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숨겼을까? 주위의 모든 것들을 의인화 해 본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들이라는 시가 생각나기도 한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아예 의인화 해 볼 생각조차 못해본 소소한 것들을 다룬다. 할머니의 발자국, 나무와 낙엽 등등. 낙엽은 특히나 나무로부터 탈출했다고 하는데 이런 표현이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시선에서, 뻔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읽다보면 자꾸 과학적으로 팩트를 떠올려서 내가 너무 메말랐나 싶은 질문들도 있었다. 마치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됩니다. 하는 문장에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야지?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듯이 생각나서 집중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독특한 질문으로 주위의 친숙한 것들을 색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아직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도 있다. 얼마 전에 올리버 색스의 의식의 강을 읽었는데, 같은 자극에 같은 반응을 하더라도 아메바를 크게 키워놓는다면, 이건 지금 배가 고파서 그렇다, 자려고 한다, 처럼 반응을 세부적으로 나눌 것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래서 '낙엽이 태어나서 눈을 떴을 때, 허공에 매달려 있는 것을 알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라는 질문에서 개만한 아메바가 떠오르기도 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 문장을 곱씹다보면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옆 장에는 대답을 쓸 수 있어서 짧게나마 내 의견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