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가 온다 :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 - PARK BUM-SHIN'S TURKEY IN DAYS
박범신 지음 / 맹그로브숲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1.

 

터키, 유럽이 시작되고 아시아가 끝나는 곳,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곳. 사실 그 이름만으로 설레는 곳이죠. 그런 곳은 [은교]의 작가 박범신의 문장으로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서적을 두 권 샀습니다. 그리고 도서관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터키라는 곳을 조사했어요. 여행 에세이가 뻔하지,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에요.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가고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라는 정보성 여행 에세이가 아니고. 사소하게는 종이 질부터 사진, , 그리고 엽서까지 책 곳곳에 숨어있는 공들이 독자를 감동하게 만드는 책이니까요. 고급 용지 위에 제목은 캘러그래피로 그리고 내용은 여행을 통해 시인이 되어버린 박범신씨가 한 줄 한 줄 쓴 글로 채워진 책. 후후 매력적이에요.

 

같은 보스포루스 해협이라도 사진 한 장 위에 보스포루스 해협에 오다,라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시작하는 여행기와 물은 본래 경계가 없습니다. 물이 아름다운 것은 흐르기 때문이며, 길이 아름다운 것은 열려있기 때문입니다.(p20)라고 글문을 연 에세이. 그 감동의 깊이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진) - 보스포루스 크루즈 p20 ~ 21

 

 

 

 

 

 

#2.

 

소제목만으로 시가 되는 글. 책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전 두 번 읽었어요. 여행을 가야 하기에 꼼꼼히 본 것도 있지만 이스탄불, 카파도키아의 일출, 아나톨리아 중부 고원지대, 소금호수, 아바노스, 파묵칼레, 수중도시 케코바를 상징적인 어휘로 현실감 있게 표현한 문장이 맘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요렇게 사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기도 하고 사진만 휘리릭 넘기면 보기도 하고 ~ ^^ 읽으면서 독서노트에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고..앗, 그리고 박범신님이 쓴 다른 책의 글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p209) - [은교]

 

 

 

#3. 혹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 읽으실 책을 찾고 있다면 비추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시선으로 터키를 바라보고 싶다면 강추입니다. 읽기 전과 읽기 후, 비단 터키 뿐만이 아니라 여행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음을 느끼니까요. 그리고 에세이로서는 드물게 제 독서 노트에 좋은 구절이 많이 적힌 책이기도 합니다. 여행길에 가져갈 에세이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할 생각입니다. 블로그에 나오지 않았던 항아리 케밥도 먹어보고 싶고 터키의 피로연도 참석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잔뜩이네요..

 

 

#4. 책 속 밑줄

 

자연보다 더 위대한 조각가는 없습니다.

시간보다 더 힘있는 조각가도 없습니다.

신은 위대한 자연과 힘 있는 시간의 전능한 결합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신이 만든 조각전을

신이 만든 아침 햇빛 속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p119)

 

 

나를 찾아 떠나는 것은 길을 따라 흐를지언정 유랑이 아니다. 나를 찾는 것이야말로 충만한 삶으로 가는 첩경이며 머무는 인생이 된다. 흐르면서 머물고 고독하나 자애로워지고 낯설지만 먼 것들이 저절로 다가와 나에게 합쳐지는 것, 내게 여행은 그러한 것이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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