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글: 사이하테 타히, 그림: 아라이 료지, 문학동네)
그림책이란 장르는 끝없이 따뜻할 수도, 한없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랬다. 이토록 깊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니.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책인데,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열 번은 읽고 나서야, 작가의 뜻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꿈을 꾼다는 것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새로운 희망과 꿈을 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멈추게 한다. 그림책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는 그 멈춤의 자리에서 한 아이가 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질문을 펼쳐 보인다.
“아름답다는 건 뭘까?”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힘이 있다.
그림책의 문장은 너무나 짧고 또 고요하지만, 그럼에도 깊다. 군더더기를 늘어놓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바라보게 한다. 굵은 선과 강렬한 색, 한 장면만으로도 페이지가 살아 움직인다. 글과 그림이 조용히 맞물리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밤이 스며드는 장면은 아름다움이 변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특히 별이 가득한 장면은 마치 밤하늘을 그대로 펼쳐놓은 것처럼 넓고 환하다. 그 아래에서 아이가 별에게 말을 거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이 멈춘다.
노을이 천천히 물러나고 어둠이 스며드는 풍경이 섬세한 붓질 몇 번만으로도 또렷하게 살아난다. 아이의 눈에 고양이의 눈 같은 밤이 번쩍이는 장면에서, 아이가 그저 밤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밤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별이 떠오르고, 아이는 별에게 묻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별은 어려운 말 대신 조용한 마음으로 대답한다. 아름다움은 정의가 아니라, 바라보고 생각하고 멈춰 서는 그 과정 속에 있다.
아름다움이 실용적이지 않다. 밥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생활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때론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순간들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노을 앞에서 멈춰 서고, 반짝이는 빛을 보면 손을 뻗는다. 그 자연스러운 마음을 어른이 되며 조금씩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이의 시선을 빌려 조용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서둘러 읽는다면 놓치는 것이 많은 책이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고, 그림은 다채롭고 화려하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어느 한 그림에 눈길이 멈춰서, 마음이 벅차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이 서로 기대어 만들어 낸 떨림이 오래 남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서 그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별에게 묻는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의 질문이고, 그 질문을 품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 아래 조용히 서서 나만의 별을 다시 바라보고 싶어진다. 잊고 지냈던 감각을 다시 꺼내어 손에 쥐게 해 주는 책, 그 따뜻함이 오래 남는다.
2025.11.25
*이 글은 출판사에서.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그림책추천
#문학동네
#정수윤
#사이하테타히
#아라이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