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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용
1부는 크게 다른 이들의 몽상 염탐꾼, 철학자 "우르수스"와 인간보다 더 매너있는 늑대"호모", 어린아이에게 끔찍한 일도 서슴치 않고 하는 악인 "콤프라차코스"란 인물의 이야기와 콤프라차코스에 의해 배어서 내처진 소년이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우르수스의 오두막을 찾으면서 가족이 아닌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고의 작품 <레 미제라블> , <파리의 노트르담>에서처럼 이 작품 역시 대비되는 인물설정(우르수스와 콤프라차코스, 데아와 조시언, 그윈플레인과 대중 등)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애를 부각시키는 방식입니다.
" 오! 나에게 힘이 있다면 불행한 사람들을 도우련만! 나는 한낮 원자 알갱이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아무것도"p451
특히, 자유롭기에 충분한 적빈의 부유함과 데아와의 사랑으로 영혼의 부유함을 동시에 가진 그윈플레인이 자신을 보며 비웃는 사람들의 고충(세금에 갉아 먹힌 가난,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람, 전쟁, 기근등)을 보며 고뇌하는 장면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가 가진 고귀한 인품에 반하게 만들죠. 하지만 그런 그윈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르수스는 그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어쩜 걱정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거친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이겠죠.
"멍청한 녀석! 조심해.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네가 해야 할 일은 데아를 사랑하는 것이야. 너는 두 가지 행운을 누리고 있어. 하나는 군중이 너의 주둥이를 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아가 그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가 누리고 있는 행복에 대해 사실 너는 어떤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어. 어떤 인연도 너의 입을 보면, 너의 키스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너에게 행운을 안겨 준 그 입과 너에게 부를 안겨 주는 그 얼굴은 너의 것이 아니야. 네가 지금의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야. 무한의 저 깊슥한 밑바닥에 있는 찌푸린 얼굴에서 가져온 것이지. 네가 마귀에게서 그의 탈을 훔쳐 온 것이야. 너의 얼굴은 흉칙스러워. 네가 당첨된 복권으로 만족해. 이 세상에는 당연히 행복한 사람들과 요행으로 행복한 사람들이 있지. 아주 잘 된 일이야. 너는 요행으로 행복한 사람이야. 너는 동굴 속에 있는데, 그 속에 별 하나가 잡혀 있어. 그 가엾은 별은 너의 것이야. 이 거미 녀석아. 너의 동굴에서 나오려 애쓰지 말고, 너의 별이나 잘 지켜! 너의 거미줄에는 비너스 석류석이 걸려있어. 네가 만족해 하면 기쁘겠구나."
p452
이 세상 걱정은 하지 마라. 밖에 있는 것에는 신경쓰지 마라. 네 앞에 펼쳐진 것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배우란 구경거리이지 구경꾼이 아니야.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아느냐? 당연권에 따라 행복한 사람들이 있지. 너는 다시말하지만 요행으로 행복해진 자야. 그들이 합법적 주인인데. 네가 불법으로 침입한 것이며, 따라서 너는 요행과 부적절하게 동서하고 있어. 네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더 원해?
p453
1부는 2부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혼란한 세상 속 행복하고 평온한 세 사람, 우르수스, 데아, 그윈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2부는 세 사람이 런던으로 오게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기, 질투, 유혹, 출생의 비밀, 권력 야비함등을 견고하게 엮어 빅토르위고가 비판하고자 하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답니다. 특히, 그윈의 신분이 밝혀지는 과정과 그 속에 숨어있는 야비한 권력자, 우월의식에 사로잡인 귀족의 모습이 상당히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최고위층에 속하는 그윈플레인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인간은 훼손된 존재입니다. 저에게 한 짓을 인류애게도 저질렀습니다. 저의 눈과 콧구멍과 귀를 기형으로 만들어 놓았듯이 인류의 권리와 정의와 진리와 이성과 지성을 기형으로 뒤틀어놓았습니다. 저에게 그랬듯이 인류의 가슴속에 분노와 슬픔의 시궁창을 만들어 놓고 얼굴에다가는 만족이라는 가면을 씌워놓았습니다. 신의 손가락이 닿았던 곳에 왕의 사나운 발톱이 파고들었습니다. 흉악스러운 포개기 작업이 있었습니다. p855
탐욕에 대한 회피, 혹은 분노, 슬픔을 죽음으로 벗어나는 결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인간의 튀들어진 이성과 지성의 가면을 벗어던지라는 메세지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리리딩]이란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려 묘사하자면, 이 책은 특정 장면이나 작가의 메세지에 의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 관심이 기울여진다"는 수동적 태도를 가지게 만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텍스트 스스로 주목할 대목을 드러내주는, 전염성이 강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가득한 책이란 평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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