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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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서평 도서를 받고 행복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서에 넘버링 가제본이라니! 54번이 적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이다. 원래는 2권으로 출간된 작품을 한 권으로 묶어낸 형태라 읽는 내내 특별함과 뿌듯했다. 이런  독서는 늘 즐겁다 


얼마 전 도서모임에서 『퀸의 대각선』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역시 베르베르라는 생각을 나눴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세상을 체스판 삼아 다투던 이야기였다. 그 작품이 현대사와 현실의 그림자를 드리웠다면, 이번에 읽은 『키메라의 땅』은 시선을 미래로 돌려, 우리가 곧 맞이할지 모르는 세상을 예고한다.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은 생명의 다양성과 인류의 미래를 펼친다. 공상과학 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도래한 생명공학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인류가 직면한 환경 위기, 기후 변화, 종의 존속이라는 본질적 질문을 집요하게 묻는다. 읽는 내내 불편했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머릿속에 맴도는 문장은 단순하다.


“사피엔스는 결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생물 다양성과 인간의 불안정한 자리


진화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유전자의 풍부함이 생존의 힘을 만든다. 개미와 바퀴벌레는 수많은 세대를 거쳐 끊임없이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반면 단일한 DNA 구조만 지닌 바나나는 작은 병 하나에도 멸종의 벼랑에 몰렸다.


인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금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 종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변화하는 기후와 생태계 앞에서 과연 얼마나 견고할까? 무자비한 변화는 이미 현실이며, 적응하지 못한 종은 반드시 사라진다. 『키메라의 땅』은 이 불안한 운명에 대해 새로운 대안과 방향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마지막 승자인가?”




혼종의 탄생과 인간 중심 사고의 전복


주인공 알리스가 창조한 혼종은 위 질문의 실험적 답이다. 인간과 두더지가 합쳐진 땅속의 ‘디거’, 인간과 박쥐의 혼종인 하늘의 ‘에어리얼’, 인간과 돌고래가 결합된 바다의 ‘노틱’. 각각의 혼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아간다. 이후 도롱뇽과 인간의 혼종 ‘악셀’까지 등장하며, 베르베르가 상상하는 진화의 가능성은 확장된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여전히 위태롭다. 알리스가 우주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동안 지구에는 제3차 세계대전과 핵전쟁이 발발한다. 인류는 몰락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오염된 환경 속에서 근근이 생존한다. 반대로 혼종들은 오히려 그 척박한 환경에서 새로운 종으로 자리잡으며 번성한다.


역사는 언제나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더 잘 적응한 종이 주도권을 차지하고, 그렇지 못한 종은 퇴화한다. 결국 사피엔스는 열등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침내 동물원에 갇혀 전시되는 운명을 맞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종을 창조한 알리스조차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알리스는 끝까지 공존의 길을 찾으려 한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모색하며,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혼종들 역시 인간의 본성을 이어받아 지배하려는 욕망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공존을 갈망하기도 한다. 이는 곧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 했던 오만의 거울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단초이기도 하다. 공존 없는 진화는 퇴화일 뿐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중반 이후 펼쳐지는 혼종 사회의 모습과 알리스의 고뇌는, 인간이 이 세계의 유일한 주인이 아님을 환기한다. 지구는 인간 없이도 살아남는다. 이 단순하지만 차가운 진실은 인간이 늘 잊고 살아온 사실이다. 지구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이 지구를 필요로 할 뿐이다.




남겨진 질문


결국 사피엔스의 역할은 무엇일까? 알리스가 꿈꾸던 혼종들의 공존은 결국 갈등과 충돌로 치닫는다. 그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경쟁하고, 협력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다. 인간에서 진화한 그들도 인간의 궤적을 닮아간다.


“멸종은 피할 수 없지만, 진화는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은 언제 오만을 내려놓고, 모든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리 인간의 위치와 미래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2025. 08. 20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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