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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일단 제목이 끌려서 선택해 본 책. 밤거리의 풍경과 배경의 추운 겨울 날씨, 타이베이의 뒷골목이 떠오르는 장면 등등은 이 소설이 느와르 범죄소설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의외로 읽다보면 주인공의 마음 따뜻한 위로가 느껴지고, 타인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마음씀씀이가 보인다. 의뢰인들도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려고 온다기보다는 소중한 사람이나 추억을 잃은 현재를 바꾸고 싶어서 온다. 남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꾸는 사람들. 하지만 내가 꿈꿨던 타인의 삶은 행복할지언정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고, 꿈 같은 기분이다. 혹은 도돌이표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산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주위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할까? 의뢰인들의 삶을 지켜보면 작가는 어떤 답을 골라야할지 은근하게 알려준다. 인류애 가득한 주인공과 사람이 아닌 것같은 미스테리 속 감독,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같은 스토리와 각자 한 능력씩 차지하는 비현실적 캐릭터들, 거기에 의외의 반전이 재밌다. 마치 겨울의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주인공 징청은 사고로 여자친구 징즈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본인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그 소설들이 조직 다크펀 감독의 눈에 띄어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 이자카야 술집 후보쿠의 주인 우팅강이 제작을 맡고, 아래에도 두명의 조직원을 둔 범죄조직이지만, 꼭 나쁜짓만 하는 범죄조직은 아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을 구하기위해 뛰어들기도 하고,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도 하면서 소설은 흘러간다. 여러 장면으로 나뉘어있고 회상부분이 많아서 더 영화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대만 소설은 처음 읽어봤는데, 일본풍 느낌이 많이 나지만 매력있는 소설이었다. 제목에 비해 어두운 소설이 아니라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