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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강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1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라기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는 게 글씨를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본다지만 글씨 없는 그림책은 처음이에요. 과연 잘 읽어줄 수 있을까? 하면서 펼쳤습니다. 책 커버종이가 있는데 꼭 벗겨보세요. 겉표지가 두가지 버전이에요. 원래 겉으로 봤을 때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강과 나무의 풍경이지만, 한 장 벗겨내면 다른 그림이 숨어있답니다. 버지니아 리 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와 비슷한 수순을 따르지만 더 잔인하고 차갑고 쓸쓸해요.
사람들이 살지 않을 때는 평화로운 강이 흐르고, 그 강 옆에 아름드리 나무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나무들은 베어졌습니다. 자른 나무로 사람들은 집을 짓고, 강에는 배를 띄웠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튼튼한 성을 짓고, 싸우고, 옹벽을 세웠습니다. 철도가 건설되면서 강은 거의 보이지 않고, 강을 덮은 도로에는 차들이 달려갑니다.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나무는 시들고 말라버립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부서지고 사람들은 떠났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개암나무는 이파리를 남기고, 도토리를 강에 떨어뜨립니다. 도토리는 강을 따라 흘러가서 다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듭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작은 집 이야기>가 옛 정취를 느끼며 따뜻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었다면, <나무와 강>은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문명사회를 그리고 있어요. 마지막은 다시 소녀가 나무를 만지며 희망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이 자연친화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합니다. 모든 게 부서져서 몰락했을 때가 자연에게 있어서는 기회인 점이 모두에게 잔인해 보여요.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