닌가봐요. 뭔지는 잘 모르지만 아픔이나 슬픔같은 것이 묻어나는 관계인 듯 싶습니다. 게다가 마린의 외로움을 극대화시켜주는 본문을 만나니 쓸쓸한 느낌이 더욱 크게 느껴지네요.

인간의 무리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우리는 지쳐있고 휴식이 없다. 내가 속한 인간의 무리들은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해 부모님 집으로, 탁탁거리며 타는 벽난로 근처로, 혹은 비키니를 입고 산타 모자를 쓴 채 포즈를 취하며 친구들에게 메리크리스마스를 빌어주기 위해 열대의 휴양지로 떠났다. (우린 괜찮아 중에서)


마린과 메이블, 두 소녀는 사실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있던 마린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메이블과 그의 가족을 뒤로 한채 이곳 뉴욕으로 도망치듯 옮겨온 것입니다. 물론 메이블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말입니다.


할아버지를 잃기 전에 이미 엄마와도 사별을 하게된 마린입니다. 다시한번 겪게되는 크나큰 상실의 고통으로 인해 마린은 두 다리로 서있을 수조차 없었던거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모든 걸 끊어버리고 뉴욕으로 도망쳐 나온 것입니다.


책의 문체는 아름답지만, 고요와 적막이 느껴집니다. 눈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회색 빛으로 느껴질 정도로 암울했습니다. 전반부를 지나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고 아련한 슬픔만이 가중되어 가고 있죠. 본문을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죠. (우린 괜찮아 중에서)


하루를 마치면 그걸로 잊어라. 너는 네 할 일을 했다. 약간의 실수와 어리석음은 피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것들을 잊어라. (우린 괜찮아 중에서)


줄거리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문장 그 자체만으로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죠. 그 말인 즉슨 누구나 망인을 가족으로 두고 있고, 또 그 가족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분들을 생각하면 상처가 된다고 생각해오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본문에서는 오히려 상처가 치유된다고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위로해주는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아쉬움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걸 실수와 어리석음이라고 본다면 그것들을 빨리 잊어버리라고 말해 줍니다. 오히려 할 일을 다했음을 격려해주네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편지를 한 통 써야 한 통을 받는 법 (우린 괜찮아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제 가슴에 제일 먼저 안착한 글귀입니다. 몇 번 중복되서 나타나는데, 나올 때마다 제 가슴을 후벼파는 글귀입니다. 진실은 묻어두고 버디 할머니를 만들어 놓은 채 저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그 마음이 정말이지 아련하게만 느껴지네요.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길고 긴 비행을 하고 난 뒤에야 마린을 만나게 되는 메이블.

뜨거운 포옹도 열정적인 대화도 못하고 그저 담담히 서로가 서로에게 천천히 물들어갑니다.

메이블은 마린을 메이블의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온 겁니다.


하지만, 마린은 선뜻 응하지 않습니다.

마음과는 다른 행동이 마린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국은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이대로 다시한번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나는 나의 외로움이 두려웠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속였던가.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기막히게 설득했던가.

난 슬프지 않다고, 난 혼자가 아니라고. (우린 괜찮아 중에서)


결국 메이블은 마린을 설득하는 데 실패합니다.

그렇게 메이블은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메이블은 그렇게 허무하게 포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메이블 마저 공항으로 떠나고 혼자 기숙사에 남아있던 마린은 택시 한 대가 도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학교를 관리하는 관리인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택시에서는 메이블과 메이블 부모님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벅차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더군요.

심장이 터져나가는 듯한 기쁨과 안도감이 저를 감싸줍니다.

