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 체조하듯 산다 - 균형 있는 일상을 위한 김토끼의 숨 고르기 에세이
지수 지음 / 카멜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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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체조하듯 산다. 제목도 표지도 심플 그 자체다. 심플하다못해 약간은 단조로워 보이는 책. 처음부터 끝까지 내 힘으로 산다는 독립적인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작가는 그렇지 않아보였다. 독립이라고 하지만 하숙집에 얹혀있는 느낌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그 다음 진짜 독립을 할 때는 벌지 않으면 나의 고양이를 책임질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는 동의할 수 없었는데, 사람 위에 사람을 쌓듯이 올려둔다는 게 소름끼친다는 내용이 특히 그랬다. 내가 전에 살던 아파트는 오래 살았기 때문에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아래층 할머니는 아들부부와 함께 살았고, 앤티크한 인테리어로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화이트톤인 우리집과는 완전히 다른 집처럼 보였다. 윗층엔 목사님 부부가 살았는데, 사모님께서 마침 내가 빵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남은 빵을 항상 우리집에 나눠주셨다. 식구끼리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끔 문고리에 빵 봉지가 걸려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어떤 산타가 다녀갔는지를 알았다. 그 윗층에 이사온 사람은 동네 버스정류장 닭강정집을 차렸다. 엄마는 가끔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닭강정 컵을 하나씩 사들고 오셨다. 그 윗층엔 우리 아파트가 나기를 기다리다가 입주한 작은언니네가 살았다. 잠옷바람으로도 3개층만 올라가서 언니랑 하루종일 수다를 떨기도 했다.

작가가 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조리함을 느끼고 금방 사퇴했다는 데에서 요즘사람이라고 많이 느꼈다. 꼰대들이 '라떼는 말이야~'를 외친다면 요즘 사람들은 '쉽게 쉽게 해~' 라고 속삭인다. 어른들은 열정과 희생을 강요하고,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둘 다 인생에서는 정답이다. 물론 어느 한쪽이든 과하게 치우쳐 있으면 안되겠지만. 요즘들어 특히 쉽게 가는 모습에 화가 나는 건 내가 꼰대이기 때문인지, 복잡한 상황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떨 땐 쉽게 생각하다가도 목표를 생각하면 한없이 고민만 많아진다.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면 마음이 편하겠다, 하는 마음마저 든다. 작가의 이전 책인 그럴 땐 바로 토끼시죠.를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다이어리꾸미기 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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