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에선가 시인 고은은 훔볼트는 하나의 우주라는 말을 했는데, 그 당시 나는 볼프강 폰 훔볼트와 빌헬름 폰 훔볼트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던지라 막연히 멋진 말, 또 멋진 사람일 거란 생각만 갖고 있었다.
여차저차해서 훔볼트 좀 읽어보려하니 한글 번역서가 거의 없었다. 아 물론 훔볼트 저서 중 영역된 건 여러 사이트에서 이미 보기 쉽게 편집해서 제공하고 있지만, 한글 책이 내겐 편하다보니..
나 같은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훔볼트는 정말 하나의 우주만큼이나 알듯 모를듯 한 미발견 신세계다. 훔볼트는 미지의 영역이던 남미의 내륙지대를 여행했지만 나는 아직 훔볼트 내륙으로까진 못들어갔다. 고작 훔볼트라는 해안지대 정도 발을 들여놓게 된 정도.
울리 쿨게의 책 역시 훔볼트의 내륙까지는 우리를 데려가진 못한다. 대중 입문서니까...
아 물론 대중 입문서를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작가만의 문제 의식이 명확히 서지 않은 입문서들에 대한 아쉬움을 말한 거다.
난 훔볼트의 발견 자체보다 그가 현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궁금한데, 이런 부분을 이 책은 말해주지 않는다. 너무 훔볼트에 초점을 맞춘 책.
그래서 한국어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내 독서 수준에서 훔볼트를 알려주는 이 책은 고맙지만, 독특한 문제 의식과 정교한 자료 활용을 통해 훔볼트의 심층 내륙으로 안내하지는 못하기에 별표 세 개다.
음... 그러니까 있어서 고마운데 읽으면 성에 차지 않는 책. 강추,는 아니다.
훔볼트의 저서들이 번역되면 좋겠다. 한국에도 훔볼트 학회가 있지만...워낙 학자들에게 소논문 경쟁시키는 이 시스템에서 어느 학자가 번역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번역까지 할 정도의 내공 또는 열정을 지닌 학자가 한국에는 없는 걸까.