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 은그루 웅진책마을 121
황지영 지음,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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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 은그루>(황지영 글 /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사람이 있다. 딱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말, 그가 가진 재능과 개성에 빠져드는 것이다. 혹은 딱히 뭔가 뛰어나지 않은데,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가기도 한다. ‘매력’ 혹은 ‘아우라’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걸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터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매력을 갈구한다. 등교해서 반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말을 하면 모두가 내 말을 경청하길 바라고, 남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장기를 보여줄 때면 모두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돋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등교해서 교실에 가면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고, 자신 빼고 저들끼리 쑥덕거린다. 마음 먹고 준비한 발표에 친구들의 반응은 영 시원찮고, 오래 준비한 장기자랑 앞에서는 시시해한다. 그럴 때면 어디론가 숨고 싶고, 자신에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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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은그루는 평범한 외모와 살집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다. 그래도 아이돌의 노래에 맞춰 춤추기를 좋아하고, 꽤 자신도 있지만 남들에게 선보인 적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수련회에서 장기자랑을 하기로 하는데, 이미 반에는 춤을 잘 추기로 알려진 시하가 있기에, 모두들 시하가 상을 탈 거라고 한다. 그루의 절친 라희는 시하에게 라희도 끼워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하고, 라희는 그루와 친구들을 모아 장기자랑에 나가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구루는 길고양이를 도와주다가, 길고양이 발바닥 밑에서 돌멩이를 줍는다. 마치 검은 색깔, 혹은 검은 구멍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돌멩이. 다음 날 이 돌을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가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루에게 관심을 갖는다. 평범한 옷, 행동, 춤이 모든 사람의 관심을 받고, 친구가 찍은 그루의 춤 영상이 큰 호응을 얻어, 댄스 전문가 아랑 선생님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한다.


순식간에 스타가 된 그루, 그것이 ‘블랙홀’이라 불리는 유성 돌멩이의 힘임을 알게 되는데, 그루는 이 블랙홀을 이용해 장기자랑에서 상을 탈 수 있을까? 블랙홀의 도움을 받아 관심을 받고 빛나는 아이가 되는 것이 문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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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는 너무나 평범한 아이고, 어느 것 하나 튀는 것이 없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보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유성 블랙홀이 생겼을 때 처음엔 그 효과에 어리둥절하고 놀라워하지만, 곧 그 힘에 압도당한다. 그러면서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생각한다. 관심을 받는 만큼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며, 또다시 관심을 얻으려면 뭔가 더 욕심을 부려야 한다. 마치 중독성 높은 약물 같은 느낌이다. 그루는 블랙홀이 양날의 검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블랙홀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 책에서 시하는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아이다.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아이이지만 어떻게든 블랙홀을 얻으려 한다. 이미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려면, 더욱더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가가 꿈인 아연이도 바라던 것이다.


그에 비해서 그루의 절친 라희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다. 블랙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 것도, 그 위험성을 알려준 것도 라희다. 라희는 블랙홀이 가진 힘과 위험을 계속 경고하며, 그루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아마 라희도 비슷한 경험을 한 건 아닐까?


무척 매력적인 동화다. 주인공 은그루와 시하, 라희 등의 친구들의 성격과 특징이 잘 드러나며, 유성 조각인 블랙홀의 특징과도 잘 어울린다. 블랙홀 조각으로 벌어지는 신비한 일만이 아니라, 인기를 누리는 친구와 평범한 친구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관심이 아니라 자기다운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그루와 친구들은 마지막에 장기자랑에서 상을 타지 못했지만, 이들은 이제야 진정한 샤이닝 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춤을 연습하고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살아가다 보니, 진정으로 나 자신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빛나기까지 해야 하다니, 그러면 인생이 너무 힘들어진다. 게다가 인스타와 틱톡, 유튜브에는 빛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모두가 빛나는 스타다. 그걸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 쉽다. 


“자신이 세잎클로버로 태어나지 못한 걸 부끄러워하지 말라. 네잎클로버로 태어났다면 당신의 허리는 이미 잘렸을 것을…”


어디선가 읽었던 명구절이다. 이 책도 이런 의미를 담는데, 우리 아이들이, 뛰어난 재능이나 빛나는 외모, 재능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진짜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4.07.06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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