그동안의 본문이 잿빛이고 회색빛 흑백필름이었다면,

지금부터 펼쳐지는 텍스트는 그야말로 무지개빛 총천연색 컬러빛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특히 메이블의 엄마인 애나 아주머니와 마린이 두 손을 꼭 잡고 나누는 얘기는 기억 속에 한동안 자리잡을 것만 같습니다. 이제 이들은 하나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 상실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녹여져 있네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이 외로움을 느끼시는 분, 헤어짐을 겪고 마음이 헛헛해짐을 가득 안고 계시는 분들에게 단언코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퀴어적인 요소가 적절하게 절대 과하지 않게 들어있어 반감이 있거나 접해보지 않았던 분들도 무리없이 읽어나갈 수 있겠다 싶네요. 5월은 가정의 달인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진정한 가정과, 사랑에 대해 고찰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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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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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77월 중순의 어느 화요일 오후, 61세 초로의 윌라 브랜던은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전화기 발신 번호를 확인해보니 큰아들 이 살고있는 볼티모어의 지역 번호군요. 하지만, 분명히 아들의 전화 번호는 아니라서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네요.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윌라는 이내 수화기를 들고 맙니다.

 

여보세요?”

매킨타이어 부인이신가요?”

매킨타이어라는 이름은 윌라가 첫 번째 남편을 잃기 전에 갖고 있던 성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쓰지 않아온 예전 이름으로 윌라를 찾는 이 전화는 과연 누구의 전화일까요? 큰아들 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걸까요? 과연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클락 댄스의 저자 앤 타일러는 올해 나이 80이 된 미국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입니다. 종이시계1989년 퓰리처 상을 받아 예술성을 보여줬고, 1991년 우리나라에서 출간해 50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작가죠.

 

클락 댄스는 주인공 윌라10대 시절부터 60대 할머니 나이가 될 때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인데요. 11살 시절의 1967년을 시작으로, 21살 여대생 윌라를 만나볼 수 있는 1977, 41살의 두 아들 엄마가 되어있는 1997, 마지막으로 의문의 전화를 받게되는 61살의 윌라를 클락 댄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클락 댄스는 째깍째깍소리에 맞춰 어린 아이들이 양 팔을 마치 시곗바늘처럼 움직이는 춤이라고 하는데요. 순간 멈칫했다 또 움직이는 초침의 모습을 빌려 윌라의 인생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장을 넘기면 11살 윌라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엄마의 짧은 가출로 사건은 시작됩니다. 어쩌다 부부싸움이라도 한번 하시면 의례껏 외할머니댁으로 가버리시던 저의 어린 시절 어머니가 떠오르더군요.

 

윌라는 불을 끄고 조용히 자기 침대로 올라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윌라는 똑바로 누워서 눈을 말똥말똥 떴다. 전혀 졸리지 않았다.

엄마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23)

 

기껏해야 하룻밤 정도의 짧은 가출이지만, 어릴적 엄마의 부재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이상의 두려움과 혼돈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룻밤은 마치 1년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루하도록 길게 느껴집니다. , 그럼 윌라는 그 하룻밤을 어떻게 느꼈는지 볼까요?

 

현관에 들어서니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들렸다. 거실에 있는 라디에이터 위에 걸린 커튼 끝자락만 조금씩 흔들릴 뿐이었다. “엄마 안 오셨잖아.” 일레인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윌라는 책가방을 소파에 던졌다. “엄마한테 시간을 좀 주자.” 윌라가 말했다. (31)

 

시간은 흘러 197721살의 윌라가 보입니다. 남자친구 데릭과 함께 윌라의 부모님에게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내렸지만 남자친구 데릭과의 결혼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가는 겁니다.

 

그런데, 윌라는 비행기 안에서 의문의 남자로부터 총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옆자리의 데릭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요. 하지만, 비행기는 무사히 도착하고 의문의 남자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자칫하면 목숨마저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윌라는 데릭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인데도 윌라는 뚜렷한 반대 의사없이 데릭과의 결혼을 결정짓게 됩니다.

 

바로 그거야, 이 문제에서 윌라의 입장은 제쳐놓고 있잖아.” 엄마가 말했다. “윌라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얼마 전에 겨우 21살 생일이 지났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어.” (87)

 

뭔가 답답해집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순종적인 현모양처를 꿈꾸는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다시 발현된 듯함을 느끼고 맙니다. 아니, 개방적이고 자유롭기만 할 미국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성립이 되나? 싶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1997년의 윌라는 이안두 아들을 둔 41살의 주부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아빠는 20년 전 비행기 안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해준 그 데릭입니다. 윌라를 태우고 운전하던 데릭은 도로에서 경쟁적으로 보복 운전을 하다가 그만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윌라만 덩그라니 남게 된 거죠.

