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 마시는 걸 참 좋아한다. 그런데 처음 마시는 고가의 차, 특히 보이차라는 이름이 나한테는 오히려 높은 벽처럼 느껴져서 그 부담감에 잘 즐기지 못했다. 보이차만의 맛을 잘 모르겠을 때 갸우뚱하며 최대한 맛과 향을 붙잡으려고 애써도, 아침 풀 숲의 이슬처럼 금방 사라져 버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따지거나 전문가처럼 분석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즐기는 게 차를 마시는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보이차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감에 밀려 티타임을 거의 갖지않게 된 것이었다. 페이지 여분없이, 꽉꽉 찬 자간 사이 어색함도 잠시잠깐이다. 백호은침, 무이암차며 대홍포 등등의 이름들이 언뜻 기억을 스치며 어릴적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든다. 작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차 수입하는 일을 하시던 부모님을 따라 보이차를 마신다. 몸이 좋지 않을 때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금방 나아졌다고 한다. 하긴, 차가운 몸과 마음을 녹이는 데에는 따뜻한 차가 제격이긴 하다. 하지만 작가는 건강상의 이점으로만 보지말고 차 자체를 즐기기를 권한다. 또 작가는 차 마실 때와 커피를 마실 때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한다. 그렇지만 커피가 우리나라에 완전히 자리잡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상다반사였던 차가 많이 잊혀졌다. 마치 일이 바빠 점점 티타임을 생략하게 된 나처럼.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잔으로 마음까지 녹이기 좋은 계절이 왔다. 언젠가 한 번은 인사동의 월하보이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음미하고 싶다. #시간을마시는보이차 #보이차추천책 #월하보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