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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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라고 한다면 외로워서는 안되고, 연인이나 가족들끼리 북적거리는 시간을 상상한다. 약간 의무감까지 생길 정도로 행복해야 하는 날인 크리스마스에 주인공인 누크는 아이에게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누크는 이혼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중이다. 하나뿐인 가족인 아들 으제니오는 엄마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하며, 아이 특유의 순수함과 악랄함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하루에 25페이지 내외로 읽을 수 있었는데, 아직 4개월도 못채운 아기를 아기띠에 안고 읽기도 했거니와, 아이의 잔인한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자꾸 속도가 안붙는 탓도 있었다.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은 그야말로 오지랖을 펼치며 아이와 단 둘이 있으면 아이도 외롭고 어른도 쓸쓸하니 둘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나라면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거의 귀담아듣지 않을거라는 호기로운 생각이 들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된다면 나도 주인공처럼 흔들렸을 게 분명하다. 벌써 아이부터 원하는 방식이니까. 아이에게 맞춰주는 것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 나는 그 적절한 부분을 찾아내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당기면 자율성을 빼앗고, 조금만 더 풀어주면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맞추느라 버릇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외국도 똑같구나, 싶은 부분들이 여럿 보여서 반갑기도 한 한편 쓴웃음을 짓게 한다.



주인공 누크는 아이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노력들은 다들 뜻하지않게 이상하고 아쉬운 결과들만 가져다준다. 좋게 시작했던 것도 결과적으로 별로면 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다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면 누크는 화가 나고, 아이의 탓이 아닌걸 알면서도 감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소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누크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고 쓸쓸해서 그녀를 욕할 수만은 없다. 어쩌면 모든 엄마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날카롭게 꼬집어낸 작가의 통찰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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