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극장에서는 연극이 펼쳐지고 연극무대를 위해서는 극을 만드는 연출자, 배우, 관객등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이벤트였다고 할수 있는 88년도 서울올림픽을 하나의 큰 무대로 바라보고 누가 그 무대를 준비했고 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도시는 어떻게 변모되었고 이 무대가 막을 내리면서 또 어떤 무대들이 만들어지고 그런 사이에 무대의 연출자나 배우는 어떻게 위상이 바뀌었는지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에서 올림픽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이나 국력을 과시하고자하는 홍보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올림픽도 그 무대를 기획한 연출자이자 흥행주였다고 할수있는 군부에 의해 기획이 되었다고 할수 있죠. 그들이 그런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이 만들어낸 한국의 근대화나 경제발전의 모습 그리고 질서와 교양을 갖춘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일겁니다. 하지만 이런 기획과 연출이 현실화되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누군가는 의도치않게 배우가 되어야만 했고 또 배우들 사이에서도 일부만이 스타가 되고 나머지 누군가는 주연을 돋보이기 위한 희생을 강요당할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군부는 크게 박정희 정권을 창출한 구군부와 박정희 죽음이후 서울의 봄을 잠재운 신군부로 분류할수 있습니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공교롭게 이 두 군부는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더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이고 그런 의도하에서 서울은 수십년간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고 할수 있겠죠.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의 준비과정에서 만들어진 잠실종합체육관이 그 대표적인 산물이 아닐까싶습니다.
1988년 올림픽 이후 그리고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더이상 군부는 연출자의 역할을 할수 없게 되었고 이제 K팝등이 전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에서 이제 그동안 관객에 머물렀던 일반 대중이 스스로 연출자가 되고 배우가 되어 연극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저자의 지적처럼 이제 한국사회는 공연계약에 기초한 사회가 아닌 사회계약에 기반한 극장을 만들어야하고 연출자, 관객, 배우가 서로 때에 따라 각자 다른 역할을 진정으로 할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