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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나 ㅣ 창비청소년문학 48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3년 1월
평점 :
#1. [조커와 나]
언제부터인가 10대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폭력,왕따, 계급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최근에 출판되고 있는 청소년 소설을 보면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비단 나 한 사람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도 국적을 불문하고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
[조커와 나]이외 4편의 단편 모두 현재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학업성적 봉사점수에만 목메는 아이들, 학교 폭력,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만 국가에서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왕따, 은따 등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작품은 역시 메인으로 쓰여진 [조커와 나]였다.
[조커와 나]는 주인공 선규가 정우의 1주년 되어갈 무렵, 예전에 읽지 못했던 정우의 유품인 일기장을 읽게 되면서 시작된다. 선규는 정우의 일기장을 보면서 지난 일을 회상하는데, 선규의 기억과 정우의 일기장의 사건이 반복 교차되어 서술되는 형식으로 한 사건에 대해 선규와 정우가 시간을 초월해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구성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조커(조혁)와 '나'인 선규가 선악의 구도를 그리는 듯하지만 정우의 일기장을 통해 밝혀지는 조커의 진모습은 국가로부터, 사회로부터,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아이에게 무작정 던지는 차가운 시선이 얼마나 그 아이를 고립시키는지 반성하게 해준다. 또한 초등학교 때 정우를 도와주던 착한 아이였던 조혁이 조커가 된 이야기를 통해 현재 10대들이 처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2.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선규가 참 좋다. 정말 좋다. 선규랑 짝이 돼서 참 다행이다. 선규가 내 도우미가 아니라 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없다. 선규에게 해 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몹시 슬프다.' (p.14)
요즘 남자 아이들은 '절친' '보통' '라이벌' '적'등으로 친구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장애우는 그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못한다. 정우 역시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기에 선규가 내민 약간의 호의가 그저 기쁘기만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아이였기에 '친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나도록 기뻐했다. 물론 선규에게는 그 모습을 숨겼지만, 일기장에 선규에게 처음으로 '친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적은 내용은 그 만큼 진심이 담겨져 있기에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물론 이 소설에서의 선규는 진심으로 정우를 친구로 대하며 따뜻함을 전해주지만, 희미하게 풍기는 소설 속 사회는 부모님의 경제력, 학업성적, 외모등으로 친구를 가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성년이 되었을 때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3. 조커가 과연 나쁠까?
내가 생각하는 조커는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그렇기에 강자라고 칭하는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조커와 나]에 나오는 조커 또한 나는 강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힘이 쎈 학교 짱이 아니라, 못된 짓을 하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 어릴 적 정우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끝까지 정우와 친구했던 아이,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몇 년 후 다시 홀로 남은 할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아이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 방법의 옳고 그름을 탓하기 전에, 어른들도 힘들다며 목숨 끊는 사회에, 그 나이 또래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내고 있는 강인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조커같은 아이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따뜻한 시선을 전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한 시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