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빗 뜻밖의 철학
그레고리 베스헴 외 지음, 박지니 외 옮김 / 북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1. 책을 읽게 된 동기?
13명의 철학자들이 10개의 질문을 가지고 <호빗>을 파헤친다!!!
북카페에 소개된 광고를 보고 참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라면 책에 던져진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읽기 시작했다. 영화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호빗>도 봤지만 책에 던져진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영화 전반에 걸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겁 많은 빌보는 간달프와 난쟁이를 따라 모험의 길을 떠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13인은 다를 것이다, 라는 기대감과 책만이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전달해 줄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2. 이 책의 장점?
2.1 이 책의 장점 중 한 가지는 저자가 13명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철학자!!! 한 사람의 관점으로 서술했다면 여타 철학서 처럼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질문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관점으로 이루어진 챕터가 옴니버스식으로 엮어져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과 어투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번역 역시 여러명이 참여했기 때문에 그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문학 작품이었다면 서술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었겠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최근 읽은 철학서 중 가장 부담없이 읽은 책이다.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 재미는 이미 알고 있는 영화의 장면이 새롭게 해석되고, 그 해석으로 인해 '힐링'을 경험하는데서 온다. 이 책에는 철학적 '가르침'이 없다. 철학적 유희만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영화는 '시각적 영상'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이 책은 사색의 유희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편하게 이야기 하듯 써 내려가 술술 읽히지만 꼼꼼히 따져 읽어도 문장의 논리적 구조에 모순이 없는 점에서 저자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구체적 내용도 물론 좋지만 인문학적 주제로 글쓰기를 할 때, 이렇게 쓰면 좋겠구나, 하는 챕터들이 많아 색색깔 포스트잇이 주루룩 붙은 책이다.
2.2 또 다른 장점은 완소 "인용문"에 있다.
앞서 유희라는 표현을 했던 것은 책에 있는 인용문을 내 마음대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꼭 저자가 제시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주제로 글을 쓸 소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에 두근두근 거리며 독서 노트에 메모했다.
세계시민주의의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얽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타인에 대한 의무, 즉 혈족이나 보다 형식적인 시민적 유대조차 넘어서는 확장된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보편적인 인간의 삶뿐 아니라 특수한 인간의 삶까지도 진지하게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행과 믿음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모폴리탄들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이며 그 차이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의무(또는 우리에 대한 그들의 의무)가 무엇이든 우리에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할 권리가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이러한 두 가지 이상, 즉 보편적 관심과 정당한 차이에 대한 존중은 충동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세계시문주의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일종의 문제 제기다.
-p32~33
물질뿐 아니라 도덕과 영혼까지도 파괴하는 전쟁은 어리석은 동시에 공허하며 그것을 견뎌온 사람들에게도 대단히 큰 충격을 준다.과거에도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에나 앞으로 꼭 사악한 세상에 전쟁을 마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너무나 짧고 한 세대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고작해야 30년이 지나면 진짜 가슴 깊이 그걸 느낀 사람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불에 대해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이 화상을 입은 손인 법이다.-p 107~108
벌거벗은 모든 기계에는 비극과 절망이 존재한다. 마음속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예술과는 달리, 그것은 욕망을 현실화함으로써 이 세상의 권력을 탄생시킨다. 여기에 진정한 만족이란 없다. 노동을 절약하는 기계는 끝없이 열악한 노동을 만들어낼 뿐이다.
-p 116
그때가 우리에게는 좋은 날들이었어.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지불하거나 빌려줄 돈이 있었고 그저 재미삼아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 여유가 있었으니까.
-p117
학문을 탐구하고 예술과 자연을 즐김으로써 우리는 자기를 잊어버리는 능력과 현실적이 되는 능력, 그리고 공정하게 바라보는 능력에 대해 그 가치를 알게 된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일상의 무딘 의식과 진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므로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속하려고 하는 것이다.
-p 123
2.3 이 책의 띠지에도 나와있는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들
질문을 가진 다는 것은 독서의 목표를 좀 더 수면 위로 떠올리는 것과 같다. 토니부잔의 책 [공부, 똑똑하게 하라]에서 공부를 하기 전(또는 책을 읽기전)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식욕'과 같은 역할로서 지식에 대해 허기진 느낌을 갖는 것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질문을 하고 싶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이 책은 식욕을 자극할 에피타이져를 마련해 놓았다. 내용 요약, 혹은 책 속 밑줄을 쓰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스포를 적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미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스포이기에 한 번 적어본다.
★ 불을 뿜는 ‘스마우그’는 드래곤인 주제에 어째서 인간의 왕국을 무너뜨릴 정도로 황금과 보석을 탐 하는 걸까?
★ 선을 대표하는 엘프는 마치 할리우드 배우처럼 아름답고, 악의 세력 오크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엘프들이 사는 지상낙원에서는 어째서 채식과 음악이 빠지지 않는 것일까?
★ 모든 생명체에게 ‘집(home)’은 어떤 대상일까? 혼자 사는 빌보는 왜 끊임없이 집을 그리워할까?
★ 어두운 동굴 속에서 반지만 끼고 사는 골룸이 수수께끼 놀이 같은 지적 유희에 환장하는 데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 ‘절대반지’를 통해 톨킨이 말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본질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3. 이 책의 단점?
단점이라기 보다 부작용이라 말하고 싶다. 흑흑, 사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영화로만 봤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폐인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전설때문에 <반지원정대>원문은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식음을 전폐하고 읽게 된다는 <반지원정대> 원문을 읽고 싶은 욕망이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최근 지름신이 발동하여 책상에 쌓인 고전들이 보이는데 또 사고 싶은 책이 생겼다는 것... 이런 엄청단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단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