 

그는 마흔세 살이었다. 장례식 계획을 세워놓기엔 턱없이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모든 건 윌라에게 남겨졌다. 윌라는 그저 두 아들을 껴안고 어둠 속에 있고 싶었다. 상실감으로 온몸이 아팠다. (95)

 

책 속에서 윌라를 표현해주는 말 중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죄책감입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윌라가 죄책감을 느낄 수가 있죠? 작가는 겉모습만 미국 사람이지 속은 대한민국 사람인가 싶네요.

 

다시 의문의 전화를 받은 2017년으로 가보겠습니다. 전화의 내용인 즉슨 윌라의 큰아들 의 예전 여자친구 드니즈가 총상을 입는 사고가 생겼다. 드니즈가 내 이웃이다. 그래서 사고 직후 드니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드니즈의 딸 셰릴을 대신 돌봐주고 있다. 그런데 내가 출근을 해야하니 어서 와서 셰릴을 돌봐달라. 뭐 이런 얘기였습니다.

 

여기서 윌라는 뜻밖의 결정을 내립니다. 기꺼이 가서 셰릴을 돌봐주기로 합니다. 애리조나에서 볼티모어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죠. 비행 시간이 자그마치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도 말입니다.

 

그곳에서 윌라는 드니즈와 셰릴과 함께 지내면서 많은 이웃을 만나고 여러 가지 사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차츰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죠. 드니즈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와는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새로운 인생에서 그녀는 어딘가에 방을 빌릴 생각이었다. 밍튼 부인의 집에서 살 수도 있고 셰릴이 놀러 올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를 빌릴 수도 있다. 벤이 자원봉사를 하는 교회에 나가서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셰릴의 학교 친구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니까. (355)

 

우리네 인생을 가끔 시계추에 비교해보곤 합니다. ‘똑딱똑딱정해진 방향, 정해진 거리만 왔다갔다 하는거죠. 윌라도 그랬고, 대한민국의 거의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그랬고, 저또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80의 노작가는 우리에게 그쯤하면 됐다고 위로해주는 듯 합니다. 지금까지 이타적으로 희생하며 살아왔으니 자신만의 행복을 한번 돌아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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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클라스 : 고전.인류.사회 편 - 불통不通의 시대, 교양을 넘어 생존을 위한 질문을 던져라 차이나는 클라스 2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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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장님 3, 귀머거리 3, 벙어리 3'이라는 말로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나타내는 말이 있죠. 아마도 봐도 못본 척하고, 들어도 못들은 척해야 하며,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닫고 지내라는 뜻이겠죠.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또한 학창 시절이나 신입사원 시절에 질문하는 것을 삼가하고, 입 다물고 있으라는 명령을 다수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처럼 질문이 실종되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대다수인 현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질문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외치며, 우리에게 질문을 권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차이나는 클라스 - 고전·인류·사회 편입니다. 이 책은 원래 매주 방송되는 TV프로그램의 내용을 엮은 것인데,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방송되고 있는 JTBC 대표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미 방송 1주년을 기념해 첫 번째 책이 선보였었고, 이번에 100회 특집을 기념으로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네요. 지난 첫 번째 책에서는 국가, , 리더, 역사의 강연을 텍스트로 풀어냈다면 이번 두 번째 책에서는 고전, 인류, 사회에 관한 주옥같은 강연이 실려있습니다.

 

1장 고전 편에서는 고미숙 선생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통해서 21세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의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고,구암 허준의 동의보감을 통해서는 우리 몸을 조화롭게 하면서 건강을 잘 지키는 지혜를 갖도록 알려줍니다. 이어서 김상근 선생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소개하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약자와 강자에게 각각 결단력과 운명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약자는 현실에 실망하지말고 강한 결단력으로 한번 실행해보고, 강자는 운명앞에 겸손하라는 거죠.

