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휴일도 없이 걷는사람 시인선 21
이용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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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휴일도 없이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시를 읽는 동안 다른 세상에 빠져있는 느낌이 좋았다. 시의 어조는 대부분 음울하고 분노에 차 있어서 다소 에드거 엘런 포의 작품들을 읽는 기분이었다.

피, 심장 이라던가 절망, 녹슬었다 등의 표현들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격적인 느낌도 있고 복수하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공격받은 데 대한 복수를, 자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네가 이렇게 나를 만들어서 나는 힘들어.'라는 말을 반복한다. 공격받은 상태라 피가 철철 나서 흥건하고, 심장은 녹슬어 버렸다. 회피성 성격장애같은 느낌도 든다. 계절로 따지자면 한겨울, 혹은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같다. 찬바람이 쌩 하고 불면서 뱃속까지 서늘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실린 시들이 말하는 감정에 동감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사람에게 상처입어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고,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내려다볼 때가 있지 않은가. 그게 아프니까 알아달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도 많다. 최근에 겪은 (아직은 겪고 있는) 일들 때문에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 더 공감된다. '내가 이렇게 아파. 긍정적인 마음도 사라졌고 매일 우울해. 그런데 사실 전부 내가 자초한 일이지. 꼴 좋네.' 이런 사고과정을 겪고있는 나인지라 더 와닿는 시집이다.

독서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길이고, 자신을 찾는 일이다. 책을 읽다보니 내 감정을 꺼내놓고 관찰할 수 있고, 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 약간의 위안이 된다. 힘든 상황에서 참고 있는 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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