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 - 차생활자가 전하는 열두 달의 차 레시피
여인선 지음, 이현재 사진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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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는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작가는 기자 출신으로, 자기만의 감성으로 차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여행을 풀어냈다. 흥미나 취미보다는 취향이라는 단어가 더 끌린다고 한다. 그리고 가꾼다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는데, 오랫동안 공들여 가꾼다는 단어의 뜻이 마음에 드나보다.



나도 차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책을 찾아읽는 편인데, 주로 이론서들이 대부분이라 내용이 거의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개인적인 경험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여행기와 차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이라 스토리가 있어서 읽기 수월했다. 에세이나 르포 형식의 짧은 일기같은 이야기들을 쭉쭉 읽어 나가다 보면 작가가 오랫동안 알아왔던 친구같이 느껴진다. 느긋한 품성을 가진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유롭고,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고 짧게나마 혼자서 사색할 여유가 필요한 사람. 나한테는 그렇게 느껴졌다.



일본 여행에 대해서 너무 개방적인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 차에 대해 , 작가는 취미라고 하지만 굉장히 전문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는 걸 보니 나랑 비교되어서 괜히 부끄러웠다. 차 라는 분야가 아는 것과 경험하는게 정말 크게 다르기도 하지만 내가 정말 차를 좋아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이있게 공부하는 게 보였다.



언젠가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들으며 일본의 어둡고 깜깜한, 다도를 지키며 차를 마시는 다실을 상상했던 게 기억난다. 화려한 다실과 아주 깜깜한 다실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들으면서도 참 인상깊었다. 두 견제세력이 서로의 다실을 방문했는데 한쪽은 화려하고 한쪽은 초라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화려한 다실을 부러워했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어두운 다실에서 혼자서 다짐하며 칼을 가는 모습을 두려워했다는 이야기였다.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해내려는 마음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기억이난다. 사진들을 넘겨보니 나도 나만의 다실이 있으면 어떨까, 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책머리에 나오는 말마따나, 내가 있는 곳이 곧 다실이니까. 차를 즐기는 시간이 너무 엄격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동그란 자사호에 마음을 빼앗기고, 고슴도치 다우가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사람인지라, 보이는 것에, 아는 것에 욕심이 나는가 보다.



에세이지만 사진이 많은 편이고 차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마신 기록들이 특히 눈여겨 볼만하다. 감성적이고 예민한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숱한 여행의 테마들을 차로 잡을 정도로 가벼운 취미를 넘어 취향이 된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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