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프로젝트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 김영사 / 2007년 9월
품절


내가 죽던 날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내가 죽은 날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그날은 정말 엿 같은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순위를 매길 수 있을 정도로 재수 없는 일들이 많았따. 내 죽음은 겨우 6위에 올랐을 뿐이다. 빌어먹을 5위는 릴리가 졸린 눈으로 날 보면서 항의했을 때였다. "오늘도 어디 가, 엄마?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9쪽

내 삶을 빠른 속도로 회상한 뒤 빛을 보았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보듯, 몇 분간 심장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이 말하듯.
나는 빛을 보았다. 그것은 점점 밝아졌다. 정말 아름다웠다. 빛이 나를 에워쌌다. 부드럽게 따뜻하게 사랑스럽게. 나는 빛을 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신이여, 나는 너무나 편안했다. 너무나 안락하고 너무나 행복했다. 나는 다시 옛날의 그 믿음을 고스란히 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곧 빛에서 튕겨 나갔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커다란 머리를 하고 있엇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통통한 엉덩이와 여섯 개의 다리들. 또 엄청나게 긴 더듬이가 둘이었다. 그때가 바로 엿 같았던 하루 중에서 가장 재수가 없는 순간 1위였다.-44쪽

나는 늘 '심장이 터져 죽었다'는 말을 '일생에 한 번뿐인 진짜 사랑'이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동덜어진 신화 속에나 있을 법한 일로 여겼다. 그러나 나는 정말 제단 앞에서 쓰러졌다. 개는 쓰러지더라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 게 정상이라 나는 그냥 교회에서 죽었다. 이로써 나는 결혼식에 몇 분 정도 구슬픈 가락을 선물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또다시 내 삶이 휙 지나갔지만, 나는 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알렉스와 니나가 결혼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알렉스와 니나가 결혼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내면의 눈을 감기란 너무 힘들었다. 더 정확히 말해,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다시 보았고, 심장마비가 일어나는 장면도 보았다. 이어서 나는 빛을 보았다. 빛을 점점 밝아졌다.-249쪽

"사람들은 죽고 난 뒤에 또 다른 삶을 갖게 되지. 그가 이전에 믿었던 삶이야." 뚱뚱한데다 옷도 입지 않은 붓다가 보충 설명을 했다. 그 말이 내 귀에도 그럴듯하게 들렸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전 니르바나를 믿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온 거죠?"
"불교를 믿는 영혼뿐 아니라, 아무것도 믿지 않은 이들도 내가 맡고 있지." 붓다가 대답했다. "왜요?" "내 경우에는 불교를 믿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벌하진 않으니까." 똑 부러지는 설명이었다. 붓다가 신앙이 없는 사람들을 떠맡았기에, 그들은 신앙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저주를 받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252쪽

하지만 나는 릴리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릴리의 슬픈 눈, 보드라운 피부, 달콤한 목소리... 니르바나도 내 딸에 대한 사랑에 맞설 수는 없었다. 예전에 니르바나가 자주 그랬듯, 이번에는 내가 니르바나를 밀어냈다. 니르바나도 더밀리면 어던 기분인지 알았겠지!-256쪽

구조물 위에 앉아 있는 릴리도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제발, 엄마..." "제발요." 나는 붓다에게 사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만 했다. "이제 니르바나에 들어야지." 나는 붓다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친절한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서로 협상할 문제가 아니야." 내 삶은 비로소 끝났다. 나는 알렉스와 릴리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렷다. "자, 이제 시간이 다 됐어." 붓다가 재촉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가족을 한 번 더 보았다. 그런 뒤 눈을 감고 눈물을 꾹 참았다. 나는 품위 있게 니르바나에 들고 싶었다.-363쪽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내 딸을 느낀다. 내 남편도 느낀다. 우리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웠다. 킴 랑에였다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만큼. 킴 랑에였다면 결코 몰랐을 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가족이 나를 에워싼다. 부드럽게 따뜻하게 사랑스럽게. 나는 그들을 안고 가족 품으로 들어갔다. 신이여, 나는 너무나 평온했다. 너무나 안락하고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붓다가 왜 나를 삶 속으로 다시 돌려보냈는지 깨달았다.

니르바나에 든 사람들은 니르바나가 필요 없다!-369-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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