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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노르웨이 언어학자인 저자의 에세이인데 읽는내내 비장애인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리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하고 이동하는 것도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해야 이룰수 있다는 그런 것임을 알게되면서 내 자신이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어려서 척수근육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스무살이 넘으면 걷지도 못할수도 있으며 비관적인 경우에는 언제까지 생존할지도 불확실하다는 예측과는 달리 그는 서른을 넘겼고 결혼을 했고 가정을 이루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휠체어가 중요한 이동수단이고 그에게 휠체어는 한몸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한때는 그에게 휠체어를 탄다는 것 자체로 낙인을 찍힌 수치를 경험해야했지만 그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이제는 실재하는 자신으로서 더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게 되었더군요.
책 속에는 간간히 그의 병원 진단서에 적힌 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후속조치가 필요한 하나의 의학적 사례나 임상적 사례로 다루어진 그의 몸에 대해서 그 역시 많은 생각을 했고 그가 언급하고 있는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영화와 미국의 시인이었던 마크 오브라이언의 예를 통해 인간의 신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 우리가 절대 생각해보지 못했던 장애를 지닌 사람만이 오로지 겪어야했던 아픔들과 슬픔들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그에겐 여전히 수많은 흉터와 상처가 있지만 이제 그는 그 자신을 한 실체를 가진 견고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는 그를 사랑하는 아내와 그의 또 다른 분신인 아이 이렇게 셋이 하나가되어 세상과 싸우고 더 강하게 삶을 살아갈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갖는 시선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고 우리가 그들이 일상에서 조금은 더 편하게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당연하게 주장할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 시설을 갖추어 나가야하지않나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최근 장애인의 지하철 투쟁에 대해 비장애인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불편하지않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기를. 그리고 누군가의 불편함에 손 내밀수 있기를.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는 이제 더 이상 투명하지않고 그는 견고한 실체임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