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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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를 읽는 동시에 마음에서 일렁이는 무엇인가가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올해 새롭게 독서목표를 세우면서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깊이읽기의 기술 -리리딩] [48분 독서의 기적]등 독서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 48분이란 인간의 수명을 90세 주기로 환산하여 하루 24시간에 비유하면 3년이란 시간이 48분이 된다. 즉, 3년을 독서에 투자한다는 것은 하루 48분을 독서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 - 48분 독서의 기적

 

 " 책이란 무책임한 인간을 더 무책임하게 만들려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삶에 무능한 사람에게 대리만족으로서의 허위의 삶을 헐값에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불꽃 같은 에너지와 젊음을 맞보게 해주지 못하고 신선한 활력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지 못한다면 독서에 바친 시간은 전부 허탕이다." -헤르만헤세 [독서의 기술]

 

  " 다시 읽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읽은 책들이 그렇듯 우리가 얼마나 변했고 또 그래로인지를 좀 더 선명하게 대면한다. 책은 우리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며 또 다시 읽기를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정체성의 변화를 측정하게 해준다" - [리리딩]

 하나같이 제 마음을 움직였던 구절이 있던 책이었습니다. 3년이란 '시간'동안 1000권이란 목표를 세우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은 표시해두며, 책을 읽고 나름대로 해석하려 노력했던 것도 이 책들 덕분입니다.

 

  이번 [오직 독서뿐은] 그런 저에게 목표를 잃지 말고 정진해라는 선현들의 잔소리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언뜻보기에 '잔소리'라는 어휘는 행위의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부정적 어감이라 생각되지만, 전 그 속에 담긴 '사랑'과 '관심' 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관심이 없다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지 않으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공부할 때, 바르자세로 앉아라,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읽어라, 꾸준히 부지런히 공부에 힘써라, 시간 낭비 하지마라, 읽고 또 읽어라 , 기록해라 등 어렸을 적 많이 듣던 이야기였거든요. 다만 책에서는 9인의 선현(허균,이이그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이 무척 점잖게 조언을 하기에 글에 담긴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 공부가 공부를 부른다. 책이 책을 부른다. 이것을 읽으니 저것이 궁금하고, 저것을 알고 나니 이것이 새로 보인다. 책과 마음은 붙어다닌다. 책을 손에서 놓으면 딴 데로 놀러나간다. 책을 잡으면 마음도 잡힌다. 읽어도 그저 읽지 말고 줄줄 외우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읽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덜 읽었거나 생각이 영글지 않아서다. 많이 읽으면 절로 외워진다. 생각이 영글면 쉽게 외워진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야 의문이 풀리고 의심이 가신다. 전에 그러려니 하던 것이 '그렇구나!'로 넘어가야 내 공부에 진전이 생긴 것이다. p68"

 

" 독서는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가라앉혀, 꼼꼼히 읽고 정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한 글자 한 구절마다 모두 설명이 있으니, 제가의 풀이를 하나하나 관통한 뒤라야 그 옳고 그럼을 견줘 보아 성현께서 말씀하신 본래의 뜻을 구할 수가 있다. 비록 이미 얻었더라도 또한 다시 이처럼 되풀이해 살피고 음미해서 그 의리가 내 안에 흠뻑 젖어들어 피부에 스미고 골수까지 무젖게 해야만 배웠다고 말할 수가 있다" p69

 

" 독서에는 방법이 있다. 이 마음을 깨끗이 닦아 낸 뒤에 보아야 한다. 만약 깨달아 얻지 못하면 잠깐 내려놓고 다른 때 생각이 좋을 시점을 기다렸다가 또 보아야 한다"

 p81

 

"사람들은 독서는 마땅히 차분하게 완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드는 말이다. 만약 어떤 책을 읽어 의미를 깨치지 못했다면 급하게 허둥대서는 안 되겠지만 놓아버리지 않는 것이 그래도 낫다. 만약 온종일 서성이면서 이를 차분한 것이라 말한다면 공부가 되지 않는다. 약 달이는 것에 비유해 보자. 모름지기 센 불로 달인 뒤에는 불기운을 늦춰서 은근히 달여야 문제가 없다" p105

 

 하지만 읽다보니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선현들의 독서법이 아니라  독서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 마음을 움직인 구절,  

 

 "이른바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소리가 좋다는 것이 아니다. 구두를 잘 뗀다는 것도 아니다. 뜻을 잘 풀이하고 얘기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p244 박지원[원사]

 

 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구절을 "'책을 잘 읽고 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책 읽기 전의나와 책 읽은 뒤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낭랑하게 소리내서 읽고, 띄어 읽기를 능숙하게 잘하며, 뜻풀이에 능하고, 책의 내용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 잘하는 것은 독서의 진정한 보람과 거리가 멀다. 이런 것을 책 읽는 보람으로 혼동하면 안된다.p244"   이라 풀이하였는데,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그것으로 한 권의 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또한 책의 내용을 두고 이런 저런 얘기를 잘하는 것을 책을 잘 읽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눈빛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조금씩 늘어나는 서재의 책들을 보며 자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독자의 상황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책의 마법처럼,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구절이 스르륵 다가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 편 한 편 독립된 글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해야지 하며 접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휘리릭 넘겨 마음에 드는 구절을 읽어도 되고, 책상위에 두고 매일 한 페이지씩 읽어도 되는 책입니다. 독서에 대해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에게 꼭 필요한 책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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