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재수 있다! 저학년의 품격 11
류미정 지음, 이승연 그림 / 책딱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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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수 있다!>(류미정 글 / 이승연 그림 / 책딱지)


저학년의 품격 열한 번째 작품인데, 그 품격에 맞는 다채로운 내용과 작품 속에 담은 의미와 주제가 깊다. 저학년 아이들과 읽고 나누기에, 이만한 작품이 드물다. 열한 편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색깔로 반짝인다.


이 책 <오~ 재수 있다!>는 책 표지를 보자마자 빵 터졌다. 이렇게 재수없는 일이 일어나다니! 가방이 찢어져서 물건이 쏟아지고, 누워서 보던 폰이 얼굴로 떨어지며,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는 떼굴 굴러 밖으로 나가버린다. 껌 밟고 새똥 맞고, 급기가 축구공에까지 맞는다.


이 책 표지 이야기가 책에 전부나오는 건 아니지만, 표지를 보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감이 잡힌다. 그래서 표지 하나만 붙잡고 아이들과 한 시간은 떠들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재수없는 일’이 일어나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재수없다’는 말을 이 책의 주인공 앞에서 해선 안 된다. 그렇다, 이 책 주인공 이름이 ‘오 재수’다. 재수없다는 이 말이, 재수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심히 부정당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웃어 넘긴 만한 그런 일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이 부분을 생각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바탕에 깔고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긴 자기 이름이 그저 자랑스러운 아이는 없을 거다. 이름으로 놀림받는 일은 다 한 번쯤 있고, 놀릴 만한 점이 하나도 없는 이름이면 매우 흔한 이름이거나 너무 독특한 이름일 것이다. 어느 아이나 하는 그런 고민을, 아이의 시선에서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바로 <오~ 재수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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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수는 학교에서부터 재수없는 일이 생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잘못한 일도, 그저 재수가 이름 때문에 재수 없어서 생긴 일이라 치부한다. 그래서 재수는 이 모든 불운이 자기 이름 탓인 것 같다. 재수는 이름을 바꾸고 싶지만, 엄마도,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도 절대 안 된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삼촌의 이름표의 ‘뷰’를 보며, 재수도 자기 이름표에 다른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다. 그 이름이 참 웃기다. 이름이 계속 바뀌니, 친구 시후는 “재수야, 아니 멋짐아, 아니 순신아.”하고 헷갈려 한다. 그런데 그런 이름에 걸맞게 사는 일도 힘들다. 이런 고민 중에, 아파트에서 아이를 찾는다는 방송을 듣고, 재수는 계단에 혼자 앉은 아이의 고민을 듣는데, 그 아이도 이름이 ‘재수’여서 고민이란다. 재수는 그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며, 재수 자신의 고민도 점점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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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은 아이라면, 이 책의 결말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오~재수의 고민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하면서, 자기 이름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모든 문제가 재수의 이름이 아니라 재수가 받아들이는 문제였음을 넌지시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아이들에겐 아쉬운 결말이리라.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볼 때, 이렇게 좋은 결말이 또 없다.


오~재수가 이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면, 이 모든 문제가 정말 이름의 문제였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바꾸는 데 정말 성공했다면, 아이들은 틀림없이 그 이름으로 또 다른 놀림거리를 찾았을 것이다. 결국 재수의 문제는 이름에 있지 않았다. 이름으로 놀리는 아이들이 문제였고, 그것을 대하는 재수의 문제도 있었다. 모든 문제는 내가 아닌 저 밖에 있다고 여기는 재수의 마음가짐도 문제였다.


문제가 재수에게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외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재수의 문제는 자기 이름을 스스로 부끄러워한다는 데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 이름인데, 나만 이상한 이름이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와 똑같은 이름의 동생을 만나면서, 재수는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제서야 재수는 문제를 온전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내 고민이 해결되고, 비슷한 슬픔을 나누며 위안받는다.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더 많고, 그저 걱정을 말하면서 해결되기도 한다. 그렇게 해결되는 일들은 결국 문제가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주제를 이렇게 꼼꼼히 말하진 않겠지만, 아이들도 분명 그걸 느낄 것이다. 그리고 문제와 아픔을 대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함께 나눌 수 있겠다. 


책딱지 ‘저학년의 품격’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다. 앞으로도 계속될 좋은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2023.08.2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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