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 이어령 유고시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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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2월 암으로 결국 타계하신 이어령 교수님. 최근 제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인터뷰 형식의 책을 읽었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결국은 사랑하는 따님의 곁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슬프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평온함을 유지하신채 밝게 미국에 있는 손자들과 통화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존경스러웠죠.

 

이 시집은 이어령 교수님이 타계하시기 며칠전에 마무리를 한 시집이더라구요. 제목부터 어떤 그리움에 대한 것이라서 확 와닿았는데 시집 4부에 모여있는 따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시를 읽어가면서 왜 이 시를 시집의 제목으로 택했는지를 알수가 있었어요. 교수님은 미국땅에서 계시던 따님을 먼저 떠나보내셔야 했는데 그래서 이 시집에서는 딸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등의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읽는 동안 저 역시 절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답니다.


책 서문을 펴게되자 모든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들었어요.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이렇게 시작하는 서문은 교수님이 딸에게 자신의 죽음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에서는 그의 기독교적 신앙과 죽음 역시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닌 신의 것임을 상기시켜 주더라구요.


이 시집은 크게 기독교 신앙과 누구나의 그리움의 대상이고 포근함의 대상인 어머니, 세상의 천진난만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이들, 마지막으로 떠나 보낸 딸에 대한 다양한 슬픔으로 나뉘어지는데 아이들을 소재로한 시는 동시적 느낌의 시들도 있었고 기독교 신앙의 시에서는 김현승 시인의 시를 연상하는 시들도 있었답니다.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로 딸이 머물렀던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딸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잠시라도 딸이 머물렀던 흔적을 찾을수 있을까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사랑이 밀려오는 이 시집은 교수님이 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딸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장관이었고 철학자이었고, 논설위원이었지만 그런 직위보다 한 딸의 사랑스러운 아버지로 존재하고싶었겠죠? 세상의 여느 아버지들처럼요.


이 유고시집에서 느껴지는 어머니, 그리고 아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마침내는 신에 대한 신앙으로 펼쳐지는 그의 감정들이 지금 후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제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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