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 살, 사기 열전을 만나다 ㅣ 나의 첫 인문고전 5
장은영 지음, 임미란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22년 11월
평점 :
<열 살, 사기 열전을 만나다>
(장은영 글 / 임미란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학생들과 오랫동안 책을 읽다 보면, 반짝 재미있지만 그 뒤로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흥미롭게 읽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거나 너무 특수한 상황을 다루기에 와닿지 않지요.
하지만 아이들 책 중에서도 십수 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미있고 깊은 감동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아마 수백 년에 지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읽히고 사랑받을 책입니다.
그 중에서도 고전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늘 권하는 삼국지와 초한지를 비롯해, 한국고전과 세계문학은 어려워도 꼭 읽도록 강요합니다. 그 강요가, 언젠가 감사로 돌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있지요.
그래서 조금 힘들어도, 독서력이 좀 부족해도, 어린이들에게 꼭 읽히는 도서가 있는데, 논어, 명심보감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물론 어른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각색된 책들을 다룹니다. 그것에 익숙해지면 이제 조금 어려운 단계로 올라갈 수 있지요.
그런데 이제 여기에 한 권 더 추가될 것 같네요.
바로 <열 살, 사기 열전을 만나다>입니다.
‘어린이 나무 생각’ 출판사에서 나온, ‘장은영’ 작가가 쓴 이 책은, 사마천의 <사기> 중 <열전> 부분을 다룹니다. 물론 열전을 제대로 다룬다면 열 권의 책도 부족할 것이기에, 친구와 가족, 관계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주된 내용은 3학년 ‘강동식’과 그의 라이벌 ‘우진’, 동식이가 좋아하는 ‘혜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그 속에 동식이 부모님의 빵집 ‘맛나당’과 ‘혜미’의 부모님과 할아버지 이야기, 그리고 우진이의 꿈 이야기가 겹쳐지며, 그 사이의 어려움과 갈등이 꼬이는데, <열전>의 인물 이야기로 그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과정을 다룹니다.
읽다 보면, 익히 들었던 고사성어가 등장해서 반갑고, 열전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 하며 눈을 크게 뜨고 따라가게 됩니다. 아이들 사이이의 일이, 그저 아이들 일이 아닌 것이, 장사가 안 되는 빵집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고, 임대료를 내지 못해 절절매는 상황에서 부상까지 입는 아빠의 모습은, 엎친 데 덮치게 되는 우리의 삶과 비슷해서입니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숙제는 밀리고 학원에서는 꾸중듣고, 엄마에게 폰을 빼앗기는 우리 아이들의 사정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주는 것이 다름 아닌, ‘사기 특공 무술’의 관장님입니다. 이름이 믿음직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 사기가 그 사기가 아닌 만큼, 관장님의 비술은 어쩌면 무술이 아닌 ‘사기 열전’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동화라, 아이들이 집중해서 잘 읽을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 들어간 ‘사기 열전’ 이야기도 대화 형식으로 또렷하게 풀어내어서, 두세 번 읽는 친구들이 잘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좋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여러 번 찾아봐야 하잖아요.
열 살 수준에서는 고사성어는 좀 어렵겠지만, 그래도 함께 읽는 어른이나 선생님이 있다면, 관용표현에 대해 설명하면서, 몇몇 고사성어를 소개해도 좋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서 ‘열 살’을 특정하긴 했지만,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입니다. 이 책 시리즈를 보니, 채근담, 논어, 목민심서, 도덕경 등 좋은 고전을 꾸준히 다루는데, 이 책을 마중물로 하여, 인문고전 시리즈를 찬찬히 읽고, 조금 두꺼워도 어린이를 위한 사기 열전 도서를 구해서 읽어보면, 더 깊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관중과 포숙처럼 타인을 이해하고, 인상여와 염파처럼 갈등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책으로 큰 깨달음을 준 ’어린이 나무 생각‘ 출판사에 고맙습니다.
2022.11.20
#나무생각
#어린이나무생각
#열살사기열전을만나다
#사기열전
#추천도서
#열전
#사기
#장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