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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 - 삶을 건축하며 나는 성장한다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1. 김진애씨 책을 좋아하는 이유
건축은 인생과 같다.
어떤 프로젝트? 사람 프로젝트 삶 프로젝트 사람 사는 프로젝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이어주는 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엮어주는 일이 건축과 도시다.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의 미묘한 심리를 느끼고 사름들과 얘기하고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원하는 그 무엇을 짚어주는 일이 나는 좋다.
일상의 모든 부분이 다 나에게는 좋은 공부다.
길을 걷건 부엌일을 하건 쇼핑을 하건 토론을 하건
현장을 가건 여행을 가건 다 중요한 사람 공부이자 또 건축공부다.
한상 미래를 그려야 한다는 것도 건축의 좋은 점이다.
긍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미래를 그려내겠는가?
건축이 또 좋은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시간에 쫓기면 쫓기는 대로
궁하면 궁한 대로 통하면 통하는 대로
행복과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떤 제약 상황에서도
의외로 멋진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나 할까
우리 인생 프로젝트와도 비슷하다
- 김진애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중에서
건축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인생을 이야기 하고
인생을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건축을 말하는 작가.
처음 김진애씨 책을 접했던 건 <프로로 자라기>였다. 서울 공대 건축과의 유일한 여성이었던 그녀가 성공적인 건축가로 받돋움 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적은 책이란 소문에 읽은 책이지만, 그 책에서 여성이기에 ~해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또한 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온전히 한 인간이 삶의 과정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 인지,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충고가 담겨 있었다.
"커리어란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살아남는 수단이다. 쉽게 말하자면 밥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언제 어느 때나 진리다. 물론 밥 이상을 기대하고 또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든 생존이란 일에 대한 가장 절실한 동기부여가 아닐 수 없다. 생존을 고민하면 커리어는 보인다. "(p239)
김진애, [프로로 자라기] 중에서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커리어'에 대해, '생존'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영역의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문 읽기, 책 읽기, 글쓰기를 강조한 만큼 열심히 독서활동(?)을 했었다.
"읽는 책과 보는 책을 구분하라. 세 권의 책을 비교적으로 읽을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라. 읽고 또 읽을 책 리스트를 만들어라. 덮으면 잊어버려라." "글을 써라" 같은 조언은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에서도 여전히 나온다. 다른 점이라면 공격적 어투에서 부드러운 어투로 바꼈다는 점? ^^ 그만큼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건축 이야기를 하면서 독서, 글쓰기, 말하기에 대한 내용이 1/4은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건축물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으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
2000년 출판된 <이 집은 누구인가? >라는 책에서는 공간,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 '흐름' 즉 공간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이 역시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의 주요 테마 중 하나다.
p295
'움직이는 사람'을 기준으로 건축을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대개 건축을 보면서 마치 그 공간을 하나의 고정된 공간, 응고된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건축공간이란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의 움직임 때문에 시각의 변화가 생길 뿐 아니라 사람의 모임, 그 역학에 따라 공간이 부풀고 줄고 한다. 심리적인 공간의 역학이다.
그는 공간사이에 흐르는 에너지의 주체가 누구인지, 어디로 흐르는지를 잘 살피고 상상하라고 조언한다. 그 흐름의 끝에는 감성이 있고, 그 감성이 모여 하나의 도시분위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제3부 짓는 건축]에서 그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만 , 건축설계라 해서 반듯하고 정확하게 시각적 영상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듯하고 정확하면 고정되기 쉽고, 고정된 사고방식은 감성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쓰고 그리고 메모하고 입체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는 작가, 그는 그것은 비단 건축의 영역이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에 필요한 사고라고 말한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인생을 바꾸는 건축수업>에는 그동안 냈던 책들의 이야기를 농축한 엑기스이다. 여행이야기, 책 읽기, 말하기, 글쓰기, 사람만나기, 등등. 언뜻보기에 건축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그 속엔 삶이,그 삶과 함께 숨쉬는 공간이, 그 공간이 모여 만든 사회가 보인다.
#3. 기억에 남는 문장
p98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공간의 인격화' 과정이다. 자신이 하나의 사람으로서 성격을 만들어가듯이 공간도 쓰는 사람과 같은 성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공간이 우리가 원하는 공간인가, 편한 공간인가, 행복감을 느끼는 공간인가? 부디 깨어나자. 우리 공간을 깨우자.
p117
자신의 성장을
가장 성의 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어야 한다.
나의 역사가 곧 나이다.
p183
하루하루 자신의 성과를 쌓아올리는 일.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과정 속의 모색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포트폴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