 




2장은 인류 이야기입니다. 폴김 선생의 지역 이기주의를 벗어난 세계화를 향한 교육 이야기, 이정모 선생의 공룡의 멸망으로 보는 인류미래의 대처 방안, 이명현 선생의 우주에서 와서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인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마지막 3장은 사회 이야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철학은 어렵거나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필연적으로 하게된다고 전하는 이진우 선생, 고령화 시대인 요즘 세대갈등의 본질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전상진 선생, 날로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범죄의 양상속에서 어떻게 범죄를 예방해야 할지를 말하는 박미랑 선생, 아직은 미약한 패미니즘의 그 치열한 역사와 현주소를 알려주는 이나영 선생...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강연의 연속입니다.

 




유태인의 교육법중에 '하브루타 교육'이라고 있습니다. 하브루타란 히브리어로 친구 또는 짝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탈무드를 함께 읽고 대화하는 토론식 학습을 말합니다. 우리네처럼 답을 정해놓고 일방적인 강의로 일변하는 주입식교육이 아닌거죠. 이제 우리도 마치 로봇처럼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식의 지식을 흡수하게끔 하지 말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질문과 의견들이 오고가는 살아있는 교실, 회사,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언젠가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손 들고 한번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슨 과목이었고 무슨 질문이었는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선생님의 대답만은 확실히 생각이 납니다. "그런 허튼 질문 하려면, 내 수업에서 나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저런 선생님은 안계시겠지만, 혹시라도 질문을 용납하지 않는 현장이 있다면 우리가 용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양한 질문으로 소통되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 차이나는 클라스 - 고전·인류·사회 편을 힘주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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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만나다 푸른도서관 82
유니게 지음 / 푸른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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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면서 지내왔을 청소년기... 저 또한 열병과도 같은 청소년 시기를 말 그대로 끙끙 앓듯이 그렇게 보냈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저의 아이들이 그 청소년 시기를 겪어나가고 있지만, 먼저 겪어봤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피해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줄 수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청소년이라 겪을 수밖에 없는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는 친구들이라면, 지금 당장 청소년 소설 그 애를 만나다를 펼쳐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 모두가 고민해봤을 법한 꿈과 진로, 그 나이또래의 삶이 책 한권에 가득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한 후, 막내딸 민정이의 좌절된 삶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머니의 열성으로 명문대학에 진학한 오빠와 언니를 둔 막내 민정이는 일찍부터 명문대 미술학과를 목표로 최고수준의 화실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아버지 사업의 실패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외할머니 댁으로 들어가게 된거죠. 가난이 찌든 그 골목은 민정이는 '절망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말합니다.

 



장미빛 같았던 민정이의 미래를 뒤로한 채, 산 송장처럼 지내던 어느날 운명처럼 '그 애'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생활이 전개됩니다. 여태까지의 삶이라면 상상도 하지못했던 정반대의 삶이 펼쳐지죠... 이 책은 민정이의 고교생으로서의 생활, 부유한 삶에서 가난한 삶으로 급변하는 가정생활, 꿈과 미래, 친구들... 그 밖의 다양한 고민들에 부딪치는 현실 청소년들의 모습을 깊이있고 실감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첫 청소년 소설 우리는 가족일까가 서울특별시 어린이도서관 청소년 권장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던 유니게 작가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진정한 성장이란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 작품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이야기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제로 작가는 '고통의 가치'를 들고 있습니다. 민정이를 통해 '잘 견뎌낸 고통은 그 경험이 아니면 결코 얻을 수 없는 큰 성장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민정이가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민정이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유한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그렇게 공부만 하다가 어머니의 바램대로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말았겠죠. 물론,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들죠. 그렇지만 그 고통을 이겨냄으로써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됨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니고,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인격체입니다. 정답이 틀에 정해져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나름대로의 과정과 환경과 개성이 모두 다름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난다면,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이고 깊이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소설 그 애를 만나다는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도 남음이 있는 좋은 길라잡이라고 생각하고,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접해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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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미녀의 세금 지우개 - 골치 아픈 세금 문제, 속 시원하게 지워드리는
김희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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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사정이 취약한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사업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절세 꿀팁’들로 가득하다. 세금의 종류, 납부 일정 및 방법 등 기초적인 세금 관련 정보부터 슈퍼리치들의 부동산 절세 방법까지 담아내 사업주들이 세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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