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절판


동물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한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파내지 않는다. 어쩌면 까마귀가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10쪽

전학 간 첫날에 나는 펠리키타스와 내가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았다. 그 아이는 진짜 진주 귀고리를 했고, 나는 고작 아울렛 매장에서 산 싸구려 스웨터나 입고 있었으니까.-71쪽

나는 내 외모에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어서 겉모습을 꾸미는 데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에서는 체중이 몇 킬로그램인지, 허리둘레가 몇 센티미터인지, 다리는-무릎에서 발목가지, 또는 바짓부리에서 무릎까지-얼마나 긴지, 손목은 얼마나 가는지, 귓바퀴는 어떤 모양인가 아주 중요했다. 그런 외적인 조건이 많은 것들을 좌지우지할 만큼.-71쪽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물론 내 상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생의 절반은 상상으로 이루어진다고들 하니까. 하지만 정말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엄마는 늘 내게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얼굴이 조금은 두꺼워질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얼굴이 두꺼워지지?............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바라봐 주기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그러나 모두 뭔가에 열중해 있었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106쪽

"다른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잘 살펴봐.우린 모두 깨진 가정에서 왔어........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해.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이런 생활이 싫다고 해도 도망칠 수 없어. 어디로 갈 수 있겠어?...여기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해. 그게 문제야. 우리는 마치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것처럼 살아. 쇼는 금방 끝나지만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니까 훨신 더 끔찍하지."

우리 반에서 누군가 기숙 학교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말해 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118쪽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처음으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닐까?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해 하기는 할까? 혹시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일부러 개의치 않는 건 아닐까? 아니, 학생들을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 여차하면 자신들도 정신적인 폭력에 시달릴 수 있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선생님들을 믿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선생님들은 나를 도울 수 있을까? 나를 믿어 주기는 할까?-174쪽

사람들은 잔디밭에 서 있었고, 나는 아직 주차장에 있었다. 적어도 이백 명은 되어 보였다. 모두 고급 패션 잡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차려입었다. 엘리트 모임이었다. 자신들만의 게임 법칙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자만심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195쪽

나는 빵을 겨드랑이에 끼고는 다시 모페드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향기로운 로즈메리와 활짝 핀 금작화를 지나 별장으로 돌아왔다.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간질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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