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저학년의 품격 27
유지은 지음, 홍찬주 그림 / 책딱지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유지은/책딱지)


책딱지에서 간행된 유지은 작가의 동화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분명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닫힌 태도를 비춘다. ‘노 키즈 존’으로 대표되는 ‘배제의 분위기‘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다름’을 불편의 이유로 삼아 선을 긋는 모습이 어떤 문제를 만들고, 반대로 공존과 환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 준다. 배제를 벗어나, 연대를 넘어 이제는 환대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이야기에는 도시의 우아한 식당에서 일했던 여우 요리사가 등장한다. 여우는 고향에서 아버지가 남긴 ‘열두 달 식당’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 하다, 점점 완벽함만을 고집한다. 최고의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손님들이 최고의 음식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조용하고 고급진 풍경을 고집한다.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번잡하다는 이유로 동물 손님들을 하나둘 내쫓고, 여덟 살 이하의 손님뿐 아니라 털갈이 중인 동물, 몸집이 큰 동물, 말이 많은 동물, 심지어 되새김질하는 동물까지 가리지 않고 문을 닫는다. 결국 식당은 아무도 찾지 않는 ‘노노노 식당’이 되고, 혼자 남은 여우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고립을 만들어 냈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노 키즈 존’ 논리와 닮아 있다.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를 나이만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국제기구에서도 문제로 지적한 일이다. 일부 양육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나 소음에 대한 우려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항변하지만, 그 결과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우가 완벽한 식당을 위해 손님을 내보낸 것처럼, 사회도 불편함을 조절하기보다 사람을 밀어내는 쪽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할 때가 있다. 늘 그렇듯이 쉬운 답이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책 속 배제의 시선은 신뢰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어른들은 미취학 아동의 발랄한 행동을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 불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배려하지 않는 양육자’다. 이 인식이 확장하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편견이 생긴다. 이 때문에 양육자들은 외출에 부담을 느끼고, 육아 환경은 더 어려워진다.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배제와 차별이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를 슬기롭게 나타낸다. ‘노키즈존’에서 차별을 경험한 어린이는 자신과 다른 타인을 만났을 때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다. 어린이가 공공장소에서 예절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사회화 과정은 꼭 필요한데, 노키즈존은 이런 배움의 기회를 막아 버린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간다. 위기에 처한 여우를 배제된 손님들이 조건 없이 도우며 진짜 환대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여우는 문제가 타인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라 편협한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반성한다.


아이는 통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인과 같은 권리를 가진 작은 시민이다. 우리가 차이를 빌미로 벽을 세우는 대신, 서로가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아이에게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읽는 어른에게는 배제의 태도가 결국 우리를 고립시킨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완벽함만 바라보다 공동체를 잃어버린 여우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 모두에게 추천한다. 생각할거리가 참 많다.


2025.11.2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진심으로 느낀 바를 서술한 글입니다.


#열두달식당으로오세요

#유지은

#책딱지

#초등추천도서

#저학년추천도서

#초등필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